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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쑤아 Oct 10. 2022

떼쓰기 지옥.. 과연 끝나기는 할까?

불안이 높고 예민한 아들 키우기

"아들이 많이 울죠? 걱정마요. 우리 아들도 그랬어요."

"죄송해요. 많이 시끄럽죠.. 그런데 몇 살 까지 울어요?" 

(웃음) "6살?" 

"네?? 앞으로도 2년을 더 기다려야 해요?!"

(좌절) (좌절) (좌절) 


아들이 4살 때 두 층 아랫집 엄마랑 나눈 대화이다. 안면만 있는 엄마가 위로를 건넬 정도로 우리 아들의 떼쓰기는 엄청났다. 둘째는 18개월이 될 즈음부터 느닷없이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딱딱한 바닥이든 벽이 든 상관없었다. 심기가 불편해지면 무조건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박았다. 그 이유를 내가 알 수 있는 때도 있었고, 기분 좋다가 갑자기 '얘 왜 이래?' 할 때도 많았다.


18개월에 시작된 떼쓰기는 만 36개월 즈음엔 절정을 이루었다. 4살엔 머리는 박지 않았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발을 구르고 악을 쓰며 울었다. 첫째 딸은 36개월이 지나니 너무나 순둥이가 되었기에 아들도 36개월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36개월에도 심한 떼쓰기가 계속되니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고, 그 마음 때문인지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아이 심리에 관한 책, 감정코칭 책, 떼쓰는 아이 키우는 법, 예민한 아이 키우는 법 등 온갖 육아서를 다 읽고 적용해보았다. 책에는 그럴 때 무관심하라고 한다. 처음엔 아픈지 모르고 머리를 박지만 아프면 지가 안 아픈 곳을 찾아가든지, 살살 부딪히게 되니 놀라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무관심하면 '아, 엄마가 관심이 없구나.'하고 그 행동이 강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갑자기 머리를 박으니 머리가 다쳤을까 봐 생각할 틈 없이 놀라버렸고, 책을 읽고는 무관심하기도 해 보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다른 방법들도 마찬가지였다. 책에는 말이 늦으면 답답해서 떼를 쓴다고도 하지만 우리 아들은 18개월부터 단어를 말하는 단계를 건너뛰고 2~3 단어로 된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으므로 말이 늦어서 떼를 쓴 것도 아니었다. 책을 읽고 적용해봐도 소용없자 병원도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은 '이상소견 없음'이라고 했다. 이상이 없다고 하니 감사하긴 했지만, 떼쓰는 이유를 모르니 답답함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고군분투의 시간이 지나 아들은 조금씩 좋아져서 6살이 되니 때와 장소를 가려 '떼쓰기'가 아닌 '불편함'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참 힘들었다. 긴 가정 보육의 시간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떼쓰기는

나를 많이 지치게 했는데, '이 아이가 계속 이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끝이 없는 터널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때 내가 했던 노력은 아들이 불편한 상황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었다. 낯선 상황이나 사람은 어려워하므로 놀이터도 한가한 시간에 나가서 놀았고, 식당도 방에 들어가 먹는 곳 아니면 잘 가지 않았다. 집안 행사가 있을 때는 미리 여러 번 이야기를 해주었고, 가능하면 어른들께 인사만 하고 한가한 곳으로 가 있었다. 잠이 오면 갑자기 짜증이 시작되는 걸 알았기에 밤잠과 낮잠을 푹 잘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4살 이후로는 말이 통할 나이이니 안된다고 하고, 울어도 내버려 두기도 했고 온갖 성질을 부려도 무시하기도 했다. 물론 지켜보는 마음이 꽤나 무겁기는 했지만...


이렇게 불편해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하는 것과 함께 바깥놀이를 매일 2시간 이상씩 했다. 유아기 때 '피부는 제2의 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몸으로 느끼는 것이 뇌 발달에 가장 좋다고 한다. 어른에게도 운동이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가족은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한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는 비가 오면 비 맞고 놀고 더우면 해 질 녘에 나가서 노는 등 하루도 빠짐없이 나가서 놀았는데 이것이 뇌 발달뿐 아니라 에너지 발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힘든 시기를 견디는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남편과의 대화였다. 긴 가정보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지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남편은 나의 힘든 점을 늘 들어주었고, 항상 '우리 아들은 문제가 없다'라고, '크면 좋아질 거다'라고 말해주었다. 이 말이 나의 버팀목이 되었다.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이런 떼쓰기의 모습이 유아기 때 나타나는 것은 비정상은 아니라고 한다. 기질에 따라 강하게 표현되는가 순하게 표현되는가의 차이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다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혹시 지금 떼쓰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언젠가는 끝난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나처럼 4~5년을 겪어야 할 수도 있고, 더 짧게 끝날 수도 있다. 그 시간을 견디는 동안 엄마는 마음에 힘이 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처럼 남편과 이야기하고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간혹 치료가 필요한 아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우리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는 믿음, 나는 노력하는 좋은 엄마라는 믿음이 육아하며 때때로 힘들 때마다 가장 필요한 치료제가 아닐까 싶다.


덧.

떼쟁이였던 둘째는 지금 10살이 되었고,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듬직해졌다. 타고난 예민한 기질은 어디 가지 않기에 지금도 버럭 성향이 남아있긴 하지만, 스스로도 고치려고 노력하니 앞으로는 더 멋진 남자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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