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끝에 서서
찬란했던 여름에게 인사를 한다.
아침저녁이 서늘해지는 걸 보니.
너는 이미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네가 오고 있음을 느끼며 설레었던 시간들이 아득하다.
네 안에 있으면 나는 두려울 게 없었다.
너의 힘차고 푸르른 팔 안에서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칠흑 같은 밤도 네 안에 있으면 무섭지 않았다.
코끝에 너의 향기인 여름냄새가 느껴지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오래된 연인들도 네 안에서는 헤어질 걱정이 없었다.
긴긴 너의 그 밤이 그들의 마음을 붙잡아 훨훨 날아갈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저 매일이 설레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천하무적과도 같은 마음은
너에게 취한 대가였을 것이다.
그 힘으로 우리는 견뎠고,
이제 강하고 힘찼던 그 모든 것들을 부드럽게 놓아주려고 한다.
함께 있었던 시간에서 혼자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너에게 눈을 맞췄던 나는 나에게 집중하며 나를 다듬어
내년엔 더 나은 내가 되어 너를 만나면 어떨까 싶다.
너를 방패 삼아 헤어지지 못했던 오래된 연인들도
이제는 혼자의 시간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너를 원망하지 않으려 한다.
네 안에서 우리는 본래의 우리보다 더 큰사람으로 살았으니...
너를 다시 만날 때 나는 또 설레이겠지
조금 지쳤던 나는 너를 다시 만나
반가운 여름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잘 가라 여름아!
고마웠고 재미졌었다.
우리가 생각나면 잠깐씩 나타나
우리의 삶처럼 무거운 코트를 잠깐이라도 벗게 해 주렴.
그러면 우리는 네가 잠깐 왔구나 싶어 코끝이 찡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년에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