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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a Jo Nov 24. 2021

이 책을 다시 읽다.

(4년 전에 읽었던 적이 있다)

자전거 다큐 여행 - 국어교사 한상우의


세월이 이렇게도 빠른 것은 아마도 대략 지난 2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코로나 시대 때문일까?

책꽂이에 늘 눈에 띄는 곳에 있었는데도 이제야 다시 살포시 잡았다. 이 책은 읽었을 때에도 문장이 참 좋다 하고 감동받았었다. 여행을 다니며 작은 마을까지도 발길 닿는 곳을 글로 써 보고 싶었을 때에 읽었던 문장들이었다.


그때에도 아마 지인한테 선물 받아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러구보니 책 선물을 종종 받았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틈만 나면 읽을거리를 찾곤 했다. brunch에 발행된 글도 많이 읽으며 나름 무궁무진함을 체험하곤 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주제가 되는 그 어떤 것이든 글로 탄생할 수 있는 걸 읽었다.


이 책은 부산, 강화도, 경기 안성, 강원 철원, 부산 영도부터 전남 순천 송광사, 전북 부안 곰소염전, 경북 포항 구룡포, 제주 서귀포까지 전국 방방 곳곳이 사진과 함께 등장했다. 중간중간 서울의 성북동, 노원역, 인사동, 서대문, 노량진, 합정동, 연희동, 명동, 독립문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맛깔스러운 글을 읽으며 쏙쏙 바로 머릿속에 도장을 찍었다. 국내에 이런 곳도 있었나?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그 장소가 평범하지만 글로 사진으로 표현하면 특색을 표출하기도 했다. 여정을 바꿀 때마다 세세히 관찰하고 글로 써 내려간 것을 보면서 호기심을 챙겨 가지고 읽게 되었다.


페이지가 바뀌면 화면이 바뀌듯이 장소도 다른 곳이었다. 이 책의 작가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 다니면서 때로는 기행문 때로는 시를 쓰며 독자를 감탄시켰다. 닮고 싶은 좋은 글이었다.





내 생애 첫 누드 사진

- 경주 노서리 고분군


여자의 몸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풍요롭다.

여자의 몸은 고려청자와 달항아리의 고향이고,

동백꽃 소담스런 남해안에 몸 담근 여러 섬이다.

직유가 아닌 은유이며, 마침표가 아닌 쉼표다.

초승달처럼 일어나고, 그믐달처럼 잠든다.


세상이 궁금한 물방울이며,

세상이 부끄러운 물방울이다.


어려운 일출일수록 자연에게 고마워집니다.

 - 2008년 1월 1일 경남 합천 가야산 일출


겨울엔 산이 엄정해진다. 이념만으로 꼿꼿이 선다. 봄산은 안아주고 싶어 가고, 여름 산은 울창한 숲의 바람과 그늘이 선량해서 가고, 가을산은 중년의 아름다운 울창한 숲의 바람과 그늘이 선량해서 가고, 가을산은 중년의 아름다움을 축복함으로써 머지않은 나의 중년을 위로하러 가는데, 겨울 산만큼은 눈길에 막 들어선 자에게 여기 왜 왔냐고, 무서운 할아버지처럼 흰 수염 날리며 호통치신다. 아무래도 겨울 산행은 저 시퍼런 호통에 개기는 맛이다.


자전거는 길 위의 수많은 이름을 지나간다. 마을 이름, 강 이름, 들판 이름, 고개 이름, 간이역 이름, 어쩌면 이름과 이름을 이어주는 게 길인지도 모른다. 자전거는 그 이름들을 바느질하듯 한 땀 한 땀 이어 달린다.


깔딱 고개를 어찌어찌 넘어 보광사에 들었다. 기진한 나는 자전거와 더불어 절 마당에 널브러졌다. 오르라고 만든 것이 오르막일진대, 오르고 보면 모든 오르막은 기적이다. 나는 자전거가 길 위의 시간을 지나온 것인지, 시간 위의 길을 지나온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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