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엄마, 시카고 입성
엄마가 시카고로 올 수 있을까? 하고 의심에 의심을 했다. 이전보다 걷는 것도 힘들고, 더 연로해진 탓이다. 좀처럼 눕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자주 눕는다고 한다.
매일 온 집안의 먼지를 털어내고 집안을 반들반들 윤기 나게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엄마였다.
독서하고, 신문을 보고, 목장 친구들과 교제를 하고, 틈만 나면 교회 봉사하고 주일예배를 보는 일들이 엄마의 생활루틴이었다..
그런 엄마가 언젠가부터 풀이 죽은 듯했다. 우리 딸 셋은 ‘ 아, 이제 엄마가 늙음의 끝자락에 서 있구나'라고 느껴야 했다.
딸 셋은 과연, 엄마의 미국행, 괜찮은 걸까?라고 걱정이 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89세 엄마는 언니와의 시카고행 비행기티켓을 사자마자.. 살아나셨다!
언니는 딸을 보러, 엄마는 막내딸(나)도 보고, 손녀딸도 봐야지! 하는 열망이 생겨났다.
그때부터 밥 잘 드시고 체력관리를 신바람나듯 하셨다. 나는 엄마의 체력점검을 하느라 수시로 전화를 했다.그럴때마다, 엄마 왈, “아임 오케이! 갈 수 있어 미국! “ 하고 답을 했다.
그렇게.. 89세 엄마,
13시간이나 걸린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별 탈없이 시카고에 도착했다.
장거리 비행기를 타는일은 나도 무척 꺼리는 터다. 평소에도 한국을 한번 가려면 마음에 작정을 해야 할 정도다. 갈 때마다 ‘다시는 한국 안 갈 거야.!’라고 지키지도 못할 다짐을 매번 해댔다.
그렇게 한국을 한번 가게 되면 도착직후의 몰골은 못 봐줄 정도로 피폐해진다. 기본적으로 3일 정도는 무조건 뻗는다. 먹고 자고만 해야 한다. 자고로 나에겐 체력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든아홉 드신 울 엄마는 그런 긴 여정을 가뿐히 받아쳤다. 함께 동행한 육십 넘은 큰 딸년은 잠을 내내 잤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이고~죽겠다~' 하며 얼굴이 누렇게 뜨고 팍~갔다. 쓰러지기 일초전이다.
웬걸, 엄마는 싱글벙글 생기 만만한 얼굴이다. 피곤한 기색 하나 없다. 눈은 초롱하고 말똥 하며 화색이 쫘악 돈다. 잠 한숨 못 잤다고 하는데도.
엄마가 비상용으로 먹은 건, 홍삼액기스 한 팩정도였다는데.. 참 신기하다. 몇 년 전에 미국에 왔을 때도 그랬다.
미국만 오면 기운이 팍팍 솟아나는 엄마. 어디서 기운이 솟아나는지 젊음으로 용솟음친다. 아무튼 다행이다.
나는 그런 엄마가 신기해서 형사가 문책하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엄만 젯 레그 같은 거 없나 봐? “
“응 그게 뭔 소리야?”
“시차땜에 오는 피로 말이야”
“호호 나 그딴 거 없다아~~”
그 말은 나에게 이렇게 들렸다.
나, 이제 미쿡에서 놀 준비됐다고!
이쯤이면.. 울 엄마 용감하다. 엄마 파이팅!
P.S '엄마! 미쿡 어떻게 왔슈?' 연재는 월요일(한국시간)에만 연재될 예정입니다.
실수로 연재요일을 정했는데요 지금은 변경이 불가해서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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