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의 첫날밤, 방은 좁았고 침대는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하나뿐인 침대에 자려고 누웠는데 친구가 내게 물었다.
“Do you know FBI?”
나는 순간 FBI라는 단어를 듣고 경찰에 신고한다는 걸로 알아들었다. 내 머릿속 FBI는 경찰의 이미지가 강하니까. 그래서 속으로 ‘아.. X 됐다.’라고 생각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순순히 따라오는 게 아니었어 XX’ ‘내가 왜 영국으로 바로 왔을까’ ‘영어 공부를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차라리 말 못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한숨 한번 크게 쉬고 나는 미안하다고 빌었다.
그랬더니 친구가 웃으며 다시 물었다. “Do you know FWB?”
그 친구가 말한 것은 FBI가 아니라 FWB였다. FWB라는 단어를 몰랐던 나는 F와 B만 듣고 내 멋대로 해석해 버린 것이다. FWB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명해 주겠다.
FWB : 'Friends with benefits'의 약자로, 친구 사이지만 성관계까지 가능한 친구 사이를 의미한다.
신세계였다. 이때까지 내가 생각해 본 적 없는 관계였다. 우리는 FWB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한 시간 정도 이야기 나눴다. 그 후 맥주를 마시며 넷플릭스에 있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