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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Mar 17. 2023

미국 아줌마들의 뒷담화

뒷담화 무난하게

조카 레베카의 이야기다.


그녀는 정신과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최근에 다른 병원으로 일터를 옮겼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들은 어때?"라고 물었다.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커지더니 흥분한 투로 말을 늘어놓았다.


“있잖아~ 세상에! 미국 아줌마들 뒷담화 , 짱~~ 난 아니야!" (참고로, 그녀는 '장난'이라는 말에 강한 악센트를 주었다)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음.. 재미난 일이 있구나.. 하는 얼굴로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녀는 병원 내 공간이 부족해서 매니저와 뚝 떨어져서 일을 하고 있다. 오피스 바로 앞쪽에는 리셉션 데스크가 있다. 네 명의 리셉션니스트가 나란히 앉아서 일을 한다. 한 명은 레베카가 일하는 병동의 리셉션니스트요, 나머지 세명은 다른 병동을 위한 리셉션니스트들이다.


세 명이 한 팀인 병동의 리셉션니스트들이 문제였다. 여기서 그냥 아줌마들이라고 하겠다. 두 명의 아줌마들이 최근에 새로 입사한 아줌마 한 명을 두고 험담을 시도 때도 없이 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잠시 자리를 뜨기라도 하면 두 아줌마들은 이때다! 하고 즉시 한자리로 모여든다.  


그때부터 어쩌고, 저쩌고 하며 난리를 친다. 게다가 그 옆으로 나란히 데스크를 두고 일하는 레베카의 병동 소속인 리셉션니스트까지 합세를 한다고 한다.(굳이 밝히자면, 이 직원은 아가씨라고 한다) 뭐, 분위기가 그러다 보니 그녀까지 두 아줌마들의 뒷담화에 어쩔 수 없이 가세를 하는 것 같다.  


들어보면 가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쟤가 말이지 건방져~ 흥, 잘난 체하는 거지 뭐 등등..' 가끔은 환자가 앞에 있는데도 험담은 계속될 때가 있다. 그런 장면을  뒤에서 보고 있노라면, 기가 막히다 못해 아슬아슬해서 가슴이 꽁꽁 뛴다고 한다.


입방아에 오른 아줌마는 '드센 아줌마' 둘이서 자기를 열심히 씹고 있다는 것을 눈치로 알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말 한마디 섞지 않는다. “뭐야? 쟤들~ 재수 없어 흥~” 하는 투다. 오로지 일에만 몰두한다.  


그럴수록 두 아줌마들의 험담의 강도는?..  갈수록 심해지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신참이나 선배들이 팽팽하게 기싸움, 텃새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레베카와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매일 얼굴을 대하는 아줌마들이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내가 다시 물었다.


"레베카! 너는 아줌마들이랑 친하니?"


"뭐, 나는 간호사라 바쁘고, 일도 다르잖아,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친해질  기회가 없었어.." 한다. 그러챦아도 지나가면 아줌마들이 아래, 위로 쫙~훑어보듯, 흘리 듯하며 쳐다본다고 덧붙였다.


"그래? 아마.. 너도 아줌마들의 뒷담화에 올랐을 걸~".라고 내 딴엔 팁을 좀 줄 요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 말이 떨어지자, 레베카는 당장, “그래서 말이야~”하며 나름 발휘한 처세술을 털어놓았다.


당장, 몇 가지를 실천에 옮겼다. 일단, 출근하면 무조건 굿모닝 ~인사를 했다!. 아줌마들을 향해 활짝 웃으면서 큰소리로!


둘째, 잠시 여유가 있을 때에는 먼저 말을 걸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접근법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아줌마들이 대번에 누그러지듯 상냥해졌다.


셋째, 간식으로 가져간 한국 스낵류를 나누어 먹었다. 특히, 초코파이는 인기였다. “이거, 한국 거예요~, 맛들 좀 보세요~" 했더니 아줌마들이 너무 좋아들 하더란다. 이런 걸 보면 아무튼 먹는 일은 어디서나 잘 통한다.


이런 식으로 레베카는 뜻하지 않게 뉴 페이스 신고식을 끝냈다. 정작 세 사람의 갈등싸움에 마침 기회가 기회였다. 일단, 나이도 많이 어리니 아이고~ 하면서 꼬리를 내리는 일도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속이 좀 부글 끓었겠지만.^


그 후로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새로 들어온 직원 한 명을 두고 험담을 쏟아내던 두 아줌마들은 흩어져 다른 부서로 갔다. 레베카 병동의 리셉션니스트도 자리를 옮겼다. 새로 온 아줌마가 난리를 쳤단다. 매니저에게 일종의 항의를 한 것이다. 그녀는 그나마 있던 자리에서 계속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매니저는 세 사람에게 일제히 타이르는 식의 경고를 했다고 한다.  


새로 들어온 아줌마는 텃세 부리는 두 명의 선배 아줌마들에게 좀 거드름을 피웠고, 험담만 쏟아내던 두 아줌마들은 새로 온 직원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것이 이유다.


기왕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원래 뒷담화라는 것은, 어느 곳이든 사람이 있는 곳에는 있게 마련이다. 특히, 직장은 빈도가 심한 곳이다. 게다가 뒷담화에 오르는 일은 잘해도 문제고,  못하면 더 심한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있는 곳=뒷담화는 당연한 공식 같은 건데,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군소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15년 정도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미국 사람들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뒷담화, 무척 좋아한다. 레베카의 표현대로라면,  짱~난 아니다.


그런데, 뒷담화에도 세대 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금 일하는 오피스의 직원 그룹은 20-30대 연령들이다. 이들은 뭔지 뒷담화를 하는 것 같은데, 아무도 모른다. 스킬이 기가 막히다. ^ 왜냐면, 서로 사이가 너무 좋다. 항상 배려하는 '척'한다. (참고로 미국의 젊은 아씨들은 '척'에 선수다) 겉으로 보기엔 갈등 같은 건 눈곱만치도 없다. 뒷담화? 이 정도면 세련되고, 무난하지 않나?.


한때는 뒷담화를 밥 먹듯, 직업인양 하는 직원이 있었다.(아! 그녀도 아줌마였다^) 대개 사소한 일은(업무 중 딴짓) 그냥 직원끼리 눈감아 주기도 하는데, 누가 자리를 뜨면 매번 입방아를 찍었다.


옆에 있는 나에게도 공감을 얻으려 했지만 별 재미가 없었던지,  앞자리에 있는 직원을 붙들고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도 할 수 없이 들어주는 척하는 것이 뻔히 보였다. 신기한 게  거의 온종일 꿈쩍도 하지 않는다. 런치도 자리에서 대충 해결하고, 화장실은 가는지 어쩐 지도 모를 정도다. 아주 괴로울 지경이었다.


매니저도, 누구도 그녀의 얄궂은 험담거리에 맞짱구치는  사람이 없었다. 미안하지만, 속으로 '오래 못 갈 형 ‘하고 낙점해 버렸다. 그런 후, 정말 그 아줌마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런 직원은 처음이었는데 속이 다 후련했다. 이런 사람은 어디를 가도 낭패다. 정말 난감하다^


어디에도 돌아다니는 뒷담화..  사실은 뒷담화란 자잘한 이야깃거리고, 저절로 없어지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무엇이든지 심하면 문제가 된다. 이제 이런 일에 휘둘릴 나이도 아니고, 걔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저울질하는 일에 시간을 들이는 건 더구나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저 '그려려니~'하는 게 제일 편하다.


어차피 뒷담화란 승산이 없는 일 아닌가?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사실이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무대포식의 험담을 쏟아내는 아줌마만 맛 닥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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