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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Aug 03. 2020

경찰 에피소드

경찰이 뭐가 무서워요?

예부터 "시카고"하면 사우스 사이드(South side) 쪽의 마피아와 갱스터들로 유명한 도시였다. 비 내리는 안개 낀 밤, 중절모를 눌러쓴 사내들이 서로 총격전을 벌인다. 거리에 쓰러진 패배자를 뒤로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에서처럼 있었다고 전해진다.


침침하고 낙후된 지하철이며, 한낮에도 빛이 잘 들지 않는 음침한 시카고의 뒷골목 등이 갱의 소굴처럼 여전히 존재한다. 밤이면 담배꽁초를 물고 있는 갱들이 어디서 들 나타나 총난사를 해대며 활개를 친다.


주로 갱들은 흑인들이 밀집해있는 시카고 남부 쪽이 아지트다. 주말이면 갱들의 총격전이 수시로 일어난다. 월요일 아침이면 뉴스에서도 떠들어대고, 신문에는 큼지막하게 갱들의 총격전을 메인 기사로 다룬다.

"어제 남부에서 갱단원끼리 무차별 총격전. 지나가던 무고한 시민 희생됨. 그들이 난사한 총알이 주택 창문을 뚫음. 거실에 있던 가족들의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기사는 더 이상 크게 놀랠만한 화젯거리가 아니다.


그런 특색 때문인가. 시카고 경찰 하면 전시태세를 갖춘 특수부대 같다. 내 생각인데, 아마 미국에서 뉴욕 경찰 위상 못지않게 시카고 경찰도 당당히 한몫한다. 까만 선글라스에 검은색의 제복을 갖춰 입은 모습은 무슨 사령관 같다. 시카고 경찰 하면  "음, 전투력도 있고 위풍도 있지만, 뭐, 으스대기도 하지" 이런 식의 느낌이 많다.


최근에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불거진 시위가 대대적으로 미국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지 않는가.

경찰에게 주어진 특권 해제 , 권력 남용 등 여기저기 많은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모든 사회는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반드시 밝은 면도 있지 않나. 미국 경찰, 항시 티켓을 주는 까칠한 법 집행관 같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한수 더 위로 그런 경찰을 이기는(?) 응큼하고 당돌한 시민들도 있으니 재미있는 사실이다. 오늘은, 시민들 편에서 일하는 그저 수수한 동네 경찰 이야기를 좀 할까 한다.


우선, 나의 첫 시카고 경찰 대면 스토리다. 미국 생활을 시작한 미국 풋내기였을 때다. 자동차 없이는 식품점에도 갈 수 없는 곳이 미국이지 않는가. 바로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대략 사고 시와 경찰에게 티켓을 받을 때의 기본적인 요령 등을 익혔다.


가령, 경찰이 뒤 쫓아오면, 차를 즉시 정차할 것, 경찰이 다가오기까지 얌전히 두 손을 무릎에 놓을 것, (가방이나 차 안의 캐비닛을 만지면 무기를 꺼내는 것으로 오인 받음, 경찰이 총 겨눌 수 있음) 경찰의 허가 없이 절대 차 문을 열고 나오지 말 것, 경찰이 보는 앞에서 면허증을 꺼낼 것, 등등.


누구나 그렇듯이 막 운전을 시작했을 때는 그 재미란 얼마나 쓰릴 있는 일인가. 한 번은 어딘가 들렀다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운전 연습을 한답시고, 내가 운전대를 잡겠다고 나섰다.


핸들을 꺾는 감각이 부족했던 탓이었나 보다. 우회전을 좀 심하게 틀었다. 옆에 있던 남편이 갑자기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래서 그만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엑셀레이터를 힘주어 밟고 말았다. 차는 바로 코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벽을 꽝~하고 부딪혔다. 돌로 된 벽은 멀쩡했다. 운전석 앞쪽이 흉한 모습으로 찌그러졌다. "오울즈 모빌"이라는 쇳덩어리 같은 미국 차 덕택에 다친 곳은 없었다.


마침,  그 순간에 지나가는 경찰이 사고가 난 걸 보고 멈춰 섰다. 처음으로 대면한 경찰이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 경찰나리는 첫 눈에 인상이 너무 좋았다. 막 농담을 주고 받을수 있을정도로 풋풋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아마, 내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벌 받을 각오를 한듯한 모습이었나 보다. 대뜸 경찰은 "허허 초보 운전자군요, 괜찮아요! 그런 일도 종종 있죠~"하지 않는가. 자기 아내도 면허 취득 후 바로 사고를 냈다는 이야기를 위로처럼 하면서. 사고 수습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경찰은 티켓을  발부하지 않았다.  "첫 사고로 주눅 들어 운전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음, 나중에 알고 보니, 가게 주인은 별 흠이 없는 벽에 대한 보상으로 수천 불을 챙겼음)


미국 생활에서 일어난 첫 사고, 첫 대면한 경찰이었다. 무엇이든지 "첫"이란 의미 있게 남는 법,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로, 경찰에 대한 거리낌이랄까, 거리감 같은 것이 사라졌다. 경찰에게 잡힌다고 해서 무조건 티켓을 받는 것도 아니다. 티켓 아니면 벌금 또는 법정(Court )행인 경우에는 대부분 운전 기록이 나쁜 경우다. 운전을 하면서 여러 경험(?)을 겪고 나면 이런 일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미국에서 경찰에게 잡히면 인정사정없이 무조건 티켓을 받는다가 내가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 아니었다. 동네 경찰, 의외로 아량을 많이 베푼다. 재수도 따르기도 하지만 나쁜 기록이 수두룩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다.


막 속력을 내고 달리다 어쩌다 경찰이 눈에 띄면, 급정거하듯 속도를 늦춘다. 그 정도는 거의 애교로 봐준다. 뭐, 다른 경험자 말로도 그렇다고 한다. 나름 경찰에게도 융통성이란 것이 통한다.


 이렇듯 "경찰 나리"하면 괜히 움츠리듯 신경 쓰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땐 그런 경찰이 수더분하다 못해 당하는(?) 수모도 있다. 어리숙한 척? 아니면 뭔지 똘똘하지 못한 척? 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그대로 믿는다. 그것이 미국이기도 하고 경찰의 한 면이기도 하다.

 

오래전 이야기다. 지인 한분이 주말에 딸아이와 샤핑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느닷없이 경찰이 쫓아와 스피드 티켓을 발부할 작정이었다. 그 와중에 옆에 있던 4살 된 딸아이가 경찰을 향해 " 아찌! 너무 뚱뚱해!”라고 한마디 뚝 던졌다. 경찰 나리도 (아마 속으로 뜨끔?) “응, 나도 알아, 내가 뚱뚱하다는 것 허허"라고 응수했다는 것이다.


사실, 경찰 나리는 한 몸집 하더란다. 아무튼, 소녀의 엄마는 화들짝 놀랬고,  "어머! 경찰 선생님! 죄송해요~"라고 연거푸 사과를 해야 했다. 경찰은 경고(warning)만 주었다. 위반 티켓을 발부하지 않았다.


맹랑한 어린 소녀의 노골적인 멘트 한마디가 위기를 맞을뻔했던 엄마를 보호 한셈이 된 것이다. 아이가 그런 솔직한 발언을 했다고 대놓고 "부인, 여기 스피드 티켓이요~" 하고 마치 원수 갚듯 내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지인은  그 후로 "저 맹랑한 녀석을 데리고 다닐만하네~" 하면서 열심히 딸을 모시고 다니는 듯했다. 어린 자녀와 동승한 채 스피드에 걸리면? 대부분 경찰은 별 탈없이 보내준다는게 주위 사람들의 말이다. 미국만큼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이뿐인가? 동승하지 않은 자녀를 , 그것도 큰 아이(?)를 거들먹거리며 티켓 안 받기로 작정한 사람도 있다. 우스운 말로, 경찰 상대로 사기행태(?) 비슷한 것을 부리고 다니는 사람이다. 경찰에겐 아이들과 집안의 비상사태 선포거리는 동정심 유발 핵심 카드다. 미국은 경찰은 곧 법이라는 (경찰=법) 공식이 있지만 거짓말(?)도 꽤 통한다.


은행에서 일할 때다. 어떤 호들갑스러운 아줌마 고객의 이야기다. 그녀는 "스피드 티켓으로부터 감쪽같이 경찰에게서  벗어나기 "란  제목으로 강좌(?)를 한 적이 있다.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여직원들의 운전실력이란 그렇고 그랬다. 괴팍하기로 유명한 한국의 운전수, “김여사"수준이었다. 모두들 무슨 대단한 비법을 전수받는 태세였다. 한결같이 눈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하고 있었으니. 아줌마는 직원들의 열정적인 눈빛에 더욱 열을 냈고, 침을 튀겨가며 강의를 했다.


내용인즉, 그녀가 스피드 티켓을 받기 직전, 항상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어머, 선생님! 딸이 금방 응급실에 실려갔데요 ~", " 딸이 막 출산 직전이라~",  " 딸이 배가 아프다고 급히 전화가 와서요~"


그 말이 떨어지면 경찰은 금방 호의적으로 변한다. 어떤 경찰은 아예 병원으로 안내까지 하겠다고 나설 때도 있다고 한다.(물론, 이런경우는 정중히 사절함)하하~ 아주머니, 매번 딸을 팔아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이 아닌가? 몇 개의 그럴싸한 문장을 매번 돌려가며 히든카드처럼 한 장씩 꺼내 쓴다고 한다나?..


아들놈은 둘러댈 별 레퍼토리가 없단다. 딸이 훨씬 핑곗거리도 좋고, 호소력도 강하고 어쩌고 했다. 고로 아주머니는 한 번도 스피드 티켓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녀의 경찰 따돌리기 수법에 관한 비밀누설(?)은 은행 아줌마들에겐 최고의 특강이 되었다. 세상살이 야무지게 한다고 해야 되나? 이런 수법을 연일 들이대려면 간 덩이가 조금은 부어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아무튼 경찰은 그냥 그렇다고 하니, 눈감아준다. 이런 유형의 인간들이 많을 것이란 예상도 못할 법도 아닌데.. 지각을 했다든가, 급한 용무로 인해 스피드를 낸 경우에는 사정이 여차여차해서.. 하면 변명이 통한다. 그냥, 솔직하게 변명해라! 괜찮다. 밑져야 본전이지 않나.  


이렇듯, 경찰은 매번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벌을 주기로 작정하고 나서는 얄미운 선생 같다. 그게 직업인걸 어떡하나? 그렇게 강한 듯 하지만 나름 인정도 있다.


그러니, 경찰 아저씨들 만나더라도 너무 겁내고, 주눅 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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