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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음 Mieum Apr 14. 2022

21. 페미니즘 이슈로 싸우느라 낡고 지친 그대에게

한국의 페미는 방향이 잘못됐고 극단적인 경우가 많으며 남혐을 부추기나



- 페미니즘과 이퀄리즘은 다른 거다. 한국 꼴페미들은 걍 여성우월주의다.

- 한국의 페미니즘은 좀 방향이 잘 못됐고 극단적이다. 

- 한국 페미니즘은 뷔페미니즘이다. 지들 편한거만 우기고 원하니까.

- 페미들은 남자 한명이 잘못한거 가지고 선량한 한국 남자들까지 죄다 싸잡아서 욕한다  

- 차이와 차별은 다른 것인데 페미들은 그런것도 고려하지 않는다

- 페미는 남혐을 부추긴다 

- 여혐하는 남자 비정상! 남혐하는 여자도 비정상! 정상적인 애들은 지들끼리 연애하며 잘 삼. 


해줄 말이 당장 50개 정도 떠오르게 만드는 이런 말들 가운데서, 여전히 우리는 2022년을 살아가고 있다. 


이민경 저자의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가 2016년에 출간된 이후 벌써 6년 정도가 지났음에도. 많은 대중들이 이제는 페미니즘에 익숙해졌고 인권 감수성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노출된 듯 하지만, 여전히 저런 시대 착오적이고 듣는 사람 속 터지게 하는 말들은 수 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실제로 저런 인권 감수성 없는, 안티-페미니즘적인 발화를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때와 장소,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가? 아니면 항상 비슷한 태도를 일관하는가? 그 자리에서 지적하는 편인가, 아니면 말을 관두는 편인가? 나는 사실 2015년 처음 페미니즘을 접하고 공부했던 이후로 지금까지 적어도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티내기 정도의 태도는 포기한 적이 없다. 때와 장소, 그리고 상대방에 따라 당연히 “당신이 방금 한 말은 어쩌구 저쩌구 한 측면에서 잘못된 말입니다.” 라고 곧장 지적하지 못할 상황이 많다. 직장 상사일 때도 있고, 친한 가족일 때도 있고, 어른일 때도 있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친구일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작은 고집은 그것 하나였다. 대놓고 반박은 안 하더라도,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불편한 티는 내자. 그리고 말 하지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그냥 말을 했다. 그 말 불편하다고. 대부분 (거의 100%의 확률로) 그런 경우는 논쟁으로 이어지거나, 설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당신은 논쟁을 벌일 필요도, 설득할 필요도 없다. 당신이 소모하는 감정과 에너지의 양은 웬만하면 상대방보다 더 클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늘 좋지만도 않다. 그런 노력 끝에 상대방이 곧장 페미니스트가 된다면 가치가 있는 일이겠다만, 사실 그렇지 않다. 상대는 이미 ‘들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궁금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선배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한 자세로 묻는 것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대답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6~7여 년 전에는 매번 주변 사람들과 여성혐오 논쟁을 벌이고 각종 페미니즘 이슈들로 싸우느라 늘 낡고 지쳐있었다. 그 때 - 물론 떠나 보내야 했을 사람들이겠지만 - 잃은 지인들도 많고, 싸우고 나서 온갖 소리를 다 들어야만 했으며, 결국 소진되는 것은 나 자신임을 몇 년간 느끼고 나서야, 때에 맞춰 입을 다물 줄 알게 되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말이나 글쓰기, 설득 발화라면 꽤나 소질있는 편에 속하는 나지만 그런 능력치와는 별개다. 작정하고 덤비는 안티 페미니스트는 절대적으로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도 트집만 잡아대서 이젠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트집, 반박 레파토리까지 줄줄 읊기도 가능할 지경이니까. 


 2015년 겨울 어떤 날에는 사무실에서 업무 보던 중 예전 회사 동료직원이었던 남자 지인과 낮 2시부터 PC카톡으로 페미니즘 논쟁을 벌이느라 야근까지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지긋지긋한 일인데, 그 때는 그것이 내 정의감이었고 사명감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은 지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애정이 있었던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잃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설득했던 것 같다. 낮 2시부터 밤 10시까지, 여덟시간에 가까운 싸움이 이어졌고 나는 그 시간까지 야근을 하면서도 업무를 단 하나도 하지 못했다. 집에 가는 길이 왠지 허탈했다. 그 사람 말로는 ‘이런 부분들은 내가 인정할게,’ 라고 했다지만 그는 0.1%도 바뀌지 않은 편에 더 가까웠다. 그 사람은 변한 게 없고 나는 피곤했다. 


 그 날 집에 오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논쟁의 시간동안 나는 손까지 차갑게 변하고 몸이 명치부터 달달 떨면서 분노했고, 그가 잘 못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가르쳐 주기 위해 (공짜로!) 매우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는 당당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내게 질문만을 던졌다. 내가 대답하면, 그는 트집을 잡아 반박했다. 또 내가 반박하면, 그는 다른 사례를 가져와 ‘이건? 설명해봐.’ 라는 태도로 뻔뻔하게 굴었다. 내가 “네 말은 지금 내가 한 설명과 맥락과 핀트가 다르다.”는 지적을 채 하기도 전에 새로운 논쟁 거리를 가져왔다. 그 때의 기억은, 참 숨이 벅찼던 것 같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나서 선배 페미니스트들, 동료 페미니스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소중히 하게 되었을 무렵 그런 가르침을 받았다. '당신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그리고 아래는 이민경 저자의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을 읽고 2016년 당시 내가 쓴 서평의 일부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A군에게 대답할 의무는 없다고. 그러나 내가 페미니즘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늘 나의 자체 포지셔닝은 '친절한 설명충 페미니스트'였다. 그래서 어쩌면 스스로를 늘 스트레스 받게끔 해온 건지도 모른다. 난 모르는 사람에게, 이 현실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고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 저자는 계속해서 "당신에게 대답할 의무는 없다."고 말한다. 사실 내가 A군에게 설명하다 지치고 또 설명하고 또 지치고 했던 경험이 없더라면 이 작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늘 마지막에 지치는 건 결국 나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대답할 의무가 없다. 이 말엔 많은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대답하지 말란 뜻이 아니다. 그러나 대답을 회피하라는 뜻도 아니다. 이 말은 궁금한 사람이 알아서 찾아봐야 하는 문제라는 뜻이다. 내가 성차별에 대해 궁금해 책을 찾아 읽어봤듯, 그리고 페미니즘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하면서부터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듯. 그리고 언제나 A군과의 대화에서 나는 결국 '나의 상처'에 대해 열심히 설득시키고 있지 않았는가. 끝나고 돌아보면 다소 의미가 없는 대화였던 적이 많다. 그렇기에 당신에게는 정말로, 진심으로 '대답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설명충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이지만, 나보다 우위에서 내 말이 '적합한지 / 아닌지' 시시각각 평가하려 드는 개개인을 설득할 마음은 이제 더 이상 없다. 


- '이민경,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 남성언어에 지친 당신을 위해' 서평 일부 발췌 (2016. 8 25 작성)




 그러나 여전히 당신이 기력이 남아 있고, 에너지가 있고, 혹은 그 사람에게 이런 귀찮은 과정을 거쳐서라도 뭔가를 알려주고 싶은 소중한 애정을 느낀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어떤 언어나 배움이나 생각의 틀, 사고 방식 등은 입 밖으로나 글로 표현하고 풀어 내었을 때 더 본인의 성장도 빠른 경우가 많다. 또한 페미니즘은 세상을 바꾸는 언어기 때문에 본인이 선의를 갖고 주변 사람들에게부터 영향을 주고 싶다면 얼마든지 노력하라. 실제로 그런 대화들로 인해 변화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작은 씨앗이 되어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의무를 다하는 중이 아닌 선의를 베푸는 중이며, 궁금한 것은 본인이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이 옳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언제든지 중간에 어느 순간부터 그 상대방으로부터 판단 받고, 본인은 설득만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대화를 중단해도 좋다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당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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