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시카고에 도착한 지 이틀째 아침이다.
희한한 게 이 두 여인(엄마, 언니)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다. 미국의 공기가 훨씬 신선하다면서 감탄에 감탄을 한다. 당장 어디론가 나서고 싶어서 안달이 난듯해 보였다.
그래서 세 모녀 (엄마와 언니, 나)는 한국식품점에 장을 보러 집을 나섰다.
마침, 앞집에 사는 낸시가 밖에 나와 있었다. 그녀는 어느 때나 다름없이 잔디의 꽃들을 부지런히 다듬고 있었다. 우선, 그녀에 대해서 조금 언급하자면, 그녀는 우리 타운 홈 지구의 반장이다. 동네파수꾼이기도 하다.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 주변 가족까지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대략 60대 중반의 나이고, 간호사다. 싱글로 혼자 살고 있다. 덩치가 제법 우람하다. 그런 만큼 목소리도 우렁차고 기도 팔팔하다.
좀 시끄럽긴 하지만 항상 명랑해서 좋다. 뭐랄까.. 그녀의 옆에 서기만 해도 사기가 팍팍 충전되는 느낌이 들정도니까.
그녀가 즐겨하는 일은 '우리 동네 예쁘게 가꾸기'다. 그뿐이 아니다. 항상 집을 예쁘게 단장을 하는 데 무척 열심이다. 계절이 바뀌면 분위기에 맞게 잔디며 문 앞 장식을 체인지한다. 인테리어에 한 관심하는 나와는 너무 잘 맞는 아줌마다. 취미가 맞는 이웃이 있어 기분이 좋다.
낸시는 동네를 사명감으로 가꾸고, 지키는 사람이다. 반장자격이 충분히 된다. 그녀는 동네 반장 이기 때문에 앞 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궁금해하고 또 알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내가 그녀를 본 순간 '음.. 낸시가 어? 저 여인들은 누구지?' 하고 궁금해하겠지?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내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낸시! 한국에서 온 우리 엄마, 언니야!"
나는 낸시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쏟아질 질문들을 미리 속속들이 토해냈다.
"울 엄마 89세고, 언니는 여기 사는 딸을 보기 위해 왔어, 이들은 서울에서 14시간 비행기 타고 왔고, 대략 2달 정도 체류할 거야! "
낸시는 스타일대로 호호호 하며 소란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어머니!, 웰컴 투 아메리카!"
울 엄마 그녀의 말에 우쭐하지 않고 빙긋 히 웃으면서 대답한다.
"하이 낸시! 만나서 반가워요~ "
"오 마이갓 , 89세라고요? 50대! 50대로 보여요~~. 너무 젊어 보여요, 언니라고 부를게요!" 하면서 낸시가 한참 동안 요란을 떨며 조크를 하였다.
이렇게 낸시는 한동안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야단스런 웰컴 인사를 했다. 이에 질세라 89세의 엄마는 눈을 반짝이며 당신이 알고 있는 온갖 영어인사를 뱉어내면서 영어 한마디마다 힘을 잔뜩 주면서 대답했다. (참고로, 엄마는 오십무렵에 하와이에서 잠깐 살았다. 그때 영어를 배운 적이 있다. 그걸 이제껏 기억하고 있는데, 미국에 올 때마다 영어들이 막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바람에 써먹고 싶어 죽겠단다)
엄마가 요란한 환영인사를 받고 있는 동안, 언니는 어디 있지? 하고 둘러보았다. 세상에! 언니는 멀치감치 서서 경계를 하듯 서 있지 않는가? 지나가는 구경꾼처럼 비시시 웃기만 하고 있었다.
마치, 그 얼굴은 '낸시 아줌마~ 제발, 나에게는 영어 걸지 마세요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둬요 ~~ 난 당신이 무서워요~'라는 딱 그런 표정이었다.
나중에 언니는 차 안에서 고백을 했다. '와~ 난 엄마의 용기가 부러울 뿐이야~'라고. 자기는 미국 사람들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주눅이 드는지~, '아, 참 죽겠어~'라고 언니는 구시렁거렸다.
89세 엄마는 아는 영어를 총동원해서 낸시의 파워풀하고 기분 좋은 환영인사를 받아쳤다! 이 날도 영어가 무서워 낸시를 멀리한 60 대딸을 대신해서 엄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거 뭐, 좀 바뀌어도 많이 바뀐 것 같지 않나?.. 젊은 딸이 연로한 엄마에게 기대는 모습이 된 셈이니까.^
미국 오려면 엄마와 꼭~ 동행해야 될 것 같아~하는 언니의 고심도 재미있다.
엄마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 아직도 괜찮다고!.
아무튼, 웰컴 투 아메리카' 환영인사까지 받은 엄마의 미국 여행 일정은 '굳 스타트!' 다.
추천 영화: All the light we cannot see :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