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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Eyre Apr 30. 2021

3개월 만의 퇴사, 그리고 남은 것

인생은 시작과 끝의 연속, 회사의 모습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질 수 있지만 그것을 늦출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다. 내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순간의 어떠한 감정들이 무엇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계속 끊기지 않고 떠오르면 좋겠다. 나에게 프랑스에서 보낸 시간이 그런 어떠한 감정이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도중에 구매했던 엽서들을 서울로 이사오자마자 집안 곳곳 붙여 놓았다. 유학 가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러한 행동들이 참 유별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들의 마음이 백번 이해된다. 기억과 감정이라고 말했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에서 내가 느꼈던 생각과 마음가짐, 간절함과 일종의 가치관들이다. 그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물론 글처럼 선명하지 않지만, 다행히  엽서 한 장을 어디에서 구매했을지 정도 아직까진 기억이 선명하다. 그리고 날마다 그때의 순간순간을 미치도록 그리워하며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 그때의 순간순간이 없었다면 이 글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매일 저녁 그때 써놓은 글들과 엽서를 바라보며 과거의 나를 마주하고 질문을 던진다. 수 없이 글을 쓰고 싶었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글을 쓸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이제야 이 글이 온전히 나를 되돌아보며, 미래의 나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집안 곳곳에 붙여 놓은 프랑스에서 사온 엽서들



나를 위한 보상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이 질문은 내 인생에서 처음, 프랑스에서 나에게 처음 던졌던 질문이었고 그 날 이후 나에게 커다란 숙제, 정확히 말하면 풀어야만 하는 숙제로 다가왔다.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질문이었고, 모든 중요한 생각과 걱정 위에 가장 우뚝 솟았다. 나의 생각과, 그것들로 빚어진 나의 말과 행동들이 나의 가치관과 목적에 부합하게 지내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에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지 못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나의 마음상태가 제품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 돌아와 반년만에 서울제과점에 취업이 되었다. 매장 상황을 고려하여 갑작스럽게 집을 알아보고  가지 짐을 챙겨 서울로 올라온 그날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프랑스에서 돌아와  직장이라는 것에 의미 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서울로 올라가는 차에서 내내  생각이 가득했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퇴사를 했다.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내린 선택일  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함께 일했던 4명의 동료 모두 퇴사했다. 나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이상 일을  하는   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적지 않는 나이기 때문에 의미 없는 시간에 모험하고 투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할  없는 상황의 연속과 맞지 않은 가치관의 문제는 괜찮지 않았다. 두통약을 달고 지냈다. 마음의 상처와 바꿀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바보 같고 순수한 마음이 이제 나에게 없었다. 만약 프랑스를 가기 전의 나였다면, 아마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과거의 나에게 미안했다.  나아가 일종의 죄책감까지 밀려왔다. 그런 나에게 이번 퇴사는 일종의 나를 위한 '보상'이다.




회사의 목적은
 평범한 사람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내가 생각하는 회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대단한 일을 만들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회사든 유능한 인재들로 가득한 조직을 꿈꾼다. 그러나 회사의 인지도나 규모가 작은 곳은 그러한 인재들을 채용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아직 커다란 희망일 뿐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직원들의 장점을 찾아내고 최상의 환경에서 업무 할 수 있도록 하며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먼저다. 단순히 회사의 목적이 매출에 있고 직원들이 그것을 타의적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 서로의 거리는 멀어진다. 직원들을 특별하게 먼저 만들고, 그 직원들이 회사를 특별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래서 면접을 통해 서로를 알아갈 시간을 가진다. "이런 것 할 줄 아세요?'의 1차원적인 질문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가치관을 알아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또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하겠지



첫 출근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면 그 사람은 나의 파동에 반응한다. 내가 처음부터 채용에 관여하지 않았고 뒤늦게 합류한 이러한 경우에는 각자의 특별함을 빨리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일하는 주방이라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매일 새벽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마음 상태와 건강상태들을 체크하는 것은 주방 책임자의 몫이다. 건강한 마음가짐에서 더 나은 제품들이 나오는 것을 내가 경험했다. 제품을 빨리 만드는 것보다 그들이 다치지 않고, 소중한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받는 느낌을 들게 만들 것, 생각을 교류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드높여 줄 수 있는 것이 나에게 중요했다. 나는 부족한 것이 참 많은 사람이다. 나도 평범한 사람이다. 혼자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하나씩 완성되어 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줄 거야'라는 생각은 회사라는 공동체에서는 있을 수 없다. 표현해야 하고 말해야 한다. 성격부터 잘하는 것들이 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업무를 하는 곳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특별하게 생각하면 특별해지는 것이고,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상대도 그것을 느끼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평범한 기계가 아니라, 특별한 구성원들이다.




나의 생각은 나의 경험이 된다



나는 주방에서 시간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비단 주방뿐만이 아니다. 사실 나의 업무방식은 전 회사에서 축척되고 배운 것들이 많다. 내가 동료들에게 공용으로 사용하는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 "언제쯤 끝나세요? 제가 언제쯤 사용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을 때, "곧 끝납니다"와 같은 두리뭉실하고 주관적인 대답을 종종 듣게 될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시간으로 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나에게 "5분 뒤에 끝납니다"라고 대답해준다면 나는 앞으로 5분이라는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그 시간이면 다른 업무를 할 수 있고, 시간을 조율하여 더 효율적으로 일할수 있다. 누군가에게 '곧'은 1분이 될 수도 있고 30분이 될수도 있다.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는 것은 생각을 하는 것이고 생각들로 인한 행동이 모이면 경험이 되는 것이다. 시간으로 일하는 방법도 생각을 하며 일하면서 나온 경험의 일종이다.



업무 끝나고 동료들과 디저트 먹으러 갔던 날


나는 sous-chef 였는데, chef휴무에 그의 업무 대행을 했다. 그분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퇴사하기 전까지나 형식상으로 그렇게 불렀었지만, 퇴사한 지금, 그 정도의 인격과 실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렇게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모든 면에서 최악의 상사였다. 아무튼 사실상 업무 대행이라고 적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제안하고 동료들과 맞춰가는 시간이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고, 내 생각을 그들에게 공유하려고 했다. 그들의 생각이 나의 생각에 영향을 주고 나의 생각이 그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리고 주방은 그렇게 서서히 움직인다. 하루에 각자가 맡아서 해야 할 일들을 나누고, 계획을 세운다. 나는 그들과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기계가 되지 않기 위해, 서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들은 그런 내 이야기를 경청해줬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역량과 조건 속에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제안했다.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일하고 살아가는 방법. 인생에서 3개월이라는 짧은 교차점이었지만, 내가 그들에게 받은 영향처럼, 내 영향력도 그들에게 작게나마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서 했던 생각이 그들의 가치관이 되고 업무방식이 그들의 경험이 되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좋은 질문은 끝없는 탐험과 기회를 향한 지름길



회사에서는 수많은 질문들을 주고받는다. 질문에는  종류의 질문이 있다. "", "아니오" 대답을 들을  있는 질문이 있고, 정답이 없거나 이야기를 이어질  있게 하는 질문이 있다. 질문이 달라지면 들을  있는 대답도 달라진다. 나는 전자의 질문을 탐험과 기회를 없애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이었다. " 제품 발효점  봐주세요, 이제 오븐에 넣어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이 슬펐다. 내가 넣으라고 하면 넣고, 내가 넣지 말라고 하면  넣을 생각으로 하는 질문이었다. 내가 오히려 다시 질문했다. "Y  생각은 어떠세요?" 포지션 변동이 가끔 있었지만,  곳에서 오븐 책임자는 그녀였다. 그녀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조금  발효를 봐야   같아요" 그러라고 했다. 발효 10  시키고, 10  시킨  굽는 것에 따라 제품의 품질에 크게 영향이 있지 않다.  영향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녀에게 결정에 따른 결과를 경험해   있게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적어도 여기선 나보다 그녀가  제품을  굽는다. 그리고 잠시 뒤에 내가 제안했다. 다음에 나에게 같은 질문  때는 " 생각에는 발효를 10 정도  봐도   같은데, sous-chef 생각은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나의 생각은 철저하게 무시당한 , 일  때만큼은 나를 철저하게 기계로 만들려는 곳에서 일했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나중에 내가 바꿀  있는 환경이 온다면, 그렇게 일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책임자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해결책을 먼저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답답하더라도 동료를 해결책을 경청하고 모두에게 부딪힌 문제에 대해 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할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줘야 한다. 구성원들은 궁금증을 가진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들어주길 바라고 상대의 생각을 듣기 원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과 건의사항에 빠른 피드백을 원한다. 생각이 많고 궁금증이 많고 개선하고 싶어 하는 것이 많은 직원이 회사에서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재를  알아보는 무능한 상사고 경영자일 뿐이다. 좋은 질문과 좋은 대답은 발전하는 공동체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피드백과 연구로 만들어진 최고의 크루아상



관찰력이 그 사람의 크기를 결정한다



내가 생각하는 상급자의 첫 번째 덕목은 명령하는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헌하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그 두 번째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5년 전에 제과점 과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사장님과 과장급들과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왔다. 그리고 카페를 방문했다. 그리고 방금 방문했던 식당의 테이블 종류와 갯수와, 근무하던 인원수, 평균 객단가, 가능하다면 주방과 내부 평수와 도면까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적어보라고 숙제를 내줬다.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적고 상상으로 몇 가지는 만들어 냈다. 별수 없었다. 형편없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정보들이 난무했다. 사장은 우리에게 말했다. "관찰력을 길러라. 두 눈으로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을 길러라" 그땐 왜 단순히 '왜 내가 그런 것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뒤로 수없이 그 훈련을 했다. 자신의 맡은 일에만 집중하면 관찰력은 떨어진다.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이 일하는 곳일수록 관찰력이 떨어지면 업무 효율성과 협동심은 저하된다. 경험에서 나온 정보다. 관찰력은 관심과 집중에서 나온다.


하루가 행복했었던 바게트 잘나온 날



내 손은 빵의 모양을 잡고 있어도 내 눈은 이 시간에 반죽을 치는 동료는 무엇을 하는지, 오븐 보는 동료는 무엇을 하는지 관심 있게 봐야 한다. 내 귀는 주방의 모든 소리를 들어야 하며, 내 후각은 주방에서 나는 모든 냄새를 맡고 있다. 내 미각은 제품의 맛을 기억해야 하며, 내 손은 매일 같은 반죽의 촉감과 온도를 기억해야 한다. 관찰력을 기른다는 것은 오감으로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동료를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예사롭게 넘기지 않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대응할 때 마침내 그 사람의 노력은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단순히 기억하려고 애쓰면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다. 그 상황에 집중하면서 사진을 찍듯이 모든 것이 기억되는 훈련을 거듭하다 보니,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과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관찰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자신의 매장에 찾아오는 고객에게 조차 관심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사무실에서 일한 시간보다 주방에서 일했던 시간이 많아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공감대가 높다. 내가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스쳐간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내가 관찰력이 좋다고 남들보다 우열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시 말하지만 기술적으로, 인격적으로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노력하는 사람이다.




기술을 뛰어넘는 인격자가 되는 길


인격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으로 정의된다. 기술과 인격을 모두 겸비한 동료나 상사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기술이 인격보다 중요해지면 거만하기 십상이고, 인격이 기술보다 뛰어나면 행동은 없고 말로만 떠드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래도 둘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인격을 고르고 싶다. 기술자 이기전에 상대를 이해할 줄 알고 적어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프랑스를 다녀와서 처음으로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일하려고 노력했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가 생각하고 결심한 것들을 적으라면 책 한 권은 거뜬히 쓸 수 있을 정도다. 내 선배들이 나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의 지식과 인격적 결함을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는 처음에 그럴듯한 계획으로 시작하고, 또 누군가는 뒤늦은 나이에 유학길에 오르고 이 일이 배운다. 해가 거듭하고 내 주변을 보니, 내 주변에 이 일을 여전히 하며 오래 남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에 돌아오면 내가 느끼고 배운 것들을 현장에서 적용시켜 보고 싶었다. 그들에게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나도 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이 모두 내 품격을 갖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3개월 동안, 꿈에서라도 현명하고 맑은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프랑스에 있던 과거의 나와 독대하며 많은 것들을 물어보고 오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인격은 하루아침에 갖춰지는 것이 아니라, 존중받을 만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 스스로의 격이 높아진다.


오븐 청소하면 빵 구울 맛 납니다


기술만 뛰어난 사람은 세상에 너무나 많다. 기술이 있다고 부를 축적하는 것은 아니지만 꼭 그런 사람이 인격이 생긴다는 말에는 반대한다. 나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되,  누군가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뛰어난 인격을 갖추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인격자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많다. 그중에서도 틀림없는 방법은, 다른 직업과 나와 다른 동료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는 것이다. 내가 어떤 곳에 있어도 내 정신이 올바르면 바르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나에게 첫 실패였지만, 3개월 동안 나는 누구보다 유능한 동료들과 좋은 경험을 공유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확실하게 내 미래를 그려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값진 경험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주방의 나의 흔적들, 그리고 이제 안녕 칫솔



내가 서야 할 곳, 내가 머무른 곳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은 조화와 공생의 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결하지 않아도 각자의 잘하는 분야에 따라 최대한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서로의 조화 가운데 자신은 물론 함께 하는 동료들 모두 행복에 이를 수 있다. 내가 하는 생각이 내 인생을 만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들 중에 남겨 놓고 싶은 생각을 모아 다시 정리하고 글을 남긴다. 나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걱정이 많아서 결정에 대범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나의 결정에서 수없이 고민하는 편이고, 업무적인 상황이나 일상생활에서도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한 뒤에 행동한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프랑스를 다녀오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다녀오고 나서 내 업무 방법이며 생각이 바뀌어 가며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가기 전이라면 당장 다음 회사가 없는데 자진 퇴사는 상상도 못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하게 퇴사하고 글을 쓰고 있다. 하루하루를 나 자신에게 부끄럽게 살고 싶지 않다. 내가 머무른 곳은 그곳의 가치관을 간직한 채 또 그렇게 운영될 것이고, 나는 또 내가 서야 할 곳을 찾아갈 것이다. 서로 맞지 않는 곳에 함께 있는 것은 회사나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발전이 없다. 의욕이 넘치고 하고 싶은 게 많았던 3개월 전의 나는 이제 없지만, 분명한 것 나는 이곳에서 내 역량을 절반도 발휘하지 않았다. 아니 발휘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이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불안하지 않다. 긴 공백을 거치고 어렵게 취업된 곳이었지만, 세상에는 돈보다, 그리고 하나의 제품보다 더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낀다. 그것을 지킬 수 없어서 퇴사한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퇴사는 100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현명했다. 내가 어느 곳에 서 있을지에 대한 걱정보다, 나의 미래에 선명해진 윤곽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리고 오늘도 내가 프랑스에서 배우고 느낀 대로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우리집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



그대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더할나위 찬란했으니
그걸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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