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자. 유럽에서부터 퍼지던 이 단어는 최근 주위를 보면 흔하게 보이는 케이스이다. 조용한 퇴사자란, 회사에서 딱 남들에게 피해 안 줄만큼만 일하면서, 회사 내의 성장에 관심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주위에 가볍게 물어봐도, 팀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 매우 드물다. 10명 중 1~2명이 될까 말까이다. 보직자는 이제 성장의 정점을 상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삶을 감투의 이름으로 희생당하는 측은한 대상이 되기도 한다.
조직문화의 급격한 변화와 최근 코로나기간 동안 있던 근로소득 가치 하락이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팀장처럼 개인시간을 희생해 회사에 얽매인 삶을 살바엔, 보직 수당을 안 받고 다른 수입 파이프라인을 찾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주 극소수만 임원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많은 회사 밖 삶을 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팀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팀장을 끝으로 보지 않는다. 임원이 되고, 최고 경영층이 되길 원한다. 그 극소수의 열정 있는 사람들이 회사의 큰 동력임은 분명하다. 이건희 회장님이 말한 것처럼, 변화하고 싶은 사람만 적극 지원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냅둬라고 한 것처럼, 조직을 이끌고 싶은 사람을 잘 찾아 키우는 것이 HR의 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용한 퇴사자가 생각보다 너무 많다. 누가 봐도 리더감인 인원이 보직자로 지정되자 거부하기도 한다. 심지어 주재원으로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는다. 워라밸의 붕괴가 예상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방법이 없다. 보복성 인사조치라도 한다면, 소송으로 회사가 질 수도 있다. 유일한 방법이라곤, 보직자의 수당을 아주 많이 높여주는 것(당근으로 유인). 워라밸의 붕괴를 일부 감수하더라도 괜찮을 정도의 보수.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조용한 퇴사자는 앞으로 더 큰 조직 내 문제가 될 것이나, 이 또한 자연스러운 조직의 변화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1만명이 넘는 회사에, 약 2천명정도를 담당하는 사업부의 인사담당자였습니다. 인사, 교육, 조직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루면서 느꼈던 요즘 회사 이야기를 가볍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