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월요일-라면 정리
마트에 갔다가 새로 나온 라면을 보면 꼭 사게 된다.
그런데 사다 놓고 잘 먹지를 않는다.
이런 상태면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라면을 안 좋아하는 사람일까?
그래서 사다 놓은 라면들이 꽤 되고 잘 먹지를 않으니 당연히 유통기한을 넘기게 된다.
유통기한이 넘은 라면을 아까워서 먹어봤더니 기름 쩔은 냄새가 났다.
그래서 아까워도 버려야 되게 생겼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는 유통기한 지난 라면을 골라 버리기다.
반짝반짝한 화려한 봉지에 싸여 있는 뜯어보지도 못한라면을 버리려니 너무나 아깝고 죄책감은 하늘을 찌른다.
이 지구상에 배고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 라면 한 봉지면 하루를 버틸 수도 있는데....
반성 또 반성...
며칠 안에 먹을게 아니면 사지말자. 사두지 말자. 휴.....

2월 18일 화요일-고양이들 캔푸드 다시 정리
남편의 요청을 수락하는 것으로 '개구리 먹기'를 해야 하는 날이다.
집집마다 그런 곳이 있을 것이다.
싱크대 장 중에 자투리 공간을 장으로 만들어 물건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이름만 '장'인 곳 말이다.
나는 그곳에 고양이들 캔 푸드를 수납했다.
고양이들이 하루에 한 번 캔푸드를 먹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다.
17살 도도가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며 수의사는 드라이푸드 보다 캔푸드를 많이 먹이라고 했고, 식성이 워낙 좋은 도도가 캔푸드를 주식으로 삼으며 캔푸드를 자주 꺼내야 되다 보니 그 이름뿐인 '장'이 아주 불편해졌다.
남편은 캔푸드를 손이 잘 닿는 곳으로 옮기자고 요청했고 알았다고 했지만 이렇게 날을 잡기 전에는 뒷전으로 계속 밀려나는 일이 되어 있었다.
오늘은 날을 잡았다.
물건들이 벌써 자신들의 터전을 잡고 살고 있으니 원래 주인들에게 자리를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었다.
수납장들을 쳐다보며 자리를 좀 내어 달라고 애원의 눈빛을 보냈으나 어쩜 그렇게도 야박하게 모른 척들을 하는지..
그때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쓰는 금빛 바구니로 시선이 멈춰졌다.
그곳은 먹던 빵이나 과자나 그런 것들로 채워 잊지 않고 먹어야 할 것들을 보관하는 자리였다.
좁은 싱크장으로 손을 뻗어 캔푸드를 모두 꺼내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고 싱크대 위에 올려두니 캔푸드를 꺼낼 때마다 허리를 숙이며 컴컴한 장 안을 뒤져야 할 일이 없게 생겼다.
정말 좋다. 진짜 진짜 편하다.
그러면 그전에 담아 두던 것들은 어디로 갔느냐고 묻고 싶으실 것이다.
뱃속으로 집어넣거나 담아 두어야 할 정도로 안 사면 될 것 같다.

2월 19일 수요일-아들의 옷장 정리
'개구리 먹기'로 아들의 옷장을 열고 살핀다.
이젠 다 큰 아이기에 옷이 작아진다거나 그럴 일은 없지만 너무 오래 입은 옷이나 뭔가 불편해서 손이 안 가는 옷은 빼낸다.
입는 옷으로만 헐렁하게 채워 편하게 손이 가도록 한다.
아직도 사회에 홀로 설만큼의 준비가 안되고 있는 아이이기에 아직도 둥지에 넣고 입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단단한 엄마로 서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는 아는지.. 그래도 눈만 마주치면 아이는 나에게 윙크를 날려준다.
하나도 요염하지 못한 윙크를 나도 답변으로 날린다.
2월 20일 목요일-도서관 데이트
친구가 없는 아들과 도서관 데이트를 나선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는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다.
옆구리에 한국책을 끼고 현대식으로 멋들어지게 새로 지은 도서관으로 향한다.
한국사람이 건축을 맡았다고 하는 것을 알고 참 자랑스러웠다.
아이는 책 사이로 빠르게 사라지고 나는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 내 책을 읽는다.
사서인지 자원봉사인지 그런 분이 카트에 책을 한가득 싣고 책의 제자리를 찾아 넣어준다.
나는 책을 만지는 그 일이 부러워서 그 사람을 쳐다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잔나비'의 음악을 틀었더니 아이가 음악이 너무 슬프다고 한다.
'그렇게 슬퍼?' 하고 물으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 책처럼 슬프다고 한다.
나를 닮아 감성이 진한 아이의 손등을 만진다.
'너를 너무 사랑해'라고 속으로 말하며 아이스크림 집으로 향한다.
햇살이 좋은 밴치에 앉아서 둘이 아무 말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마주 보고 싱긋 웃는다.
2월 21일 금요일-딸아이 집 청소
딸아이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이가 회사에서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기로 해서 자동적으로 청소를 하게 됐다.
발런타인데이였기에 여기저기서 받은 장미꽃들이 시간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모가지가 꺾인 채로 더러운 물에 둥둥 떠있고 이파리들은 말라서 탁자에 잔뜩 떨어져 있다.
옷방을 열었더니 벗어놓고 미처 걸지 못한 옷들과 빨래들이 뒤섞여 아우성을 치고 있다.
세탁기를 돌리며 먼지를 닦고 쓰레기를 버리고 빗물이 들이친 창틀도 몇 번을 닦아낸다.
말개진 집에 저녁 석양이 비추고 나는 그대로 마룻바닥에 뻗어 버렸다.
오늘은 내 개구리는 못 먹는다.
이것이 오늘의 '개구리 먹기'였다.

2월 22일 토요일-집밥 만들기
이상하게 바빠서 식구들에게 집 밥을 못 해줬다.
햄버거도 먹고 피자도 먹고 요거트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오늘은 아무 말 없이 먹자는 대로 먹는 남편을 위해 꼭 집밥 한상을 차려줘야겠다.
광어뼈를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약한 불에 오래 끓이면 기름진 육수가 나온다. 나는 이것을 천연 피쉬오일 이라고 부른다.
제주도 무와 파를 많이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서 매운탕을 만든다.
두꺼운 프라이팬에 꽁치를 노릇하게 굽다가 마지막 터치로 말돈소금을 뿌리면 정말 맛나다.
직사각형의 계란말이 전용 프란이 팬을 이용하여 폭신한 계란말이를 만든다.
어린 새싹에 간장소스와 참기름으로 마무리를 하여 봄나물처럼 낸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은 식구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을 보니 기운이 나나 보다. ^^
2월 23일 일요일-밀린 구독자님들 글 읽기
유난히 할 일이 많은 한 주였다.
내 개구리를 찾아 먹기에 바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일 해주다가 뻗어 버렸다.
3시 30쯤 소파에 누웠는데 2시간을 사경을 헤매며 자고 일어나서 그대로 2시간을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발 한쪽도 땅에 디디기 싫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무엇으로 개구리를 찾아 먹어야 하나 하다가 부지런한 나의 구독자분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었음이 생각이 났다.
그대로 누워서 할 수 있는 개구리 먹기가 있다니...
그 자세 그대로 전화기를 열어 글을 읽어 내려가고 엄지로 하트도 꾹 눌러주고, 심하게 공감이 가는 글에는 고개까지 끄덕거리며 격하게 좋아하고... 그렇게 개구리를 먹어 치운 후 서서히 일어나 본다.
일이 넘쳐서 일어난 과부하는 반드시 휴식의 과부하로 풀어야 하니 주고받고는 확실한 것이 삶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