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1

by 미스블루

3월 24일 월요일-빨래 걸이에 마른오징어가 되어 있는 옷 정리하기

빨래를 다 하고, 드라이기에 넣어서 말릴 옷은 드라이기에 넣고, 줄어들 염려가 있는 옷들은 빨래건조대에 널어서 말린다.

하루가 지나면 바싹 말라서 어서 집어 들어주기를 바라는 오징어가 되어 있는 마른 옷들..

이것이 또 우리들 모두의 '개구리 먹기'가 아닌가 싶다.

왜 우리는 오징어들을 바라만 보고 집어내어 주지 않는가..

빨래건조대 옆을 지나다니면 마음에서는 저 보기 싫은 빨래 건조대를 어서 치워랏!! 하고 소리소리를 지르지만 우리는 '누가 방금 무슨 소리 했어? 하며 아무 소리 못 들은 척 그 옆을 뻔뻔하게 요리조리 피해서 지나만 다니지 않는가..(저만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오늘 저는 '개구리 먹기'로 저 빨래건조대를 치웁니다. 며칠 후 다시 나올 테지만..

빨래를 집어내어서 다리미를 해야 할 것은 바닥으로 내 던지고 바로 옷장으로 넣을 수 있는 청바지 같은 것들은 낑낑대며(또 왜 이렇게 딱딱해..) 접어서 옷장의 제자리에 넣어준다.

빈 빨래건조대를 접는 소리가 (쇠가 탕탕 부딪히는 소리) 정말 경쾌하다.

5분도 안 걸리는 이 일을 참 어렵게 겨우겨우 했다.


3월 25일 화요일-새 학생 J를 위한 자료 준비하기

K-POP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환성을 지르게 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나의 토요일 한국학교 클래스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학생들이 2학년 수준의 국어를 배운다.

중학생 여자아이 한 명이 수줍게 한국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기역니은도 모르는 상태지만 유치부나 1학년에 넣을 수가 없어서 교장선생님은 내 클래스에 J를 데리고 오셨다.

나는 좋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의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넣어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J에게 클래스가 시작하기 전에 좀 일찍 오라고 해서 따로 개인교습을 한다.

자음 모음의 소리와, 숫자, 색이름, 글자를 조합하여 읽는 법을 빨리 가르쳐 수업을 들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해준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J를 따로 가르칠 자료를 찾아 프린트하고 어떻게 쉽게 가르쳐 줄지 나도 공부한다.

교실 문 앞에 쑥스러워하며 서 있는 J 가 생각난다.



3월 26일 수요일-쓰레기통 샤워시켜 주기

한국이 분리수거에 목숨을 걸기 시작하면서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미국의 분리수거에 소극적인 모습에 놀라워했다.

휴지와 음식물을 섞어서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쓰레기 관리 회사에서는 집집마다 3가지 색깔의 쓰레기통을 준다 (단독주택에 경우)

검은색 쓰레기통은 일반쓰레기, 파란색은 재활용 쓰레기, 그리고 초록색은 깎은 잔디나 다듬은 나무들을 넣어야 하는 식물 쓰레기 통이다.

요즘 이 식물쓰레기통에 음식물을 따로 모아 버리라는 지령이 시청에서 내려왔다.

드디어 미국도 분리수거를 열심히 할 생각을 했나 보다.

월요일이 되면 집집마다 3가지 색깔의 쓰레기통을 내어놓고 각각의 쓰레기통 담당 트럭이 저마다 다른 시간에 와서 쓰레기통을 비워 놓는다.

다 비워진 쓰레기통은 다시 집으로 가지고 가서 뒷마당 후미진 곳에 세워둔다.

그래서 이상한 이웃이 옆집에 살게 되면 서로 네가 내 쓰레기통을 가져갔다며 싸울 수도 있다.

정말 별로인 이웃이 우리 옆집에 잠깐 살았었다.

어느 날 벨을 눌러 나가 보니 그 옆집남자가 내가 자기네 재활용 파란색 쓰레기통을 가져갔다며 으르렁 거렸다.

아하! 잘됐다 싶었다.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내가 가져온 쓰레기통은 뚜껑이 깨진 내건데... 그거 가져갈래?'

당황한 옆집 남자는 말을 얼버무리며 썡하니 사라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사는 우리들은 쓰레기통에 얽힌 배를 잡고 구르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하나씩은 다 있다.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밖에서 쓰는 쓰레기통이지만 호스로 물청소를 한번 해줘야겠다.

이곳은 화장실도 건식 화장실이라서 시원하게 샤워기로 물청소도 할 수 없다.

마당에서 호스로 맘대로 물을 뿌리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물로 씻어낸 쓰레기통을 햇살 좋은 곳으로 끌고 와 바람을 쏘이게 한다.

매일 더러운 것만 받아 내느라 수고가 많다 ^^


3월 27일 목요일-세일하는 기간에 옷집 들르기

옷브랜드마다 옷을 입었을 때 사이즈와 핏이 조금씩 다르다.

사람들 마다 내 체형에 잘 맞아떨어지는 옷 집이 따로 있을 것이다.

목 선과, 어깨선, 바지의 길이 등,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으면 사람이 더 세련되어 보인다.

옷을 입어도 내가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오고 어딘가 후줄근하다는 생각이 드실 때는 그 브랜드 옷이 나와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나와 잘 맞는 몇몇 옷 집을 정해두고 있으면 정말 편하다.

그 옷집의 세일정보를 알아 두었다가 세일할 때 좀 챙겨두면, 무슨 일이 있을 때 입을 옷이 없어 허둥대다가 세일도 안 하는 비싼 옷을 울면서 사야 하는 일이 없어진다.

좋아하는 옷 집이 세일을 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시간을 내서 들러야 한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옷집을 방문할 것이다.

옷 집에 들어서니 화사한 색깔의 봄옷에 마음이 설렌다.

여름에 입을 마 소재의 바지와, 기본 티셔츠들, 공개수업 행사 때 입으면 좋을 것 같은 블라우스도 골랐다.

모두 30% 디스카운트를 받았다.

충동적 쇼핑이 아닌 계획된 쇼핑을 하니 내가 야무져진 느낌이 들어 좋다.


3월 28일 금요일-벚꽃이 날리는 세탁기 세탁조 청소하기

세탁이 끝났다는 신나는 노랫소리에(내 세탁기는 슈베르트의 '송어'를 노래한다) 세탁기를 열었다가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지가 세탁기 안에 벚꽃이 내리게 했다.

그것도 짙은 색깔의 옷 들만 모아 빨았는데...

아... 일이 또 배가 되었다.

안 그래도 힘든데..

무거운 물에 젖은 옷들을 꺼내 있는 힘을 다해 털고 드라이기에 넣고 빨래건조대에 널고..

그러고 나니 세탁조에 벚꽃이 된 휴지조각들이 가득이다.

치우기 싫다. 나중에 하고 싶다.

근데.. 나중에 잊어버리고 세탁물을 그냥 넣었다가 다시 휴지벚꽃이 날리게 될 수도 있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는 세탁조 청소다.

은색의 세탁조 안으로 몸이 거의 들어가 세탁조에 붙어 있는 휴지조각들을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고 손 청소기를 가져다가 빨아들이고 물티슈로 다시 한번 잔여물을 닦아낸다.

제발 빨래 전 주머니 속을 확인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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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토요일-강제로 구매한 어플을 사용하여 레몬나무의 시들은 잎사귀 따주기

요즘 그런 어플을 보신 적 있으신지..

식물 사진 찍으면 건강한지 병들었는지, 병들었으면 솔루션을 제시해 주는..

7일간 무료로 해준다길래 우리 집 식물들 다 물어보고 취소하려고 했는데 7일이 지난 8일 날 생각이 나서 일 년간 강제로 구독하게 되었다.

8일째 일 년 치 구독료가 결제되고 며칠 동안 속이 상했다. ㅋㅋㅋㅋ

어차피 있어버린 어플 잘 사용하면 되지 뭐.. 하지만 쓰린 마음은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봄이 되어 마당에 있는 레몬나무가 잘 되고 있는 건지 궁금했고, 강제 어플이 생각나 사진을 찍었더니 'sick' 이렇게 나오며 노란 잎은 모두 따주라고 한다. 그리고 물을 너무 많이 줬다고 한다.

물 주는 것도 힘들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물은 이제 그만 주면 된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레몬나무의 노란 잎을 따준다.

열린 레몬은 음식 말리는 기계에 슬라이스 해서 넣고 말려서 레몬차를 만들어 꿀을 잔뜩 넣어 마실 것이다.

'개구리 먹기'를 50회 연재하려고 했는데 30회만 하기로 했고 벌써 21주째이다.

나는 그동안 147개의 개구리를 잡아먹었다.

개구리에 워낙 영양가가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조금 영양가 있는 삶을 살게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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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일요일- 냉동고 동향 살피기

시부모님이 지난주에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나니 함께 먹으려고 샀다가 다 못 먹은 음식들과 한국에서 가져다 주신 음식들만 남아있게 되었다.

미국의 생활 특성상 냉장고 외에 냉동고를 쓰고 있는데 잠깐 열었다가 경악을 하고 얼른 문을 닫았다.

빛이 보이지 않은 지경으로 치달은 나의 냉동고..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심호흡을 크게 한 후 냉동고를 열어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들어 있길래 불빛은 밖으로 1도 새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살펴야겠다.

이런 지경은 정리라는 것은 할 수 없고 소진을 해서 비우는 수밖에 없다.

먼저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냉동고 앞에 오래 서 있으면 손이 시리고 춥다.

이것저것 살피고 있자니 한국에서 가져다 주신 음식들이 가장 눈에 띈다.

손이 크셔서 고춧가루도 7 봉지쯤 갖고 오신 우리 어머님.

우리가 이곳으로 오고부터 25년이 넘도록 이것저것 가져다주시느라 당신들 여벌옷은 고작 몇 벌 가져오신다.

짐을 풀어놓고 가져오신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우리를 흐뭇한 눈으로 보고 계신다.

우리는 그 앞에서 겁도 없이 이곳으로 떠났던 20대가 되어있고, 부모님은 자식이 곁을 떠났던 서늘한 그날의 50대가 되어 갑자기 활력도 더 생기고 목소리도 커지신다.

현실은 50대의 우리와 80대의 노인들이 되어 있지만 그 순간에 우리는 현실은 모르고 그때의 우리들만 있다.

20일 남짓한 시간을 우리 모두 착각 속에 살며 부모님은 더 건강해지셔서 한국으로 돌아가셨고(마음이 젊어지면 몸도 젊어지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우리는 그분들의 변함없는 겸둥이 노릇도 해드리며 노쇠해진 부모님의 몸과 마음을 살핀다.

냉동고 앞에 서있다가 노인이 되신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시려서 문을 닫는다.





<그림은 핀터레스트에서 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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