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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봉래동 투어를 마쳤습니다

로컬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영도 봉래동 투어

by 피터

영도 봉래동 투어를 마쳤습니다.


섬인 듯 섬이 아닌 부산 영도는 최근 몇 년간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변화들을 겪고 있는데요. 역사적으로 보면 개항 이후 일본에 의해 근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조선소, 자기 공장이 건립되었고 도개교인 영도대교와 전차 건설 등 산업화의 거점이 되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후 한진중공업을 필두로 조선업이 번창하면서 대표적인 산업 거점의 역할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변화의 시작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전통 산업이었던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부산의 그 어느 지역 보다도 도시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영도에 대해서 이렇게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많은 동네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시선을 강타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그건 영도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건축적 인프라를 바라보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시선이었습니다.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안돼", "화려하고 매끈한 게 없어서 안돼"라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영도의 기존 색깔을 담아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라이프스타일 숍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죠. 추가로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되고 예산이 투입되면서 영도는 새로운 변화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 :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 제작하는 사람을 뜻하는 크리에이터(Creator) 합성어. 지역 문화, 관광 및 자원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업가를 지칭


이런 배경 하에 '로컬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영도 봉래동 투어'는 기획되었습니다. 영도의 많은 지역 중에서도 영도대교를 건너면 바로 만나는 봉래동 지역을 선택한 거죠. 실제로 봉래동은 남포동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지역으로 영도를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들이 많이 있는 지역입니다. 도보 투어로 다니기에 제격인 곳이죠.


[투어코스 - 3시간 일정]

1. 영도관광안내센터

2. 삼진어묵 본점

3. AREA6

4. 대통전수방

5. 젬스톤

6. 무명일기


영도관광안내센터


투어의 시작은 영도관광안내센터였습니다. 3층 건물의 안내센터는 다리가 들리는 도개교인 영도대교의 모습을 형상화한 건물이었는데요. 영도의 지리적인 특징에서부터 근대화를 겪으면서 영도에 일어난 변화들을 아카이빙 해놓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관광해설사 선생님들의 영도에 대한 해설도 들을 수 있었죠. 로컬 브랜드를 살펴보는 투어에서 해당 지역의 정체성을 알아보는 건 중요했는데요.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자원에 기반하여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로컬 브랜드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영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삼진어묵 본점


이어서 찾아간 곳은 부산의 대표적인 로컬 브랜드인 삼진어묵이었습니다. 1953년부터 이어져 온 가장 오래된 어묵 브랜드이기도 했고 근래 10년 간에는 기존의 B2B 시장 비즈니스에서 B2C 시장에 진출하고 브랜딩에 성공하며 많은 성장을 이루어낸 브랜드이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삼진어묵(법인명:삼진식품)의 오너 3세인 박용준 대표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다시 한번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미국에서 회계사를 준비하던 그가 10년 전 부모님의 부름을 받고 회사로 오게 될 당시 삼진어묵의 경영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어묵 수요의 감소로 인해 생산공장은 반나절을 채 돌리기 힘들었고, 도매시장이나 식자재 도매상 등을 대상으로 판매하던 B2B 시장의 어묵 수요는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었죠.


여러 고민 끝에 박용준 대표가 내린 결론은 단순 반찬으로 인식되어 오던 어묵을 프리미엄 간식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존의 B2B가 아닌 B2C 시장의 도전으로 이어졌죠. 당시 베이커리 시장을 확대해나가던 제빵회사들의 움직임을 많이 참고했다고 하는데 결론적으로 베이커리형 어묵이라고 하는 프리미엄 어묵을 시장에 알리고 안착시켰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삼진어묵 공식 온라인몰을 비롯해서 전국에 있는 개인고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유통에 공을 들이기도 했죠.


또한 지역기업으로서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2016년에 삼진어묵의 비영리법인인 (사)삼진이음을 만들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당시 영도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지역으로 선정이 되었는데 5년 간 600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삼진이음은 사업 추진사로 참여하여 어묵, 두부, 국수 등 노포의 기술을 예비창업자들에게 전수하는 교육부터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이커머스 교육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왔습니다. 사람과 기술을 연결해주겠다는 삼진이음의 역할을 잘 살린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REA6


삼진어묵 본점 바로 옆에는 AREA6라는 이색 공간이 있었는데요. 삼진이음의 도시재생사업인 대통전수방 프로젝트의 결과물 중 하나로 로컬 브랜드들의 편집숍부터 코워킹스페이스, 루프탑, 세미나룸까지 다양한 기능들이 집약되어 있는 공간을 살펴봤습니다. AREA6라는 명칭의 의미를 살펴보면 Artist + 장인 = 아티장(Artisan)이라고 해서 로컬을 밝히는 아티장 골목(Avenue)이란 뜻인데요. 지역에서 오랫동안 장인의 기술을 보유한 분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그러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서울의 사운즈한남 못지않게 세련된 공간디자인과 콘텐츠들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1층의 로컬 브랜드들 중 송월타월이 눈길이 갔는데요. 송월타월은 양산에 본사가 위치한 기업으로 1949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지역의 대표 브랜드이기도 했습니다. 시중에 송월타월 판매 대리점이 많지만 AREA6의 송월타월 매장에서는 송월타월의 시그니처 제품들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부띠크 호텔에서나 볼 법한 예쁜 디자인의 타월이나 부산의 상징물이 담긴 제품들, 그리고 색감이 이쁜 이태리타월까지. 기존에 알던 송월타월의 제품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케아 매장에서 라이프스타일의 단면을 살피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브랜드 쇼룸의 역할을 하는 이 매장은 오직 해당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시그니처 제품을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브랜드가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디자인 굿즈 숍, 부산슈퍼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 근처에 생긴 굿즈샵을 잠깐 들렸는데요. 정식 오픈한 지 채 며칠 되지 않은 뜨끈뜨끈한 공간으로 부산의 디자인 굿즈와 기념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외관에서 보는 것처럼 레트로풍의 디자인과 소품들이 인상적이어서 앞으로 이색 포토존으로 SNS에 자주 회자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도 젬스톤


다음은, 수영장 카페로 유명한 젬스톤으로 향했는데요. 오양대교맨션 아래에 있는 공간으로 과거에는 대교레포츠에서 운영하던 실내체육시설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후, 체육시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14년 간 방치되어 있던 공간을 젬스톤의 이창렬 대표가 매입하여 새롭게 만들어 낸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기존의 실내수영장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아기자기한 공간 디자인을 만들어냈죠. 처음에 이 공간을 매입하고 공사를 시작할 때 지역주민들이 와서 걱정 어린 시선을 정말 많이 보냈다고 합니다(웃음) 이 지역에는 이러한 커피를 마시는 수요가 없을 거라는 의견이었죠.


그러나 수영장 콘셉트의 디자인을 살려 튜브, 비치배드/파라솔 등을 공간 곳곳에 비치하고 소극장을 두어 연극을 하고 세미나실을 운영해 F&B 창업 특강을 하는 등 공간 내에 이색적인 콘텐츠들로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대표적인 영도의 명소로 만들었습니다. 공간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더해 가치를 재생시킨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져 젬스톤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투어에 참여하신 선생님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기억에 남는 말 중 하나는 산업의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는 게 점차 더 중요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전통적인 기간산업의 경우 과거에 대규모 자본을 통해 설비를 구축하면 지속해서 수익이 나는 구조이지만 유통이나 서비스 등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관련된 산업의 경우 시장의 트렌드라는 것이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고 이를 잘 이해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코로나라는 상황은 그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켰고요.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알려면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봐야 하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투어의 시간이 더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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