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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영도 봉래동을 걸었습니다

'로컬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영도 봉래동 투어' 세 번째 후기

by 피터

비 오는 날, 영도 봉래동을 걸었습니다. 사실 일교차도 커지고 부쩍 쌀쌀해진 날씨라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멀리 경기도에서 와주시는 참석자분께 영도의 매력을 전해드릴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들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미팅 장소인 영도관광안내센터 앞에서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3시간 남짓의 도보투어가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을까? 부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억은 어떠할까? 갖가지 생각을 하던 찰나에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부산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에게 영도는 낯선 지역일 수 있습니다. 부산하면 해운대 해변가의 화려한 풍경이 익숙한 여행객들에게 영도는 낯선 땅일 테니깐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섬이기도 하고, 부산 안에서도 수수께끼 같은 비밀 지역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영도는 일본으로부터 고구마를 가지고 와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재배한 지역이기도 했고, 다나카 조선소라는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가 생겼던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주력 산업이었던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급격하게 도시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런 배경에 기인하여 로컬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창업가들이 영도의 지역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들을 이어나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삼진어묵의 어묵고로케


봉래동 투어는 이러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가는 브랜드들을 비즈니스, 브랜드, 공간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투어였는데요. 삼진어묵 본점이 있는 장소에서부터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나눴던 거 같습니다. 요즘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B2B 기업들이 계속해서 B2C로 개인고객들을 만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거래하는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B2B 구조의 비즈니스가 효율적인 모델일 수 있지만, 수요의 한계가 드러나는 출혈경쟁의 시장이라면 빠른 기획과 실행으로 B2C 시장에서 수요를 이끌어내는 게 필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에선 장기적인 전략과 계획이라는 게 무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로컬 기업인 삼진어묵을 예를 들었지만, 삼진어묵(법인명. 삼진식품)이 반찬의 속재료 정도로 인식되던 어묵을 어묵 베이커리라고 일컬어지는 프리미엄 간식으로 브랜딩에 성공한 것처럼,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몰 브랜드들을 AREA6(복합 문화공간)에서는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선순환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앵커기업 혹은 멘토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앞으로도 삼진어묵을 중심으로 스몰 브랜드들에 대한 다양한 협업과 지원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AREA6, 팝업스토어 <영도, 골목, 그리고 커피>
커피 원두 체험이 가능한 공간 구성


장소를 옮겨 수영장 카페로 유명한 영도 젬스톤으로 향했는데요. 오양대교맨션 1층의 레포츠 공간을 개조하여 만든 이 카페 겸 복합 문화공간은 별다른 설명이 없더라도 방문객의 마음을 움직였던 거 같습니다. 운영 상의 어려움으로 14년 간 방치되어 있던 수영장을 처음 정비하려고 시작했을 때, 동네 어르신들이 그렇게 말렸다고 하더라고요. 여기는 한잔에 4,5천 원 하는 커피를 마시는 수요가 있는 동네가 아니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이론과 실행에는 항상 괴리가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수영장의 정체성을 살려 공간을 재구성한 젬스톤 대표님의 뚝심이 지금의 멋진 공간과 경험을 만들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고 나와, 마지막 장소인 무명일기로 향했습니다. 날이 이미 어둑해지고 비가 내리다가 그치면서 선박수리창고 주변 부산항 바다의 풍경이 꽤나 운치 있게 다가왔는데요. 참석자 분과 홍콩 침사추이를 영도에서 만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영도 바다의 새로운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참 매번 느끼지만 자세히 보아야, 그리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게 많더군요. 제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투어를 계속하는 이유인 거 같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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