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월요일-연재글 쓰기
손님이 와 계시는 주간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일상이 무너진다.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은 그대로인데 여기에 손님이 와 계시는 것만 보탬이 된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시간이 모자라겠는가..
매일의 토막글을 밀리지 않게 써 놓지 않으면 연재날이 다가올수록 나는 불안에 벌벌 떨 것이다.
이일 저일 많지만'개구리 먹기'로 연재글을 먼저 쓴다.
연재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한 달에 글 하나도 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개구리 먹기' 연재글로 나는 꾸준함을 배우고 있다.
손님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조금의 시간여유가 있을 때 책상에 앉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그곳엔 손 닿는 곳곳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있다.
책상에 앉아 토막글을 쓰고 색연필의 냄새를 맡고, 스티커를 만지작 거리며 만년필을 열어 메모를 한다.
나의 세계로 잠깐 여행을 갔다 오면 나는 웃음을 되찾고 단단해져서 쉽게 지치지 않게 된다.
오늘도 토막글을 써 놓았으니 내 할 일을 마친 기분 좋음으로 하루를 살 수 있다.
3월 11일 화요일-무거운 이메일 쓰기 2
대장 봉사자에게 답장 이메일이 왔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기보다는 나에게 뒤집어 씌우기에 바빴다.
생각할수록 기분이 더 나빠졌다.
참을 수 없는 생각의 지점에 도달했고, 계속 방해가 되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싶었다.
'개구리 먹기'를 또 더 무거운 이메일 쓰기로 소비해야 한다.
조목조목 따지며 이메일을 썼고(내가 그래도 연재글 쓰는 사람 아닌가..^^) 맨 끝에는 '상처받은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이메일을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끝맺음을 했다.
'보내기'를 누르려다가 잠깐 멈췄다.
한번 더 생각하고 싶었다.
샤워를 할 시간이 되어 샤워 후 보내려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생각 속으로 들어갔다.
결론은 '놔둬라'였다.
사람이 원래 자기 잘못은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민망하고 할 말이 없으니 더 요란하게 잘못이 없는 척 둘러대는 것이다.
더 아프게 해 줄 수 있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샤워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써 놓은 이메일을 지웠다.
이 메일을 보내지 않자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

3월 12일 수요일-좋아하는 잡지책 리뉴 하기
좋아하는 잡지책을 1년씩 구독해서 본다.
왜냐하면 1년 치를 구독하는 가격이 서점이나 마켓에서 한 권을 사는 가격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잡지가 매달 나오는 것은 아니고, 잡지마다 다르지만 보통 1년에 4권이나 많으면 6권 정도이다.
그래도 그렇지 한 권의 값이나 여섯 권의 값이나 거의 같다니..
그래서 이곳에서는 잡지를 보고 싶으면 귀찮아도 구독해서 보아야 한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는 만료가 다 되어가는 잡지를 리뉴해야 한다.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도 되지만, 나는 우편으로 오는 리뉴하라는 종이와 봉투에 개인수표를 넣어 보낸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책상에 반듯하게 앉아 수표를 쓰고 봉투에 우표도 붙이고 한다.
이제 우체통에 넣으면 일 년 동안 편하게 잡지를 받아볼 수 있다.
숙제를 마치고 나니 랄랄랄 노래가 나오게 좋다.
3월 13일 목요일-키친 클로스 다리기
부엌에서 쓰는 천들이 많은 편이다.
그릇에 물기가 있을 때 닦아내는 리넨천이 있고 음식을 하다가 손을 씻고 닦는 리넨이 또 따로 있고 마음에 드는 천으로 만든 테이블 매트가 있다.
더러워지면 며칠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세탁기에 돌린다.
세탁기에서 나온 키틴 클로스가 한가득이다.
이것들을 빳빳하게 다려서 서랍에 두고 쓰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어차피 구겨지고 더러워져서 빨아야 하는데 굳이 다림질까지 하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모르겠다.
그 무엇보다도 키친 클로스를 다림질하는 일이 즐겁다.
부엌이 전쟁터라면 나에게 잘 다려진 키친 클로스는 잘 훈련된 든든한 병사다.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나의 병사들을 준비시킨다.
마룻바닥에 앉아서 기분 좋은 다림질을 하고 창밖의 봄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잘 다려져서 각이 잡힌 깨끗한 키친클로스를 서랍 속에 차곡차곡 넣어 놓는다.
3월 14일 금요일-또 전화
카드내역을 보다가 아마존에서 구입하지 않은 오디오북 구독료를 결제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중에 처리해야지 하다가.. 미뤄두면 더 큰 개구리로 마음속에 부담과 함께 자리 잡게 될 것이 뻔한지라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진짜 진짜 귀찮은 일이다.
담당자와 연결이 될 때까지 주소를 대고 전화번호를 대고 카드번호를 대고.. 그 모든 관문을 통과한 후에 진짜 사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휴....
그래도 발견 즉시 해결을 하니 미뤄두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서 정말 잘했다 싶다.
어느 책에서 5-10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즉시 하라고 제안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무언가를 미루고 싶을 때 이 방법을 생각하고 처리한 적이 많다.
일을 처리하고 났을 때의 기분은 내가 참 유능한 사람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다.
자신감으로 나를 감쌀 수 있는 방법이라 많은 분들께 권하고 싶다.
3월 15일 토요일-작은 성당도서관으로 보낼 책 고르기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성당에서 특강을 듣게 되었다.
처음 가보는 한인성당이라 이곳저곳 구경을 다녔더니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이 종교서적이었지만 한편에 있는 책장에는 일반책들도 좀 있었다.
얼마 없는 것을 보니 한 권 한 권이 더 귀해 보였다.
내 책장에서 넘쳐나서 중고서점에 팔아야겠다 싶어서 꺼내놓은 책더미가 생각났다.
이곳에서 도서 대여 스티커를 붙이고 여러 사람에게 읽히는 상상을 하니 그 보다 의미 있게 책을 보낼 방법은 없어 보였다.
나에게도 너무나 귀한 책들이기에 말이다.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기증할 책들을 추려낸다.
나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는 내 책들이 다시 한국책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3월 16일 일요일-칫솔에 이름 써 놓기.
시부모님이 오셔서 내 세면대를 아들아이와 같이 쓰게 되었다.
다른 화장실로 옮겨도 되지만 너무 귀찮아서 그냥 같이 쓰자 했다.
문제가 생겼다.
아무 생각 없이 이를 닦고 있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아들아이의 칫솔로 열심히 이를 닦고 있는 일이 자꾸 생기기 시작했다.
한 번이 아니다.
창피한 고백을 하나 하자면 나는 사실... 유명한 칫솔도둑이다.
여행을 가서 네 식구가 하나의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면 매일 아침마다 다른 사람이 비명을 지른다.
'악~~~~~~~ 엄마가 또 내 칫솔 썼어!!!!!!!
호텔에서 식구들은 각자 자신의 칫솔을 칫솔도둑으로부터 숨겨 놓느라 바쁘다.
모두의 칫솔색깔이 다른데도 나는 왜 자꾸 남의 칫솔로 이를 닦을까....
내가 나를 가장 혐오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남편과 싸우고 남편의 칫솔로 이를 닦았을 때다...
남편과 싸워서 남편과 말을 안 하고 있는데 남편의 칫솔로 이를 닦은 것이다.
너무나 망신스러운 순간인 것이다.
남편은 이때다 싶어서 '내가 그렇게나 좋아~~~?' 하며 회심의 미소를 보내고 나는 웃겨서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게 된다.
안 되겠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내 칫솔 끝부분에 매직으로 이름을 써 둔다.
칫솔도둑질을 그만 멈추고 싶다.

*그림의 출처는 pinteres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