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려고 했던 콘셉트 concept)
알고 보면 우리가 좋다고 그렇게 비행기까지 타고 가서 구경하는 파리도 수백 년 전 당시에 유행하던 집합 주거로 채워진 도시일 뿐이다. 지금 보기에 끔찍한 판상형(성냥갑 같은 형태) 아파트로 가득 찬 강남의 한강변도 100년, 200년 지나고 나면 전 세계에서 비행기를 타고 구경하러 올 20세기를 대표하는 도시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기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철거해야 마땅한 환멸의 대상이 아니라 약간은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 보존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계속 아파트를 짓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흉측한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시대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때때로 시간은 사춘기의 가슴 아픈 실연의 기억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 준다. 건축물 역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