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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tryvirus Mar 26. 2020

신작시  /  「교체」

시시하고이상한詩공간

교체  /  오성인



워낙 장사가 되지 않자 간판을
바꿔 달았다 장례식장에서 횟집으로
 
장의차가 울음을 밀어 넣으며 침묵하던
주차장엔 해수를 채운 활어차가 서있다
 
고인과 상주를 알리는 전광판이 있던
자리에 놓인 수족관 속을 유영하고
있다 활어들이
 
죽음은 장사가 되는가 과연 간판과 함께
죽음도 교체된 것인가
 
주방으로 모습을 바꾼 빈소에서
주방장이 주문 받은 회를 뜬다
 
손끝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잎과 꽃은 언제나 끝에서 돋는다
 
더 이상 찾아오는 조문객은 없고
밤새 조명을 밝혀도 어둡지 않지만
작은 동네인 까닭에 여전히
장사는 잘 되지 않지만
 
죽음은 얼굴이 바뀐 채 흐르고 있다
 
남겨진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망자처럼
제 살점을 집어 입 안에 넣는 사람들을
물고기가 올려다보고 있다
 
칼날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 계간 『시현실』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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