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블루 Aug 30. 2024

8월에 끝에 서서 여름에게 안녕을..

8월의 끝에 서서

찬란했던 여름에게 인사를 한다.


아침저녁이 서늘해지는 걸 보니.

너는 이미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네가 오고 있음을 느끼며 설레었던 시간들이 아득하다.

네 안에 있으면 나는 두려울 게 없었다.

너의 힘차고 푸르른 팔 안에서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칠흑 같은 밤도 네 안에 있으면 무섭지 않았다.

코끝에 너의 향기인 여름냄새가 느껴지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오래된 연인들도 네 안에서는 헤어질 걱정이 없었다.

긴긴 너의 그 밤이 그들의 마음을 붙잡아 훨훨 날아갈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저 매일이 설레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천하무적과도 같은 마음은

너에게 취한 대가였을 것이다.


그 힘으로 우리는 견뎠고,

이제 강하고 힘찼던 그 모든 것들을 부드럽게 놓아주려고 한다.

함께 있었던 시간에서 혼자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너에게 눈을 맞췄던 나는 나에게 집중하며 나를 다듬어

내년엔 더 나은 내가 되어 너를 만나면 어떨까 싶다.


너를 방패 삼아 헤어지지 못했던 오래된 연인들도

이제는 혼자의 시간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너를 원망하지 않으려 한다.

네 안에서 우리는 본래의 우리보다 더 큰사람으로 살았으니...


너를 다시 만날 때 나는 또 설레이겠지

조금 지쳤던 나는 너를 다시 만나

반가운 여름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잘 가라 여름아!

고마웠고 재미졌었다.


우리가 생각나면 잠깐씩 나타나

우리의 삶처럼 무거운 코트를 잠깐이라도 벗게 해 주렴.

그러면 우리는 네가 잠깐 왔구나 싶어  코끝이 찡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년에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또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6. 새 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