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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전 Nov 17. 2023

미루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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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때처럼 침대에 누워 엉덩이를 긁으며 유튜브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루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알고리즘에 뜨더군요. 저는 온갖 할 일을 미뤄두고 유튜브를 보고 있었기에, 솔깃해서 영상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한 1분쯤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 동영상을 보기 적합한 환경이 아닌 것 같아." 왜냐하면 좀 더 생산적이고, 즉시 업무에 돌입 가능한 환경에서 봐야 효과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지금 침대에서 동영상을 보면 그 안의 메시지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나중에 볼 동영상'에 넣어두고 스크롤을 계속 내렸죠. 알고리즘은 계속 유사한 동영상을 추천하더군요. "지금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라" "당신의 두뇌를 망가지게 놔두지 마세요" "초집중하는 법"...

 저는 열심히 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 동영상을 모두 보기만 하면, 엄청난 동기부여로 모든 업무를 끝낼 수 있습니다. 이제 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적합한 환경이 아니어서, 내일 봐야겠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봐야겠습니다.

 누가 그 내용들 좀 요약해서 나한테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누구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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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끈이 자꾸 풀립니다. 신발끈을 하루에 세 번은 묶는 것 같아요. 불편합니다. 그래서 아이디어 상품을 생각했죠. 신발끈이 필요 없는 신발, 그런데 이미 있더군요. 봤는데 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별로 안 멋있어서요. 불편하더라도 신발끈이 있는 게 훨씬 멋있더군요.

 바지 지퍼가 자꾸 내려갑니다. 이상합니다. 살쪄서 지퍼에 강한 압박이 들어가나 봅니다. 벨트를 하려니 답답해서 지퍼가 필요 없는 바지를 한번 찾아봤죠. 그런데 별로 안 입고 싶었습니다. 안 멋있어서요. 

 저란 놈은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신발끈이 풀리고, 지퍼가 내려간 채로 돌아다니면서도 그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해요. 이런 고집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요? 왜 저는 신발끈과 지퍼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제가 태어날 때부터 그걸 멋있다고 생각한 건 아닐 텐데 말이죠. 저만 이런 고집을 갖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확실한 건, 패션의 세계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어디선가 저에게 신발끈과 지퍼가 멋있다고 생각하도록 조종하는, 패션 업계의 숨겨진 흑막이 있는 것일까요? 신발끈과 지퍼 공장을 갖고 있는? 음모론적 상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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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피라이팅은 참 어렵습니다. 최근 카피라이팅을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쥐어뜯은 머리가 수북이 쌓이고 있습니다. 눈에 착 들어오고 입에 착 감기는 그런 카피를 쓰고 싶은데, 내가 찾은 레퍼런스는 분명 그런 것들인데, 저는 왜 그렇게 못 쓰는 걸까요. 비유도 해 보고, 롸임도 맞춰 보고, 과장도 해 보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저만의 방법론을 하나 생각해 낸 게 있는데, 들어 보시죠.

 어떤 제품에 대한 카피를 쓴다 치면, 그 제품을 쓰는 소비자를 한번 상상해 보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나이, 직업은 뭐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고, 제품은 어떻게 쓰고 있고 등등을 상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 에세이를 씁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그 제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제품으로 인해 어떤 혜택을 받는지 등을 적어 보는 겁니다. 그럼 에세이를 쓰던 도중에 그전보다 생생한 카피 아이디어가 튀어나옵니다. 그럼 놓치지 않고 붙잡아 정교하게 다듬는 거죠.

 전문 카피라이터 분들도 이렇게 쓰는 경우가 있을까요? 제발 그렇기를 바랍니다. 방금 이 방법으로 쓴 카피를 과제로 제출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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