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0

by 미스블루

3월 17일 월요일-다시 읽기 시작하기 위한 책 고르기

올해가 시작되고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일단 개구리 먹느라 바빴고 ^^ 마음은 이상하게 분주했고(아마 연초에 난 산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손님도 와 계셨고, 학교도 바빴다.

책들은 내가 읽지 않았으니 책꽂이에 들어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쌓이게 됐고, 책들의 불만 가득한 표정에 주눅이 드는 느낌이 들었다.

쓰는 사람이 읽는 것을 게을리하는 것은 뻔뻔하다는 생각이다.

다시, 즉시, 읽기를 시작해야겠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는 뻔뻔함의 막을 내리기 위해 다시 읽을 책을 골라야겠다.

올림픽 선수처럼 운동을 하다가 운동을 멈춘 사람처럼 다시, 읽는 근육을 키워야 한다.

무슨 책을 읽을까 하다가 85세 이모가 생일날 보내준 이모의 책부터 읽기로 했다.

제목은 '매일이, 여행'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집트에 간 이야기였다.

이집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는데.. 단 두 페이지를 읽고 이집트에 한번 가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작가들은 어쩌면 사람의 마음을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아주 능력 있는 약장수인 것 같다.

별것도 없는 것 같은데 별것의 마음을 만들어 주는 책이 좋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연한 간장으로 맛을 낸 슴슴한 일본음식 같다.

다시 시작하는 날은 설레어서 좋다.


3월 18일 화요일-고양이들 새 모래 시도

고양이들은 모래더미를 화장실로 사용한다.

어릴 적 엄마는 우리 집 고양이를 위해 놀이터에서 모래를 가져다 화장실을 만들어 줬다.

그때는 고양이 모래를 팔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일도 힘드셨을 텐데 놀이터까지 가서 무거운 모래까지 가져오느라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부모님을 생각하면 정말 늘.. 늘.. 모든 게 마음이 아프다.

고양이 모래 시장도 경쟁력이 치열하여 신제품이 계속 나온다.

나 역시 어떤 모래를 선택하면 나도 편하고 그분들도 편할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지금까지 쓰던 모래는 먼지가 날리고 온 바닥이 사막화가 되어 청소기를 끼고 사느라 녹초가 되었다.

남편은 고양이들의 배설물로 딱딱하게 굳은 모래를 퍼내며 이건 '그랜드 캐년' 같다는 둥 이건 또 '강호동 왕돈가스 '

같다는 둥 하며 나를 웃긴다.

이번에는 파란색 크리스털 같은 결정체로 만들어진 것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새 모래는 먼지도 나지 않고 커다란 결정체 때문인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훨씬 덜 할 것 같다.

시도하는 그날이 오늘이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 다.

항상 쓰던 모래 박스는 그대로 두고 맞은편에 반짝이는 크리스털 같은 모래 박스를 새로 두었다.

고양이들이 화장실 쪽으로만 가면 숨을 죽이고 새로운 모래를 사용하는지 문틈으로 보고 있다.

한 녀석이 용감하게 새 모래박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온다. 앗싸! 성공이다.

겁쟁이 다른 녀석은 아직도 시도하지 않는다. 둘 다 새 모래 박스를 사용해야 예전 것을 치울 수 있다.

스파이처럼 문짝에 하루 종일 붙어 있으니 무지하게 피곤하다.

그래도 새 모래박스를 사용해 준다면 펄펄 날리던 모래 먼지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다.

뭐든지 불편한 일이 있다면 귀찮다고 그냥 살지 말고 새로움을 시도해 그 불편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노력을 더해 편리함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으니 괜찮지 아니한가..


3월 19일 수요일-손님이 계시는 마지막 날에 의식

내일은 시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날이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께 아래층에 있는 아들의 방을 내어드리면서 아들이 우리의 안방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나와 남편은 독립한 딸아이의 작은방에서 몸을 구겨서 잤다. (아들이 누나의 방을 못 쓰는 이유는 딸아이의 방이 좀 추운 편인데 아들아이가 몸이 약해 감기에 쉽게 걸리고 감기에 걸렸다가는 응급실행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안방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러면서 우리의 물건과 아들의 물건은 뒤죽박죽이 되어 2층은 온통 미친년 꽃다발이 되어있었다.

떠나시고 나서 집을 정리해도 되지만, 어차피 내일 먼 길을 가셔야 해서 오늘은 모두 집에 계시니, 나 역시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누구의 꽃다발이 되어 있는 2층의 정리를 슬슬 시작하면 좋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손님이 집으로 돌아가는 전날 일상으로의 복귀를 조금 시작한다.

한꺼번에 다 하기보다는 나누고 쪼개서 하면 모든 일은 조금씩 수월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투리 시간이라는 것을 얕보면 안 된다.

'잔타에 코피 터진다'는 말처럼 5분, 10분의 시간을 야무지게 사용하면 선물로 큰 시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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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목요일-이불빨래

아침 7시에 공항으로 모셔다 드리며 바이바이를 했다.

눈물이 조금 난다. (저의 매거진 '일기 쓰기 싫어 시 쓰던 아이' <공항에 가면 눈물이 난다>에 공항에 가면 느끼는 저의 심정을 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개구리 먹기'로 아들아이의 방을 되돌려주기 위해 손님이 쓰시던 이불을 걷고 새 침대보로 교체 후 이불빨래를 한다.

며칠 두어도 되지만 큰 이불이 빨래를 기다리며 구석에서 기다리는 꼴은 참 별로다.

빨고 말리고 잘 개켜서 이불장에 넣어두니 이제야 일상으로의 복귀가 조금 된 것 같다.


3월 21일 금요일-부모님을 위한 계란찜기 오더

시부모님이 미국에 오시면 신기한 물건이 많아 눈이 동그래지시는 일이 많다.

이번에 가장 깜짝 놀라셨던 건 계란찜기였다.

단백질의 공급을 위해 매일 삶은 계란을 드시고 계신다고 했고, 아침에 계란 삶는 기계에 계란 두 알을 넣어 단추를 누르는 것을 보시고 정말 화들짝 놀라셨다.

반숙을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냄비에 계란을 넣고 완숙이 되지 않도록 인덕션 앞에서 보초를 서신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기계를 보시고 얼마나 놀라셨겠는가..

한국에 돌아가시면 오더 해서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는 한국에서 나오는 계란찜기를 시부모님 댁으로 오더해 드리는 일이다.

뒤로 미루지 말고 빨리 하자.

사람을 기다리지 않도록 하는 일도 배려인 것 같다.


3월 22일 토요일-특강에서 배운 묵상하는 법 시도해 보기

성당에서 사순특강을 들으며 묵상하는 법을 배웠다.

구슬이 서말이면 뭐 하나...라는 말처럼 듣기만 하고 해보지 않으면 내 것으로 단단히 붙잡아 둘 수 없다.

오늘은 날을 잡고, 시간을 내어 배운 것을 복습해 봐야겠다.

어느 유튜버가 올린 일을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는 독려의 영상밑에 댓글이 죽 달린다.

한 댓글을 보고 웃겨서 많이 웃었다.

'이 영상마저도 나중에 봐야지 하고 저장만 해놓는 나...'

맞다. 보면 좋은 영상도, 좋은 영화도, 책도, 나중에 시간이 나면 봐야지.. 읽어야지.. 한다.

'개구리 먹기' 연재글을 쓰며 일이 미뤄지지 않도록 하루에 한 가지만이라도 해대고 있지만, 사실 한 가지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쌓여있는 일이 아직도 꽤 된다.

이마저도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는 묵상법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직접 해 본다.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3일 안에 해보지 않으면 그 일은 실천불가능이 될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사실 쓰고 싶은 글의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었는데.. 3일 안에 안 써서 생각조차 안 나게 된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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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일요일-딸아이와 밀린 대화하기 그리고 져주기

손님이 계셨던 2-3주 동안 딸아이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다.

자주 만났지만 겉의 대화만 할 뿐이었다.

밥 먹었니? 피곤하지? 뭐 이런 유의...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딸아이의 집에 가서 '파자마 대화'를 하기로 했다.

'파자마 대화'란 파자마만 입고 침대에 누워 서로 얼굴 보지 않고 천장 보면서 속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요즘 서로 의견이 상충하는 이슈가 있어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조금씩 얕은 대화로 시작해 점점 깊이 있게 들어갔다.

마음에 드는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마음을 내 뜻대로 꺾어버리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한다.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고 또 참는다.

부모는 아이에게 져야 한단다.

그래야 아이가 부모를 딛고 올라서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날아갈 수 있도록 지고.. 지고.. 또 지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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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출처는 <핀터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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