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파전 Dec 01. 2023

작심하루

-

 매일 쓴다고 했다가 주 5일로 바꿨는데 그것마저 못 지켰네요. ㅋㅋ 그냥 제 맘대로 쓰겠습니다.


-

 헛걸음의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왜냐면 오늘 헛걸음 좀 했거든요. 학교 도서관에 가려는데 너무 추워서 바깥으로는 걷기 싫은 거 있죠. 그래서 최대한 캠퍼스의 건물들을 활용해, 실내로만 움직일 생각을 했어요. 그랬더니 길을 잃어서 건물 이곳저곳을 헤맸죠. 떠돌다 도서관에 들어와서 음료수를 마시려는데 자판기가 또 안돼서 작동하는 자판기를 찾아 한참을 헤맸어요. 결국 못 찾아서 그냥 냉수 마셨습니다. 

 잔뜩 헛걸음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도서관 제 자리에 앉으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산책한 셈 치면 나쁘지 않네. 운동도 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명백하게 헛걸음했는데 나도 모르게 이유를 만들고 합리화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생각해 보니 항상 헛걸음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이유를 만들어내곤 했어요. "새로운 길을 걸어본 거지" "경험을 쌓은 거야" "액땜한 거지" 뭐 이런 식으로.

 인간은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며 그때마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는 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한 일이 명확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황 때문에 적당히 합리화한 것일 수도 있죠. 문제는 스스로도 모르게 합리화가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살면서 무수히 쌓아 올린 합리화들이 모여, 지금의 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글이 최선이라고.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고.


-

 제가 에세이를 쓰는 방식은 재즈와 같습니다. 제시어를 하나 던지면, 그에 맞게 즉석에서 문장을 쭉쭉 뽑아 나갑니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지만 쓰다 보면 궤적이 보입니다. 무아지경에 빠져 글을 쓸 때도 있습니다. 순간의 판단들이 이어지며 한 편의 완결된 글을 탄생시키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흥미로운 건 자의식이 개입하면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나는 지금 멋진 글을 써야 해"라고 생각하면 글이 구려집니다. 그냥 재미있는 주제에 흠뻑 빠져 글을 쓸 때 괜찮은 글이 나왔죠. 자의식의 개입이 창조적 행위를 방해하는 경우는 이외에도 많습니다. 혼자 샤워할 땐 노래가 잘 되는데,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죠. 자의식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반면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잘 되지 않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야 한다는 자의식이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자의식을 지우는 것이 첫 단계라고 합니다. 관객들 앞에서 자신이 연기하고 있음을 의식하는 순간 연기는 억지스러워집니다.

 연기에서 자의식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는, 집중할 만한 구체적인 행동을 정하는 것입니다. 가만히 서서 부동자세로 대사를 하면 자의식이 쉽게 느껴지지만, 바닥을 닦거나 머리를 긁으며며 대사를 하면 행동에 집중해 자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의식은 없애려고 하면 더욱 강해지는 특성이 있죠. 벗어나는 방법은 아무래도 단순한 것에 집중하는 것인 듯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세상에 저와 컴퓨터 딱 두 가지만 남기는 일인 듯합니다. 글 말고 다른 일은 생각할 수 없도록 말이죠.


-

 많은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과는 다른 형태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어서 방황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방황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외로워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주변에 연결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 누구와도 친밀하지 않아 외롭습니다. 또 사람들은 불안해 보입니다. 위협적인 대상이 있어서 불안한 게 아니라, 어디서 위협이 튀어나올지 몰라 불안합니다. 

 현대의 사람들이 겪는 방황, 외로움, 불안은 자유로부터 비롯되는 걸까요?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자주 최악의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앞으로 나아가죠... 삶을 모든 면에서 미니멀하게 만드는 것이 옳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선택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그런데 그건 왠지 수동적이고 유약한 사람처럼 느껴져 별로입니다. 어렵네요.

작가의 이전글 좋은 노트북 고르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