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영도 봉래동 투어' 두 번째 후기
2021년 10월의 첫 주말입니다.
개천절을 낀 주말이라 대체휴무까지 추가되어 나름 아담한 연휴가 되었는데요. 코로나가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여행에 대한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국내 로컬 여행이란 형태로 더 표출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해외가 차단되고, 반대급부로 국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는 제가 살고 있는 부산이란 도시에 대해서 많이 살펴봤었는데요. 많은 책을 읽고, 답사를 다니며 내렸던 결론은 기존에 제가 모르고 있던 부산의 매력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과정 끝에 부산의 특화 골목길 상권 6개 권역에 집중하게 됐고 동네 인사이트 여행이란 주제 하에 비즈니스, 브랜드, 공간의 관점에서 로컬을 살펴보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투어를 기획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여행객으로서 가볍게 둘러보는 것과 달리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기도 했고, 최소한의 수고비라도 벌 수 있을지 고민했던 거 같습니다.
다행히 예전부터 알고 있던 지인들과 프로젝트성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하나하나 준비하면서 수익을 떠나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 속에서 제가 공부를 하며 느낀 한 가지는 저는 여행업을 무척 아끼고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는 이 일을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며 경제적으로도 수익을 많이 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여행 산업이 근래 10년 간 질적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충분한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여하튼, 그러한 생각과 행동 끝에 비즈니스 관점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로컬투어들을 만들고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오신 분과 영도 봉래동 투어를 마쳤는데요. 방문지에 대한 하나하나의 설명들 보다도 3시간 도보투어 내내 참석자 분과 교감하며 나눈 대화들이 저 자신에게도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이 됐던 거 같습니다. 첫 미팅 장소인 영도관광안내센터에서 영도의 역사와 지역성에 대해서 살펴봤고, 부산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인 삼진어묵 본점에 가서는 B2B 구조의 기업이 어묵 베이커리라는 아이템으로 B2C 시장에 진출하며 겪었는 시행착오들을 통해 격변의 시대를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서 인사이트를 얻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 B2B(Business to Business) : 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 형태(기업거래)
※ B2C(Business to Consumer) : 기업이 제공하는 물품 및 서비스가 개인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되는 거래 형태(개인거래)
자본과 인프라를 가진 집단이 어떠한 비전과 생각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도시의 생태계가 바뀐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전국구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로컬 브랜드들을 보면서 브랜드의 명칭, 로고, 공간 디자인, 운영방식 등 한 가지 한 가지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들이 있었을까 느껴졌던 시간이었는데요.
불확실의 시대 속에서 나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투어였습니다. 항만수리창고를 개조한 복합 문화공간인 무명일기를 끝으로 어둠이 어둑해진 봉래동 물양장을 걸으며 새로운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성적으로 시작해 감성적으로 끝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