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7

by 미스블루

2월 24일 월요일-산부인과 진료 예약하기

여자들이 정말 싫어하는 곳이 산부인과라는 곳이다.

가기는 싫은데 안 가면 불안하고 그런 곳.

큰 맘을 먹고 정기검진 예약을 해야 한다.

큰 맘을 먹어야 하니 무조건 '개구리' 다.

몇 년 전 상냥하고 다정한 중국인 여자 산부인과 의사를 만났다.

자신도 아이를 넷이나 낳았다고 한다.

아주 조심스러운 손끝이 배려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

둘째 아이를 영화배우같이 생긴 미국인 남자의사가 받았다.

그곳은 아주 시골이라 의사의 선택지가 많지 않았었다.

간호사는 아이를 낳자마자 차가운 오렌지 주스와 토스트를 가져다주며 좀 먹으라고 하고

그 의사는 아이를 낳은 그다음 날 병실에 회진을 와서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웃고 떠들었다.

미드가 따로 없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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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화요일-뒤죽박죽 서류더미 정리

종이에 적힌 무엇이 항상 왜 이렇게나 많은지..

그냥 한꺼번에 다 모아서 한켠으로 치워두었다.

시간이 나면 찬찬히 읽어보고 버릴 건 버리고 보관할 것은 보관하고 그러려고 했지만 그 서류더미를 읽어낼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서류더미를 들춰보기 싫은 것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운 그 '더미'를 먹어야겠다.

위에서부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고 버리고 보관해야 할 것은 옆으로 치워두고.. 하다 보니 산보다 높게만 보였던 그 '더미'가 싹 사라졌다.

해보면 별거 아니구나 하지만 해볼 수 있을 때까지 나를 끊임없이 몰아서 그 앞에 데려다 놓아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책상옆 탁자에 쌓여있던 서류더미를 오늘부터는 안 보아도 된다.

좋다.


2월 26일 수요일-남은 음식 탈바꿈 시켜 먹기

미국 레스토랑의 음식의 양은 정말 많다.

그 자리에서 다 먹고 나올 수가 없어서 꼭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내가 안 가져가면 다 버릴 텐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도 가져오려고 애쓴다.

외식이 잦아지면 냉장고에 여기저기서 가져온 레스토랑의 음식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빨리 먹지 않으면 애써 가져와서는 집에서 또 버리게 된다.

오늘은 새로운 음식을 하지 말고 남아있는 음식을 먹어야겠다.

'개구리 먹기'로 천덕꾸러기 같은 음식을 탈바꿈시켜야 한다.

음식을 데울 때 전자렌즈를 사용하면 딱딱하게 굳어버릴 수가 있어서 오븐을 많이 사용한다.

낮은 온도로 천천히 속까지 뜨겁게 익히면 바로 해서 나온 요리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맛 좋게 데워진 음식들을 좋은 접시에 담아내니 그럴싸하다.

식구들이 맛있다며 다시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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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목요일-정말 맛없는 오렌지 처리하기

오렌지가 하도 탐스럽게 생겼길래 잔뜩 샀는데 정말 맛이 없다.

하도 시어서 한번 먹을 때마다 어깨를 올리며 오만상을 쓰게 된다.

냉장고 과일칸을 점령해 버린 오렌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모두 짜내어 주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는 어차피 못 먹을 오렌지를 주스로 만들고 과일칸을 확보해야겠다.

몇 해 전 파리에 갔더니 레스토랑의 모든 곳에서 오렌지를 생으로 짜내어 주스로 주었다.

그 맛에 반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렌지 짜내는 기계를 샀다.

몇 달 열심히 짜서 먹다가 하도 힘들어서 다시 마켓에서 사다 먹었다.

찬장을 뒤져 기계를 꺼내고 좀 달아질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오렌지를 열심히 굴려 들들들 주스를 짜낸다.

그 많던 오렌지의 과일 속이 사라지며 큰 물병으로 하나 가득 주스가 만들어졌다.

아직도 신맛이 많이 나지만 신과육까지 같이 씹어야 할 때보다는 훨씬 낫다.

오만상을 쓰며 주스를 마시지만 버리지 않게 됐으니 참 잘했다 나를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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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금요일-고양이들 겨울에 자란 털 정리해 주기

내가 느끼기에 가을이 되기 시작하면 고양이들의 털이 덥수룩 해진다.

엘에이의 겨울은 그리 춥지 않으나 참 희한하게도 자동으로 그렇게 되는 건지..

별로 춥지 않은 겨울을 준비하려고 매년 털을 뺵빽히 자라게 하는 것이 참 성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왔다.

'개구리 먹기'로 고양이들의 겨울털을 정리해 주어야겠다.

고양이들을 마당에 데리고 나가 털을 빗긴다.

무딘 칼처럼 생긴 빗인데 겉의 털은 놔두고 속에 있는 털만 제거할 수 있다.

15분 이상 빗기지 말라고 쓰여있다.

계속 빗긴다면 모든 털이 다 제거될 수도 있나 보다.

햇볕에 앉아 나에게 몸을 맡기고 골골 송을 부른다.

나도 응답을 해주고 싶어 '엄마가 섬그늘에'를 불러준다.

그 노래는 눈물이 난다.

아가를 혼자 두고 일하러 나간 엄마는 빨리 집에 오려고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르며 굴을 땄을까..

기특한 아가는 파도의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잘도 자고...

몸이 한껏 가벼워진 고양이들의 얼굴이 웃고 있는 듯하다.

빗긴 고양이 털은 바람이 가져가도록 내버려 둔다.

새들이 가져다가 둥지를 만들 때 푹신하게 깔았으면 좋겠다.

개구리를 다 먹고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간다.


3월 1일 토요일-To do 리스트 만들기

다음 주에 한국에서 시부모님이 방문하신다.

2주 반 정도 우리 집에 머무르시며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화요일에 도착을 하시니 월요일까지 시부모님 맞이를 끝내야 한다.

머릿속이 정리가 안되고 마음만 급하다.

이럴 때는 모든 것을 멈추고 to do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개구리 먹기'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오시기 전에 끝마쳐야 할 모든 일들을 적고 리스트에 있는 일들을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로 나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각 요일마다 할당되어 있는 일들을 그냥 하기만 하면 된다.

잊어버린 일들이 있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무척 편안해지는 일이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생각의 정리 만으로 부담이 한껏 줄었다.


3월 2일 일요일-차고 재정비

몇 달 전 차고 대정리를 싹 했지만 생활을 하며 조금씩 쌓이게 되는 부분이 또 생긴다.

모든 걸 들어내고 해야 할 만큼은 아니지만 겉으로 지저분하게 된 부분들이 꽤 있다.

다음 주에 오시는 손님맞이를 위해서 깔끔하게 해두어야 한다.

월요일은 쓰레기 수거하는 날이니 쓰레기도 찾아내서 버리면 좋다.

점심을 해서 먹고 나면 일단 소파에 한번 몸을 붙여야 하니, 그랬다가는 '개구리 먹기'는커녕 금방 날이 춥고 시꺼메지면서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점심을 패스트푸드로 간단히 때우고 '개구리 먹기'에 돌입한다.

지난번에 큰 정리를 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났다.

차고정리를 마치고 나니 손님이 오시는 게 실감이 난다.

이곳에 살아서 그런지 손님이 많이 온다.

오기 전에 설레고 가고 나면 슬프다.

떠나고 떠나보내는 일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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