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Moon Mar 11. 2024

저, 이기적인 여자예요


난! 착한 사람 싫어!


언젠가, 직장에서 선배 언니가 한 말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이 너무 얌전하고, 뭐든지 예~예 하며 비실비실거리는 것이 영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자기주장도 없는 데다 답답해서 죽겠다고 했다.


그녀의 말은 , 일을 잘하려면 좀 싸가지여야 하고,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였다.


선배언니와 나는 같은 부서의 15년  짝꿍이고, 얼마 전까지 함께 일을 했다. 1년 차로 선. 후배다. 크게 격차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업무상 할 말 다하고, 스톱을 걸근 걸어 결론을 내곤 했다.


선배는 이런 나를 보고, ‘어휴~ 백여시~~’하고 대놓고 구시렁거리지만 그래도 별 탈이 없다^. 그녀의 말대로 착한 것보다 좀 까칠한 내가 그런대로 봐줄 만했나 보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하지만 남이 보기에 딱히, 부러운 절친도 아니고, 서로에게  '착한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비상시엔 완벽한 아군이 된다. 둘이 의기투합해서 무슨 일이고 성사를 시킨다. 심지어 둘의 험담이 날아올 때는 서로를 완벽하게 프로텍트까지 한다.


하지만 평상시엔 토라지듯 이기적으로 일한다.^ 나는 나, 너는 너, 그런 식이다. 아무튼, 이기적인 업무방식을 꾸준히 리더 해준 선배가 고맙다.^


선배의 이기적인 업무방식처럼 '이기적'이란 말은 내 것만 챙기는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기주의~란, ’딱 부러지는 무엇!’ 같은 것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분명한 주장이나 생각, 행동 그런 것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비상시 산소호흡기를 착용할 때, 당사자인 본인 먼저 호흡기를 찾아 착용하라고 지시한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다음이다. 인생의 비상시(결정의 순간)는 내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기적인 여자'라고 몰린적(?)이 있었다.^ 내가 뭘 모질게 군것도 아니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한 행동은 더구나 아니다. 단지, 딱 부러지는 그 무엇을' 단언했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조용한 라이프를 살자고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딱 부러지게 무자녀 희망자'라고 했다.^


누가 알려준 거는 아니고, 그냥 미국에 와 보니까 아이 낳아 기르고, 평생 일 할거 생각하니까 아찔했다.  결혼했다고 아이 가져야만 해?'라는 생각도 들었고.


언니들도  '그래! 무자식이 상팔자야! 그냥 살아~' 하며 나의 무자녀를 지지해 주었다. (엄마만 빼고, 그녀는  나이 들면 외로워서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하며 반대) 하지만 결정했다.


어차피, 인생은 외로운 것,  그럼, 좀 더 외롭고, 좀 더 편하게 살자! 한 것이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선택이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이기적인 그녀'가 된 것은 그 당시 만나던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 '이기녀'가 되면서였다.  그중, 한 친구가 작정한 듯 나를 '이기녀!'라고 놀려대었다.  


만날 때마다, "정말 아이 안 낳을 거야? 낳아~낳아~"(참고로, 이 친구는 아이가 셋이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해!" 더 웃긴 건, 나더러 애를 안 낳는다고 하지 말고, 못 낳는다고 해!라고 일러주었다. ^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하면 '동정심'이라도 받는다. 하지만 안 낳는다고 하면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좀 해야 된다는 것이 그녀의 충고였다.

내 참~ 기가 막혔다.


"아니! 내가 소신 있게 무자녀 선택한 건데 왜 거짓말을 해야 돼? "


“언니! 그래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야~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야!  그냥 이기적인 여자 할래~, 그러니까 난 앞으로 계속 저, 무자녀 했어요!라고 말할 거야~"  했다.


그녀는 한동안 나를 위한답시고 애매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했지만 끝내 손을 들었다. 그녀의 충고가 고마웠지만 노 땡큐였다.


여긴 미국이고 (뭐 , 아니래도 상관없지만요 ) 누구도 나의 무자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설령, 무자녀라고 말해도 '왜? 아이가 없어?'라고 묻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사람들은 남의 라이프에 관한 일을 화젯거리로 만들 만큼 관심이 없다. 그냥 하는 소리다.^

여전히, 나는 이대로가 좋다. 무자녀든, 뭐든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 최고다.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삶을 선택한다.  그럴 권리가 있기도 하고. 이기적인 여자라는 말도 뭐, 좋다.







이전 05화 꽃과 진수성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