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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Jul 08. 2022

타운의 가짜 거지

팬데믹 이후로 구걸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전에는 드문드문 보이던 그들이었다. 이제는 가는 곳마다 좀 '큰 도로'다 하는 곳에는 반드시 그들이 있다.

 아이러니하다. 군데군데 'Help Wanted'라고 쓴 가게는 많고, 일손은 부족한데?, 임금이 낮은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서인가?  게다가, 물가가 상승되고, 서민들의 삶은 그만큼 고달프졌다. 그래서 그런가? 햄버거 또는 피자가게서 힘들게 일하느니 차라리 속 편한 일들(?)을 찾아 나선 걸까? 음.. 모를 일이다.


구걸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이전에는 주로, 중. 장년의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중년의 여성들도 보이고, 드물지만 젊은 청년, 아씨들도 보인다.


이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남루한 옷을 걸쳤다. 한쪽 다리를 절룩거린다( 손은 항상 멀쩡하다^) 한쪽 손에는 동전통을, 다른 한쪽 손은 큰 글씨로 쓴 피켓이 들려있다.


"몸이 성치 않아요!, 아이들은 셋이나 되고요!! 아내는, 남편은 몸져누워 있어요! 도와주세요!

God bless you! (이 말은 감사하다는 인사 대신으로 반드시 쓰여 있다)"


뭐, 이런 식의 간단한 호소문이 기본이다. 이들은 빨간 신호등에 자동차들이 줄지어 정차하는 틈에 신속히 도로로 내려온다. 한 손은 피켓을 높이 들고, 한 손은 동전통을 찰랑, 찰랑 흔들며 시선을 끌기 시작한다. 동냥은 이때부터다.


사람들의 인심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팬데믹을 지나고, 서민들의 생활이 이전보다 힘들어졌음에도 인심은 더 후덕해졌다. 여기저기서 '아이고~저런 안됐구먼~'하며 동전통에 선심을 쓴다.


이들에게 선심을 쓰는 방식도 사람들마다 다양하다. 주로, 미국 사람들은 동전을 던져 준다. 일부는 지폐를 주기도 하고, 어떤 땐 음료수나 과자, 피자 박스를 통째로 건네 주기도 한다. 나는 잔돈 정도의 달러 지폐를 준다. 적게는 1달러에서 5달러 정도다. 동냥하는 사람의 보이는 처지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한다.


 이런 식으로 후한 인심을 받으려면 중요한 건 스팟이다. 즉, 좋은 빌리지다. 그것도 트래픽이 많은 도로다. 한마디로, 동냥을 제대로 하려면 좋은 길목에 터를 잡아야 한다. 요즘같이 좀 붐비는 상황이라면 아마, 그들끼리 터(?)를 놓고 티격태격하면서 분명한 경계를 두었을 것이다.^


내가 거지에 (동냥을 하는 사람들) 대한 정보를 나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언젠가부터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동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아니! 저 정도면 구걸할 시간에 일하면 되잖아!,  힘겹게 번 돈을 왜 줘?" 하며 냉소적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 팬데믹 이후)  동냥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선뜻 생겼다. 오죽하면 동냥을 할까.. 하면서.


그런데, 요즘에 부쩍 늘어난 그들(동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에게도 불현듯 거지를 감정(?)하려는 좀 괴팍한 마음이 생겼다.  웃기는 말이지만 그들 중에는 수상한 거지(거지 같지 않는 거지들)로 보이는 이들도 상당히 있다.


이전에는 한결같이 다리가 아픈 그들을 보며, 어? 아픈 사람들이 많네.. 하고 넘어갔다. 요즘은 아니! 왜 모두 다리가 아픈거야? 저 거지 가짜 아냐?, 너무 멀쩡하잖아?, 저 정도면 일할 만 한데?"  이런 식으로 분별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음.. 할까? 말까?' 하며 우물쭈물거리는 일이 생겼다.

 

마침, 어느 날 정기 첵업을 위해 치과를 갔다. 이 지역은 멋진 빌리지에, 하이웨이에서 진입하는 차들로 항상 붐비는 큰 도로다. 말하자면 좋은 길목이다.


내가 보기에 동냥을 하기에는 최고의 스팟이다. 당연히 이곳은 동냥을 하는 사람들의 아지터며, 작업 터다. 내가 치과를 올 때마다 의례히 선심을 쓰는 곳이기도 하다.


진료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그날따라 닥터는 재미있는 뉴스거리가 있는듯한 얼굴로 불쑥 말을 꺼냈다.


"혹시~ 아래 도로에 있는 거지 보았어요?'


"네~올 때마다 만나요~”


“오~그 거지들 가짜예요! "


"네? 거지가 가짜라고요?"


"내가 런치 시간에 들어오다 목격했어요!,  도로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동냥을 하더니, 런치 시간이 되니  글쎄~ 우리 파킹장으로 총총히 걸어 오더라니까요! , 그러더니 자기 자동차를 턱~하니 타더라고요. (와~ 차도 있단다^)  거기서 샌드위치를 먹은 후 다시 작업을 시작해요!”


"어머~그래요?"


닥터도 들은 말인데, 그들이 좀 연극을 해서 올리는 수입이 하루에 무려 $300 정도가 된다고 한다. 뭐, 이만하면 웬만한 샐러리맨보다 괜찮은 수입이다. 세금도 없는 순수입 아닌가? 게다가, 저소득층이면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도 있을 거고.. 그 정도면 괜찮은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음, 가짜 거지라…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듣고나니 크게 놀라지도, 아이고~하며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전에 가짜 거지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흔히 있다고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집도 가족도 없이 거리에서 사는 순수한 거지(?)들은 동냥도 포기한 채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정부 보조금에만 전적으로 의지한 채.


그에 비하면 가짜 거지는 삶에 애착이라도 있는 것 아닐까?  따지고 보면, 거리에서 동냥을 하는 일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노동 중에 노동이다. 동냥이라도 해서 먹고살아야 할 처지라면,  동전통을 채우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도 나름 스킬(?)이라는 것이 필요할 법도 하다.


동냥을 시작한 일도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신체가 부자유스럽거나, 정신적으로 대인관계가 힘든 사람이거나, 직업을 구하기 힘든 전과자일 수도.. 있다. 아니면  비호감이라 일자리마다 거부를 당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가짜 거지 행세도 딱히 나쁘다고만 생각 할수가 없다. 잘된 일인지 어쩐지 모르지만 빌딩 앞의 가짜 거지도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치과 오피스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동냥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가짜 거지?, 아님 진짜 거지?를 가리려고 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아서 뭘 알겠냐고? 알 필요도 없다!. 


뭐, 선심은 그렇게 쓰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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