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이민을 처음 왔을 때 들은 말은 쇼킹, 그 자체였다. 한인 사회에서 성공함이라 하는 말은, 비록 한인 상대로 사업을 해도 돈을 많이 벌어서 유명한 부촌에서 캐딜락이나 벤츠를 몰면서 여유 있게 산다는 뜻. 비록 사무실은 한국의 지방의 읍, 면 정도의 소규모 한인 타운에 위치한 허름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을지언정.
그들은자녀들을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 보내고 생일에는 아이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밴쿠버의 휘슬러의 산 꼭대기에 내려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스포츠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는 말이다.
'럭셔리'란 말이 생소하던 이민 초짜였던 내가 그런 세계, 미국 부자들이 자가용 비행기로 이동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헬리 스키는 처음 들어보는 스포츠였으니.
그 추운 캐나다 동부를 떠나서 서부의 밴쿠버로 이사가 아닌 이민을 온 지 어언 20년이 넘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 이민 온 지 얼마 되셨냐고 물으면 '그냥 쫌 됐어요'라고 얼버무리면서
내심 영어도 잘 안 되는 내 자신을 탓하고만다.
아웃도어의 천국이라는 밴쿠버에 와서 또 한 번 좌절을 느낀 나.
동부는 평원이면서 겨울이 길어서 스키는 타야겠는데 높은 산이 없어서 얕은 구릉 같은 곳을 산이라고 부르며 스키를 탄다.
밴쿠버에는 휘슬러라는 유명한 스키장 외에도 여러 군데가 있어서 스키어들에겐 천국이다. 아이들 등쌀에 스키레슨을 받다가 코치가 오른쪽으로 돌으라는데 나도 모르게 왼쪽으로 돌다가 저만치 바위 쪽으로 나가떨어진 후로는 자괴감을 느껴서 스키는 포기.도랑에 빠진 팔려가는 당나귀가 된 것 같아서.
아이들은 스키와 스노보드를 원도 한도 없이 타면서 밴쿠버 라이프를 즐기더라. 헬리콥터로 내려서 타는 대신 리프트가있잖아.
낚시하면 강태공들이나 하는 인내의 취미 생활이라 지루한 것 못 참고 성질이 급한 나는 꿈도 못 꾸는 취미 생활이다.
그런데 밴쿠버에 와 보니 고기잡이는 취미가 아닌 거의 생활에 가까웠다
특히 원주민들에게는 고기잡이가 관대하게 허용이 되어 있다. 특히 연어의 고장인 캐나다에서 양식이 아닌 활어를 잡는다. 집에서 차로 2~30분 정도만 가도 바다 같은 호수에서 게가 많이 잡힌다.
일일 낚시 라이선스도 사야하고 잡을 수 있는 게의 사이즈를 잴 수 있는 모형 그림도 데크에 표시되어 있다. 혹시 마구잡이로 아이스박스에 가득 채운 게들을 검문 하는일이 생기면일이 복잡해진다고.
쉽게 잡았으니 쉽게 간다고 보면 속이 편하다. 사실이니까.
굴 계절에는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굴들을 보면 굴러버들에게는 언아더 레벨이라는. 그 자리에서 따서 즉석 굴구이의 맛은 또 어떠한가? 신선하다 못해 코가 쨍할 정도로 시원하다.
남들도 물 빠진 다음에 갯벌에서 조개를 캔다고 해서 우리 가족도 이 나라는 아이스크림 통도 커서 4L짜리를 각자 들고 신나게 조개를 줍줍 했다. 모래를 파헤칠 필요도 없이 그냥 숨 쉬는 조개가 널려있었다.
너무 신나고 신기해서 정신없이 주워 담는데 멀리 뒤에서 누가 소리치고 있었다.
어떤 서양 할머니가 조개 채취 금지 구역은 아니지만 일인당 제한이 있다고.
자연보호에다 하도 법이 센 나라라서 몇 개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다 팽개치고 온 적이 있었다.
밴쿠버 섬의 끝쪽으로 태평양까지 가면 고기반 물 반이 아니고 물빛이 검다고 하는데
물보다 고기들이 너무 많아서라는데
믿거나 말거나.
산과 나무라면 록키 산맥이 뻗어 있어서이다. 밴쿠버의 주택 단지의 가로수를 보면 보통 5층 빌딩의 높이가 보통이다.
시원하게 쭉쭉 뻗은 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가면 햇빛이 못 들어 올 정도로 빽빽하다. 피톤치드가 필요이상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가슴이 시원해져야 하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
밤에 숲길을 운전하다 보면 도로를 가로지르는 여우도 보게 될 정도로 도시 대부분이 시골스럽다.
그런 싱그러움을 즐기는 대가로 폭풍이 심하면 그 큰 나무들이 쓰러져서 지붕을 덮쳐서 집이 반파되기도 하고 나무뿌리가 집의 지반을 뚫고 뻗어 들어가서
집이 약간씩 뒤틀리거나 기울기도 한다.
나무들이 곧게 쭉쭉 뻗는 대신에 잘 쓰러지는 이유는 땅 자체가 기름지고 수분이 많아서
영양분을 찾으러 땅속 깊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서 뿌리가 얇게 박혀 있다가 큰 바람이 불면 얕은 뿌리째 뽑혀 버린다.마치 커다란 솥뚜껑이 뒤집히듯.
나무와 산의 도시 밴쿠버에서의 산행이란
하이킹과 사이클링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산악자전거의 행렬을 보면 탄탄한 건각들이 벌이는 젊음의 행진이라서 감탄하곤 한다.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지상 낙원이지만 나처럼 산에 오르기는 숨차고 내려오기는 귀찮다는 사람에게는 비 오는 우기의 밴쿠버가 지루하기만 하다. 건강을 위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에 오르는 이들을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고만 있지 선뜻 운동화 끈을 매지 못 한다. 대신에 비가 오는 축축한 날씨에 새로 생긴 카페로 행하기 때문에 나는여전히 뱃살이 두둑하다.
게다가 고사리나 송이 버섯 따려는 의욕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전에는 복장이 노○ 페이스이더니 요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