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월요일-소포 찾아오기
2월에는 내 생일이 들어있다.
우리 이모는 어김없이 내 생일에 생일카드와 선물을 보낸다.
한국에서 이곳까지 단 한해도 빼놓지 않고..
지난주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소포가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온 소포는 나를 만나지 못한 채로 도로 우체국으로 들어가 버렸다.
현관문에 끼워져 있는 핑크색종이에는 우체국에 와서 직접 찾아가라는 메세지가 적혀 있다.
오늘의 개구리는 우체국에 뛰쳐가는 것이다. 열일 재치고 라는 말이 딱 맞도록..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체국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달음박질로 운전을 한다.
창고형의 우체국 소포 보관소에서 벨을 누르고 기다리니 직원이 나오고 핑크 종이를 건네주면 직원은 문을 닫고 들어가 한참 있다가 내 소포를 들고 나온다.
받았다는 사인을 하고 내 신분증을 확인하면 그제서야 소포를 나에게 준다.
빨리 뜯어보고 싶어 안달이 난 마음을 붙들고 가까스로 집에 온다.
이모의 책장에 꽂혀있던 이모의 아끼는 손때 묻은 책 두 권과 편지가 비에 젖을까 비닐에 꽁꽁 싸여 박스에 들어 있다.
85세의 우리 이모는 올해도 어김없이 나를 울렸다.
2월 11일 화요일-음성메세지에 쌓여있는 메세지 듣고 리턴콜 해주기
음성메세지에 들어있는 몇 개의 메세지..
와 있는 줄 알지만 듣고 나면 해결을 해야 하니 안 듣고 싶어서 자꾸 미룬다.
오늘은 해야 한다.
이렇게나 하기 싫은걸 보니 이놈도 개구리다.
책상에 앉아서 하나씩 들으며 리턴콜을 한다.
전화를 안 받는 곳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했다는 생각에 조금 미룬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리턴콜을 잘 안 해주는 지인이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서운한 감정이 쌓이며 나도 전화를 잘 안 하게 되었다.
개인과 개인사이의 전화를 못 받았으면 리턴콜을 해주는 게 매너 아닌가 싶어서 뿔이 났다.
내가 생각하는 매너랑 상대방이 생각하는 매너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관계를 이어나가기가 힘들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함께 있어도 자꾸 딴생각이 든다.
그 딴생각은 이런 거다 '왜 저러지?' '참 이상하네..' '집에 가고 싶다'
나는 아무리 살아도 마음이 두꺼워 지질 않으니 이런 일에 남들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작은 일에 마음을 써주는 고운 친구가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늘상 한다.
2월 12일 수요일-거지꼴이 된 파 다듬어 썰어두기
미국마켓에서 절대 사지 않는 품목이 있다.
그건 '파' 다
한국마켓의 2배의 값을 부르는 그 파를 미국마켓에서 절대로 사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한국마켓만 지나가게 되면 잠깐 들러 파를 사게 된다.
음식을 하다가 파가 없으면 정말 난감하다.
음식의 완성을 못한 느낌이 들어 우울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토록 파를 사수하려 애쓰고 있다.
이러니 또 병폐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과잉으로 사게 된 파는 다 쓸 수가 없어 냉장고에 오래 머물다 보면 각설이 씨의 머리모양과 똑같이 되어 버린다.
오늘은 냉장고 야채칸을 열 때마다 보이는 각설이 씨 머리모양 파를 깨끗이 씻겨 줘야겠다.
정말 귀찮다.
가위로 머리를 자르고 시든 잎을 떼어 버리고 또 한 번 깨끗이 씻겨서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고 쫑쫑 썰어서 유리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둔다.
라면을 끓이다 다듬어둔 파를 숟가락으로 푹 떠서 넣으니 어찌나 편하고 좋은지..
그래도 절대로 항상 해두지 못하는 건 왜일까..

2월 13일 목요일-싱크대 얼룩 지우기
싱크대 하얀 상판에 뭔가 얼룩이 져 있다.
매일매일 보면서 지워야 하는데..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고 절대 하지 않는다.
아는데 절대 안 하는.. 할 수 있는데 절대 안 하는..
이래서 '개구리 먹기'를 시작하지 않았던가.
오늘은 얼룩 지우기로 개구리를 먹어야겠다.
손 소독제는 알코올이 들어 있어 뭔가 이상하게 하기 힘든 일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얼룩을 지울 때나 스티커를 떼어 끈적해진 부분이나 그런 좀 짜증 나게 안 되는 일에 제격이다.
코로나 때부터 가지고 있던 다 못쓴 손소독제를 알뜰히 사용할 수 있다.
손 소독제를 얼룩이 있는 부분에 뿌리고 키친타월의 거친 면으로 문지른다.
바로 했으면 말끔히 지워졌을 것을 미뤄뒀더니 연하게 영구자국이 남았다.
후회가 막심하다.

2월 14일 금요일-천군마마 만들기
집에서 만드는 수제햇반에 대한 글을 쓰며 집햇반을 '천군마마'라 이름 지었었다.
'개구리 먹기'로 천군마마를 만들어야 한다.
딸아이를 만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기름기 잘잘 흐르는 쌀밥을 하여 아홉 통의 천군마마를 만들었다.
일하고 와서 녹초가 된 몸으로 밥까지 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편하게 먹으라고 만들어서 가져다준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and 결혼기념일이다.
별짓을 다 해보았다. 아이들은 두고 남편과 둘이서만 여행을 가보기도 하고 둘이서만 식사를 해보기도 해 보았지만 우린 결론을 내려 버렸다.
아이들과 같이 있고 싶다는..
어느 곳을 가나 아이들 생각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으니 말이다.
넷이서만 살았더니 넷이서 찰떡처럼 붙어 버렸다.
미국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결혼기념일에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아이들이 중장년의 어른이 되어도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니 맛난 거 사줄게 나와라~~ 하고 싶다.
2월 15일 토요일-리딩 글래스 주문하기
벌써 돋보기를 쓰고 싶지 않지만, 쓰지 않으면 글자가 3d 극장에서 안경을 쓰기 전처럼 보이니 어쩔 수가 없다.
책을 볼 때도, 글을 쓸 때도 없으면 무지하게 불편하게 되어 버렸다.
하나밖에 없는 것을 가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게 불편하다.
각 잡고 앉아서 잘 서치 해서 잘 주문해야 한다.
오늘도 개구리를 먹는다.
마음을 잡고 해야 하는 일은 무조건 개구리다.
돋보기라 부르기 싫어서 리딩 글래스라고 부른다.^^
2월 16일 일요일-작은 장 보기
내일은 월요일.
조금조금의 장을 봐야 할 때가 있다.
요거트에 넣어 먹어야 하는 작은 과일들이나 계란, 샐러드 야채 같은 것들은 집 앞의 마켓에서 자주 사야 한다.
대용량으로 사면 빨리 먹을 수가 없어서 반은 버리게 된다.
귀찮아도 작은 장을 봐야 하는 일도 필요한다.
내일은 월요일이니 장 보는 일에 체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아껴야 한다.
일요일 오후에 보는 작은 장으로 4-5일 동안 신선한 것을 먹으며 일주일을 버틴다.
매일 6시 20분에 일어난다.
일주일에 하루 6시 20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8시쯤 눈을 뜨고 9시까지 누워있다가 생각해 본다.
11시에 나가야 하는데.. 지금부터 2시간..
30분씩 계산을 해보면 4가지 일을 끝낼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지금 일어나서 4가지 일을 할 것인가... 그냥 좀 더 누워서 뒹굴거릴 것인가..
5분쯤 생각해 봤는데 그 4가지 일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침대에 그냥 있자. 가만히 누워있으니 두 번째 잠이 온다.
40분가량 좀 더 잤다.
아무 일도 안 하고 11시에 나가니 피곤하지 않고 좋다.
인생을 견디지 말고.. 버티지 말고 즐길 수 있도록 순간순간의 선택을 잘하고 싶다.
일요일 저녁은 인생의 무게를 가장 많이 느끼는 시간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