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월요일-사다 놓은 지 오래된 그릭 요거트 먹어보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말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것이다.
'건강하게' 이 말 참 좋다. 들어도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오래오래'라는 말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우리 아이들 세대는 '재수가 없으면' 130살까지 살게 될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갈수록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릭 요거트를 먹는 버릇을 들이려고 한통을 사두고 한 달째 노려보기만 했다.
냉장고 저 안쪽에서 한 달 동안 한기만 쐬이며 늙어가고 있는 어쩌다 나에게 들려 천덕꾸러기가 된 그릭요거트 한통.
월요일의 '개구리 먹기'를 시작하려고 안 가고 싶어 하는 손을 뻗어 요거트를 집어내어 포일을 뜯고 나무숟가락으로 한번 휘저어 본다.
케이크에 잔뜩 발라져 있는 크림의 느낌이다.
요거트를 박력 있게 푹 퍼서 볼에 담았다가 다시 살짝 덜어낸다. 첫날인데 무리는 하지 말자. 무리를 했다가 영영 못 먹게 될 수도 있다.
뭐든지 '적당히'를 고수해 튕겨나가지 않게 하고 싶다.
요거트에 딸기와 바나나와 블루베리를 넣고 견과류 조금과 꿀을 한 바퀴 돌린 후 작은 입으로 먹어본다.
그리 좋아하는 맛이 아니므로 입을 크게는 못 벌린다. 음... 아주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다.
매일 조금씩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개구리 먹기'로 인해 억지로 해보는 것들이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요거트를 먹은 지 약 10분 만에 '방귀대장 뿡뿡이'가 된걸 보니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2월 4일 화요일-윈도 클리너 주문하기
창가 앞에 놓인 소파에 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정원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흔들하며 잠을 부른다.
아기침대에 누워 움직이는 모빌을 바라보는 아기의 마음이 이런 걸까 싶다.
그런데.. 거슬리는 게 있다.
바깥쪽 먼지와 물때가 끼어 모서리가 뿌옇게 된 창문이다.
봄이 적극적으로 오기 전에 창문을 닦고 싶다.
그러려면 도구가 좀 있어야 되는데..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주문하자.
'개구리 먹기'를 한 번에 시원하게 먹으면 좋은데 좀 나눠서 먹어야 되는 게 있다.
오늘은 도구를 주문하고, 주문한 도구가 오면 창문을 닦고, 이런 식이다.
개구리를 접시에 올려두고 스테이크 칼로 조금씩 잘라서 먹는 거랑 비슷한데.. 죄송합니다. 징그러운 소리를 해서.
주문한 도구가 늦게 배달이 되면 좋겠다.
중노동은 최대한 미루고 싶다.

2월 5일 수요일-마지막 스텝에서 넘어가지 못한 다리미질
다림질은 너무 하기 싫지만 다림질이 잘된 옷을 입는 일이 좋아서 참아가며 하는 일이다.
몇 주 전 '개구리 먹기'에 보면 다림질을 몇 번의 스텝에 나누어한다고 했다.
너무 하기 싫어서 한 번에 못 해내는 일이다.
이번엔 그중 마지막 스텝에 걸려서 넘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다리미 판을 펴두고 다리미에 스팀이 나오도록 물도 채워놓고 다려야 할 옷도 가져다 놓았지만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어서 며칠 동안 그 상태로 놔두었다.
방안은 다리미 판과, 다리미의 선과, 구겨진 옷 더미로 더욱 지저분해 보이지만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더욱 모른 척을 하게 되니 참....
거의 밤이 되어서야 '개구리 먹기'를 할 수 있는 날이었다.
손 까딱도 하기 싫은데 이 지저분한 방은 어쩔 거야...
나의 영혼을 먼저 침대에 눕혀두고 몸만 가지고 앉아서 다리미질을 시작했다.
정말 어렵고도 어렵게 다리미 판 앞에 앉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생각보다.. 금방 끝났고 잘 다려진 옷은 새 옷이 되어 상큼하게 옷장에 걸렸고, 다리미판과 줄이 긴 다리미를 말아서 제자리에 놓으니 방안은 끝내주게 깨끗하게 되었고, 그제야 침대에 먼저 누워있던 나의 영혼과 합체가 되어 달콤한 밤의 휴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으니...
진작 할걸...
2월 6일 목요일-빨래세제로 범벅이 된 선반 닦기
으악!!!!
어제 세탁기 위에 선반장을 열었다가 비명을 질렀다.
몇 시간 전 세탁기 위 장안에 있는 빨래 세제가 엎드려 있길래 '왜 이래'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세워 놓고 문을 닫았다.
세제 통 옆쪽이 찢어져서 그쪽을 위로 향하게 두었던 것인데 갑자기 모든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문을 닫은 장 안에서 파란색 세제는 조금씩 새어 나와 선반 하나를 찐득한 세제의 소굴로 만들고 이제 선반에서 그 요망한 액체를 뚝뚝 떨어트릴 채비를 하며 내가 언제 이 문을 열고 경악을 하는지 보려고 온 얼굴에 사악한 웃음을 담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닫았다.
나는 못 봤다를 속으로 열 번쯤 반복한 후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아침부터 마음에 고무장갑을 장착하고 마스크를 쓴 후 다시 선반장을 열었다.
조금 힘든 '개구리 먹기'다.
세제가 쏟아진 것이므로 빨랫감을 가져와 닦아낸다.
세제가 잔뜩 묻은 빨랫감은 바로 세탁기로 던져 넣는다.
강제로 빨래까지 했다.

2월 7일 금요일-새로 산 메이크업 사용해 보기
색깔 중에 그린색을 가장 좋아한다.
몇 달 전 화장품 샵에 갔다가 그린색의 아이라이너를 샀다.
어떤 계획도 없이, 어울리는 아이섀도가 없는데도 그냥 샀다.
하루 날을 잡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집에서 해봐야지 하고 생각한 지 몇 달이 흘렀다.
그린색의 아이라이너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멍해진 얼굴로 얌전히 누워 있다.
이래서 나의' 개구리 먹기'는 끝이 나지를 않나 보다.
해도 해도 못다 한 일들이 끝이질 않는다.
삼 년을 연재한다고 해도 끝이 나질 않을 것이다.
어떤 일본 만화는 20년이 넘게 이야기가 끝이 나질 않는다고 한다.
하기사 '전원일기'도 그랬지만 말이다.
조금 검은빛이 도는 아이섀도를 바르고 그린색의 아이라이너를 바르니..
음..... 할로윈에 이러고 나가면 되겠다.
결국 그린색의 아이라이너는 환영받지 못하고 서랍 속에서 깊은 잠을 자야 할 것 같다.

2월 8일 토요일-마음 챙기는 글쓰기
어떤 감정 하나가 소화가 되지 않고 목에 탁 걸려 있는 느낌이 있을 때가 있다.
삼켜서 내려보내려고 아무리 침을 삼켜도 꿈적도 하지 않는 그것.
손가락을 넣어 빼낼 수도, 다른 무언가를 먹어 내려 보낼 수도 없는 그것이 나타나면 열일을 제치고 써야 한다.
'글' 말이다.
목에 걸려있는 그 감정을 눌러서 펴고 자잘한 것 하나까지 집어내어 글자라는 것으로 박제를 시킨다.
글자로 감정을 가둘 때는 작은 것 하나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며칠 전 듣게 된 누군가의 슬픔에 걸려 허우적 대고 있는 나를 그곳에서 꺼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개구리 먹기'로 '그 글'을 쓰고 나니 그제야 나는 일상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2월 9일 일요일-하나만 떨어져 나온 단추를 단추 주머니로 넣어주기
그런 경우가 있으실 것이다.
무언가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지 못해서 그것이 그 자리가 지 자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 하고 며칠 아니 몇 주 그것도 아니고 몇 달.. 아니면 이사 갈떄가 되어서나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었던 경험 말이다.
그것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채 지 자리가 아닌 그곳에서 밤낮으로 오들오들 떨며 수많은 날들을 버텼으리라.
제 목숨을 쥐고 있는 주인장의 눈치를 보며 주인장이 제 앞을 왔다 갔다 할떄마다 오늘은 설마 나를 들어서 내 자리에 놓아주려나 하며 러시안룰렛을 하는 심정으로 숨도 못 쉬고 있었을 것이다.
주인장의 손끝만을 바라보며 '온다 온다 나에게 온다..' 하였지만 나를 슬쩍 비켜 내 옆에 리모컨을 택했을 때 그 비참함을 누가 알까 봐.. 기대하지 않았던 척하느라.. 느는 건 연기뿐. 지금 당장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끔 되었다면 누가 믿어 줄까...
침대 나이트 스탠드에 있는 핸드크림 위에 올려져 있는 단추 하나가 이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마 이불에서 뜯겨 나왔을 그 단추는 몇 주째 단추만을 모아놓은 주머니에 들어가지 못하고 핸드크림 위에서 몇 달을 그리 살았다.
아무 특징도 없는.. 그래서 더 가여운 하얀색의 단추를 가볍게 집어서 단추주머니에 딸깍 떨어뜨린다.
이번 주 '개구리 먹기'를 이로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