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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Feb 24. 2023

미국에서의 팁! 팁 문화!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좀 오래전에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팁을 내지 않고 나가버렸다. 그 순간을 놓칠세라 웨이트리스가 후닥닥 파킹장으로 뛰어나갔다. " 이봐요! 팁 놓고 가셔야죠!" 하고 항의를 했단다.  


이야기는 거기까지다. 팁을 받았는지, 그냥 돌아서야 했는지는 모른다. 그 손님은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팁을 주지 않았을까?,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음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 아니면, 팁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거나.. 등의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20여 년 전쯤, 그때는 이런 일이 사실, 흔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팁이란 ' 절대적이지 않아요., 손님 마음'이라는 식이 통하는 때였다.


대개 팁은 캐시로 주던 그때는 식당에서 식사가 끝난 뒤 밥값만 계산하고 1달러만 놓고 슬쩍 떠나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면 밥값에서 남은 돈으로  'keep the changes'하며 선심을 쓰는 것으로도 팁을 대신했다. 그야말로 그때그때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마음 가는 대로 팁을 주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역시, 처음에 미국에 살게 되면서 당혹스럽다 못해 거부감마저 들었던 것이 미국의 팁문화였다. 말이 문화지 무슨 억지 정책 같은 것이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무조건 계산서에 팁을 얹어줘야 한다. 심지어 피자나 음식 딜리버리를 시켜도 팁은 챙겨야 한다. 그냥 그런 돈이 생소한 일처럼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팁이란 명목은 있었지만 강요는 없잖아? 하면서  역시  마음 내키는 데로 팁을 주었다.


그렇게 팁에 좀 깍쟁이 노릇을 하던 중, 팁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이 생기게 된 계기가 있었다. 은행에 다니고 있을 때다. 직원 중 한 사람이 한때 가족이 식당을 운영했었다고 하면서 '손님들의 팁' 이야기를 했다. 직원들이 열심히 서빙을 하는데도 손님이 팁을 너무 적게 내고 가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힘이 다 빠진다고 한다.


사실, 식당일이란 무거운 접시를 들고, 까다로운 손님들의 기분을 일일이 맞춰야 하는 등.. 무지 힘들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그 직원은 식당을 가면 무조건 팁은 후하게 준다고 한다. " 여러분! 팁에 인색하지 마세요" 라며 직원들에게 훈계까지 덧붙였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팁에 대한 생각을  편하게 가졌다. '그래,  여긴 미국이고, 팁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고!'라는 마음이 절로 생겨났다. . 뭐랄까, 팁에 대한 책임감마저 생겼다. 누가 밥을 사든 식당에  때는  팁을 챙겨가는 습관이 생겼다. 그것도 깨끗한 캐시로! 심지어 팁이 없는 유럽에 가도 그때 상황에 따라 팁을 놓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미국에서 '티핑(Tipping)-'은 오래전에 식당업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업주가 종업원들에게 페이를 적게 주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두 개의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라 한다. 팁도 세월이 흐르면서 '꼭 해야 하는 에티켓'처럼 변했다. 서비스를 받는 업계에서는 모두 어느 정도의 팁을 주어야 하는데 특히, 식당에서의 팁은 상당히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제는 그 팁이라는 것이 '내 맘대로'가 아니다. 영수증에 턱 하니, 18% 20%, 25%.. 이런 식으로 계산이 되어 나온다. 가장 기본이 18%부터다. (참고로, 팁 계산은 before sales tax 금액에서 더하는 것이 상식이다) 둘이 가도 메인요리 외에 이것저것 많이 시키거나, 사람수가 많을수록 팁 부담은 커진다. 나 같은 경우엔

영수증이 아무리 높은 퍼센트로  팁을 요구한들 팁은 15-20% 내에서 한다.


음식값에 팁까지 부가되는 회식비는 만만치가 않다. 사실상, 이런 팁 부담이 싫어서 테이크아웃을 해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테이크아웃, 셀프서비스가 포함된 커피숍, 카페는 팁 없음, 뷔페인경우엔 접시를 치워주는 종업원에 대해 자유롭게 팁을 놓는다) 팬데믹 영향도 있지만 물가상승 때문에도 테이크아웃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식당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냐?,  그것도 아니다. 식당은 팬데믹으로 발이 묶여있던 사람들로 가는 곳마다 넘친다.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물가가 올랐으니 식당은 좀 부담이 되거든요.. 그놈의 팁때문에..'라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람도 없다. 그저 음식을 즐기는 모습들이다. 


가끔, 테이크아웃 (takeout)을 해서 먹을 때가 있는데, 그 맛이란 별로다. 근사한 요리도 식당에서 먹는 그 맛이 나질 않는다. 음식모양새도 폼이 나지 않는다. 똑같은 음식인데 이상하다. 그래서 왠지 시시하다. 매번 느끼는 일이다.


식당의 음식이 특별나게 느껴지는 건, 일단 멋진 뮤직이 은은히 흘러나오고,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사람들의 잔잔한 말소리와 웃음소리, 그 사이로 접시가 부딪히는 소리며, 와인의 향내를 음미하기도 하며, 간간히 옆 테이블에 앉은 누군가의  생일 축하노래에 나까지 흥겨워지는.. 등등의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테이크아웃보다 식당을 즐겨가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정도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팁은 괜찮다. 굳이 따지고 보면, 팁값에 이런 요소들도 포함되어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드는 건 억지가 아니다.


음식을 먹는일에 골치 아프게 팁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도 성미에 맞지 않는 노릇이다. 그저  마음 편히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팁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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