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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Eyre Mar 20. 2020

가지 같은 시간

리츠호텔 10주 차 -12주 차(2020.3.7 - 2020.03.15)



아침 근무로 바뀌기 전날 저녁 여느 때보다 일찍 누웠다. 두 달간 잘 적응했던 나에게 또 다른 적응이 필요했다. 양치 후 침대에 누워 방에 불을 껐다. 살짝 스산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대수롭지 않게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 뒤척이며 생각하다가 이불속으로 얼굴을 더 파묻었다. 노파심에 알람시계를 다시 확인했다. 안심은 되었지만 좀처럼 잠이 들지 못했다. 아주 가끔씩 내가 프랑스에 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생각이 떠오르는 날이면 나는 많은 것들이 연쇄적으로 머릿속에서 맴돌곤 한다. 한참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쫒아가다가 다시 작은 불을 켰다. 지금의 생각 고리들을 메모장에 남겨 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시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늦어도 5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잘 일어날 수 있겠지? 핸드폰을 꼭 쥐고 알람시계를 바라보며 그렇게 잠이 들었다.



출근길에 바라보는 또 다른 에펠탑과 풍경들



아침 근무


프랑스의 첫 지하철은 한국과 비슷하게  5시 30분 전후로 운행하기 시작한다. 페랑디 학교 첫 수업이 7시에 시작하니 도착해서 조리복으로 갈아입고 실습실에 들어가려면 늦어도 6시 30분에는 학교에 도착해야 했다. 나에게 익숙한 시간이 그날은 익숙하지 않았다. 새벽과 저녁은 같은 어둠이다. 하루의 모든 고뇌를 감싸 안고 퇴근하는 밤공기보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아침의 공기가 더 차갑다. 새로운 모든 것에 도전하는 나 자신과 출근길로 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박수를 보낸다.



내가 아무리 일찍 일어나 이 새벽을 맞이해도 어김없이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들이 아직 꿈속을 헤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 드라마 '미생' 장그래 대사 중 -



새벽 제빵팀이 한 명 근무하는 것을 제외하면 7시 출근하는 제과팀이 그다음 근무자들이다. 그리고 나의 첫 아침 근무는 8시부터였다. 평소와 같은 주방에 시간과 사람이 바뀌었다. 8시 근무지만 6시가 조금 넘어서 리츠 탈의실에 도착했다. 조리복으로 갈아입고 지하 2층 주방으로 가는 전 직원 식당에서 걸음을 멈췄다. 몇 명의 다른 파트 직원들이 아침 식사를 먹고 있었다. 갓 구워낸 빵 몇 종류에 버터 그리고 커피가 전부였지만, 따뜻한 커피에 크루아상을 흠뻑 적셔 한입 베어 무는 모습을 보았다. 내 발걸음은 이미 직원식당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커피에 흠뻑 적신 크루아상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반대편에 식사 중인 다른 직원이 나를 보고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침을 시작하기 전의 든든함, 누군가에게는 새벽의 근무의 보상품 같은 이 식사가 약간의 긴장을 녹여준다. 내 첫 리츠의 아침 근무는 그렇게 든든하게 시작되었다.



매일 챙겨 먹는 리츠의 아침 식사




오븐의 온도



제과제빵이라는 하나의 큰 분야는 분명하고 정확하게 제과와 제빵으로 나뉜다. 나는 8년이 넘는 시간을 제빵사로 보내왔다. 두 가지는 이상적인 주방의 온도, 만드는 순서와 방법 그리고 사용하는 밀가루와 재료들이 달라서 같은 주방을 사용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한 사람이 맡아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점점 매출이 증가하고 직원의 숫자가 늘어나고 흔히 말해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같은 목적 아래 파트를 나누고 분배하여 업무하고 교류한다. 한국 제과점 오븐 근무를 하는 사람은 발효상태를 확인하고 제품을 굽기 전에 칼집을 내어 모양을 만든다던지 충전물을 올리는 작업을 거치고 제품을 굽고 꺼내는 작업을 한다. 그 업무는 주로 가장 늦게 입사한 제빵사가 맡아서 하게 된다. 진열과 포장 이전의 가장 마지막 공정인만큼 모두의 시선이 주목되고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진열하기 전에 골라내기도 해야 한다.




아침근무로 바뀌고 만들게 되는 작은 디저트들



2008년 여름, 일본 교토의 한 제과점에 실습할 때의 일이다. 오너 셰프가 프랑스인인 제과점인데 그는 항상 등에 땀이 젖어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븐 업무는 자신이 맡아서 했다. 모든 직원의 손이 거친 제품을 가장 마지막에 자신의 손으로 확인하고 구워내고 그리고 진열했다.




한국에서 제과제빵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2년이 넘게 오븐 근무를 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가득 채워진 빵 카(철판을 끼워 넣을 수 있는 바퀴 달린 장비) 8개가(철판으로 대략 160장) 발효실에서 날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같이 출근한 사람은 반죽을 하고 또 누군가는 그 반죽으로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또 발효를 거쳐 구워질 빵들이 나에게 파도처럼 밀려왔다. 하루에 10시간가량을 평균 230도쯤 되는 오븐의 문들이 수시로 열렸다가 닫히는 작은 공간에서 다른 일과 병행하며 하는 일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경력자들에게도 쉽지 않다. 마치 다른 파트로 올라가기 위한 일종의 관문 같은 느낌이었다. 시간 단위로, 내가 닦아내야 할 내 키만큼 쌓인 철판을 바라보고 다그치는 동료들 사이에서 온전하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제빵사의 느낌은 결여돼 있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옷은 출근하고 2시간이 채 안되면 안에 입은 반팔티가 전부 젖는다. 내가 빵을 굽는 것이 아니라 빵이 나를 구워내고 있다는 느낌을 하루에도 몇십 번씩 받았다. 그때 나에게 작은 수첩이 하나 있었는데 깨알처럼 수백 가지의 빵 온도와 시간만 적어놓은 수첩이었다. 그 수첩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빵들과 지옥처럼 뜨거운 열기 앞에서 나에게 지팡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부주의로 그 수첩을 잃어버리고 나는 깨달았다. 그 수첩이 지팡이가 아니라 내 눈과 생각을 닫아버린 장애물이었다는 것을.


내 첫 직장 오븐작업 공간과 그 잃어버린 수첩



리츠의 아침 근무는 저녁 근무보다는 조금 긴장감이 있다. 저녁팀이 연회 준비나 하루 동안 사용하고 남아 있지 않은 크림이나 냉동고에 들어갈 제품을 만든다면 아침팀은 온전히 그날 아침에 진열되고 판매되어야 할 제품을 시간 안에 만들어야 한다. 리츠에는' Bar vendome'과 'Salon Prust'에서 디저트와 함께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주된 업무는 Salon Prust 예약 고객 인원수에 맞게 작은 디저트를 만드는 일을 한다. (만드는 과정과 맛은 결코 작지 않다) 이때 오븐을 사용하는데 첫날 제품 별로 온도와 시간을 적었다. 그날 집에 와서 정리한 후 이제 그 적어놓은 메모를 보지 않는다. 한번 정해진 배합표는 실수 없이 계량해야 한다. 하지만 오븐의 온도와 시간은 다르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정해놓은 오븐의 온도와 시간이 분명 필요하다. 7분 동안 170도에 구워내야 하는 제품이었는데 1분이 지나면 큰 문제가 생기고 180도에 넣었다고 쓸 수 없는 제품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븐 바람 세기 2에 구워야 하는 제품이 4를 설정하고 구웠다고 엄청난 맛의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븐에서 굽는 모든 제품은 정답이 없다. 매일 변화가 가득한 주방 안에서 일정한 맛, 더 나아가 맛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함만 존재한다. 그 일관적인 생각이 어쩌면 더 일관적이지 못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한결같은 온도에 제품을 굽는 사람보다 한결같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 기능인이다.





마침내 연결



저녁 근무자들이 곳곳에서 퍼즐을 구해 놓고 만들어 준비해 놓으면 아침 근무자들은 그 퍼즐을 잘 맞춰서 액자로 만들어 걸어 놓는 작업과 같다. 아침 근무를 해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녁 근무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하는 일과 저녁팀이 하는 일이 롤라나 저녁팀 동료들이 나에게 자세히 이야기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우리가 준비해놓은 이것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지는 보고 싶었다. 보통의 제과점 주방 근무자들은 동시에 다 같이 출근해서 동시에 다 같이 퇴근한다. 특별한 행사나 예약, 기념일등이 아니고는 한밤중에 또는 새벽에도 일하지 않는다. 리츠와 같은 호텔은 많은 직원수를 한정된 공간에서 업무가 끊기지 않게 근무시키면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출근시간이 전부 다르다. 특히나 호텔의 주방에서 한 파트에서 오래 일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6개월이라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2개월씩 나눴지만, 아침 근무로 바뀌고 나는 드디어 이 리츠호텔의 제과팀 24시간의 큰 흐름을 읽게 되었다. 왜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고, 이것들은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 왜 지금 이것을 해야만 하는지 등의 자신이 하는 작은 업무의 근본적인 이유와 원리를 알지 못하는 것. 경력이 무의미해지는 첫걸음이다.



리츠 새벽 빵팀 근무자가 구워서 막 꺼낸 빵




위생 검열



제과점에서 근무하면 정기적으로 구청이나 시청에서 위생검열이 온다. 대기업이라고 말하는 제과점에서는 본사 소속의 자체 위생검열팀이 있어서 가맹점이나 직영점을 방문하여 주방과 직원들의 위생 상태를 점검한다. 한국 제과점은 근무자들 보건증 검사만 하기 위해 오기도 한다. 가끔 사진을 찍어가고 문제에 대해 담당 책임자를 그 자리에서 불러내 질문하고 질책하기도 한다.  주방에서 안전과 위생은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모든 구성원이 신경 써야 하지만 식음료 부분의 책임자들에게 그들의  방문이 사실 크게 달갑지는 않다. 영업 도중에 그들을 응대하고 그들의 이론적인 지식과 현장 책임자가 바라보는 현실적인 상황을 조율하면 있던 기운이 다 빠진다.  시청이나 구청에서 위생검열에 적발되면 벌금을 내거나 심하면 몇 개월 동안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한다. 회사의 경우에는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심할 경우 책임을 물리고 퇴직도 시킬 수 있다.



주방에서 먹는 막나온 크로아상에 누텔라 크림 조합




오전 11시부터 직원식당의 점심식사가 시작된다. 아침 근무는 저녁 근무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식사 시간이 다가올 때쯤 일부러 인상을 잔뜩 쓴 것처럼 보이는 남녀가 간이 조리복과 마스크를 쓰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오전 근무 sous-chef와 함께 동행하며 그에게 질문을 던지며 가져온 수첩에 무엇인가를 계속 적어 내려 간다. 저녁 근무 때 나에게 주방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려주던 동료가 리츠호텔 자체에 위생검열팀이 있어서 규칙적이지 않게 주방을 돌면서 위생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체크한다는 말이 떠 올랐다. 그들은 리츠 자체 위생검열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만든 모든 것에는 만든 날짜와 유통기한 그리고 제품명과 제조한 사람의 이름을 적는데 귀신처럼 잘못된 부분들을 찾아냈다. 30분가량을 돌더니 몇 가지를 지적하고 사라졌다. 주방 문 앞까지 가서 배웅하고 돌아온 sous-chef 표정이 좋지 않다. 안 보는 척 내 업무를 했지만 나도 모르게 예전 생각이 났다. 그날 저녁팀과 교대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있었다. 저녁팀은 출근하자마자 아침근무팀에게 소식을 듣고 지적받은 것 중 우리가 하지 못한 것들을 하는 것으로 저녁을 시작했다. 그렇게 청결하게 한다고 하는 리츠에서도 몇 가지가 걸리는 것을 보고 창과 방패에서 결국 방패가 뚫린 느낌이었다. 나라를 막론하고 식음료에 관련된 모든 학과에 '위생'이라는 과목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은, 책임자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늘 신경 쓰고 지켜야 하는 것이다. 위생은 고객과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관계적 신뢰의 문제다.


휴무날 줄과 함께 멋진 곳에서 좋은 시간




고객과 소통의 순간


리츠호텔은 매주 일요일 오후에 브런치가 있다. 리츠에서 브런치는 중요한 매주의 고정 행사 중에 하나이다. 호텔 전체가 신경 써야 하고 다양한 파트에서 브런치를 위해 전날부터 준비를 한다. 내가 속해 있는 제과팀에서는 다양한 과일과 빵, 샐러드 그리고 작은 디저트를 준비한다. 매주 토요일 저녁 근무에서 브런치 준비 품목을 몇 가지 맡아서 했다. 아침근무팀은  아침에 준비해야 하는 또 다른 디저트들을 준비하고 체크한다. 그리고 2명의 제과사가 고객과 마주하는 Salon으로 올라가서 당일 아침 직접 진열을 한다. 각 파트에서 진열만 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파트의 직원들만 브런치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것이 아니다. 제과사 한 명은 수시로 비워지는 디저트와 과일을 채우고, 다른 한 명의 제과사는 고객 앞에서 따뜻한 크래프를 제공하며 서비스한다. 저녁 근무에서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쯤은 늘 조식을 위해서 크래프를 구웠다. 처음으로 만들어본 크래프였지만, 갈수록 그 실력을 인정받아 오전 근무에서 브런치 2명의 인원에 선택되었다. 크래프를 굽는 것보다 리츠의 고객을 처음으로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해야 하는 생각에 걱정도 잠시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엄청난 부담감이 밀려왔다.


브런치가 열리는 리츠 중앙 홀



브런치가 시작되면 금빛으로 찬란한 호텔의 중앙 홀에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온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오기 전부터 크래프를 굽고 있었다. 진열해 놓고 설명해주며 응대하는 파트가 대부분인데 유일하게 제과 파트는 크래프를 굽는다. 굽는 동안 연기가 나고 크래프의 달콤한 냄새가 그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대부분의 고객은 영어로 먼저 말을 걸어주는 나와 같은 외국인이지만 아주 가끔 불어로 부탁하는 고객들도 있다. 간단한 제품 설명부터 고객이 원하는 크래프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즉석으로 만드는 제품이다 보니 신속성도 중요하다. 부족한 불어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리츠의 브런치 단골이라는 우아한 일본인 여자 고객은 나에게 "브런치 처음이세요? 처음 보는 거 같아요" 물어보더니 수줍게 웃었다. 아이를 동반한 캐나다 출신의 3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여자분은 5번이나 나에게 찾아와서 크래프를 요청했다. 어느 곳으로 둘러보아도 금빛이 찬란한 프랑스의 호텔 중심에서 4시간이 넘도록 크래프를 굽는다는 것보다 내가 더 이 경험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따로 있다. 고객들과 내가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였다. 아이를 동반한 아이에게는 눈높이에서 따뜻한 크래프를 건넸고 부족했지만 각자의 고객들 의견에 맞춰서 적절한 응대를 했다. 크래프는 30kg가 넘는 양을 구웠고 보기 드문 흥행으로 종료되었다. 주변의 동료들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워주며 격려해주었다. 마지막 고객이 나가면서 나를 보고 말없이 작은 목례와 함께 웃으며 옷을 가다듬고 나갔다. 브런치를 했던 모든 홀에 불이 다 꺼졌고 나는 그 뒤로 한 시간을 더 크래프를 구웠다. 저녁 근무에서 크래프를 구웠을 때 발전되지 못한 모습이나 그들에게 부정적인 모습이 비치어졌다면 내가 이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에는 크래프 굽는 일이 하찮은 일일수 있고 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오고 작은 일에도 진심과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큰일은 이미 다른 사람의 몫이다.




모든 게임이 그렇겠지만 플레이가 선언되는 순간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코로나 바이러스, 결국



한국에서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인사말처럼 "코로나 조심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감흥이 없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과 목표가 확실했고 주변 환경이 그랬다.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더 미움받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이 프랑스에서 코로나는 남 이야기 같았다. 그들은 여전히 공원에서 봄을 맞이했고 삼삼오오 모여 늦은 시간까지 불 켜진 카페에서 술잔을 부딪혔다. 프랑스 대통령은 3월 12일 프랑스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고, 14일에 모든 상점과 식당, 클럽과 영화관에 휴교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튿날인 16일 저녁 8시, 프랑스 국경을 모두 닫고 도시 간 이동금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한 외출 금지를 선포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일들이 눈앞에 벌어졌다



14일 오전 호텔 직원 입구부터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날 디저트를 만드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 냉동고를 전부 비워내고 유통기한이 짧은 것들은 모두 폐기했다. 최소한은 냉장고와 냉동고만 남겨두고 모두 꺼졌다. 그리고 우리는 대대적인 장기 휴무를 대비하기 위한 대 청소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무기한 휴무에 들어갔다. 평소처럼 "내일 보자"가 아닌 "곧 보자"라는 인사를 남긴 채.

다시 냉동고에 전원이 들어오길 바라며




프랑스는 날씨가 따뜻해지며 햇빛이 좋으면 모두들 길거리로 나온다. 풀밭과 앉을 수 있을 곳 어디라도 그들은 좋아한다. 갈수록 추위는 물러가고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코로나에 직면해있다. 그리고 리츠호텔이 직면해 있고 내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이 직면했다. 그것은 내가 직면했다는 이야기다. 불과 보름 전까지 나와 다른 이야기였다. 프랑스 전체가 멈춰버렸다. 작은 프랑스의 방 안에서 이 글을 정리하며 써 내려가는 순간에도 많은 생각이 든다. 주변에 한국인들은 프랑스를 욕하며 떠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직도 고민 중에 있다. 아무도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쉽게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기사들도 주변에 맴돈다. 외국인으로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본인의 꿈을 이뤄나가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는 더욱더 큰 장애물이고 막 힘돌이 된다. 불안함과 초초함 그리고 참 원망스럽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나는 이러한 상황이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두에게 아픔과 힘듬의 시간이겠지만 매일 저녁 8시에 프랑스에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처럼 그들이 분명히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늦지 않은 시일 내에 새로운 리츠의 나의 글을 올리길 바란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나도 슬기로운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바게트가 맛있는 애증의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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