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신행 Oct 22. 2023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안나푸르나 봉우리

앞서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인도에서 마카밸리 트레킹을 했었다. 그때 포터를 고용하면 트레킹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포터와 함께 하기로 했다. (포터 : 짐을 들어주고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 우리는 이미 유튜브를 통해 한국사람들에게 유명한 먼다이 아저씨와 함께 하게 됐다. 먼다이는 매일 히말라야를 등산하는 본인의 직업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다이는 우리에게 한 가지 고민을 이야기했다. 지금이 몬순 기간이라서 안나푸르나 산맥을 못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7~9월까지는 비가 많이 오고 안개가 많기 때문에 A.B.C를 못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의운에모든걸 걸고 가 보기로 했다. 


현지인 먼다이와 함께하는 트레킹은 너무 즐거웠다. 등산이 끝나면 먼다이 아저씨는 어디선가 음식과 술을 가지고 와서 우리와 함께 나눠 먹었다. 이것이 네팔의 문화라며 우리에게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네팔 술 쿠쿠리를 뜨거운 물과 섞어서 마시기도 하고 버팔로 고기를 가져와 나눠먹기도 하고 네팔에서 가장 매운 고추를 먹는 경험도 시켜주었다. 우리는 A.B.C 트레킹을 하며 네팔의 문화에 스며들고 있었다. 


네팔의 문화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목표지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는 먼다이의 말처럼 안개가 자욱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먼다이는 우리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며 바람의 세기를 보니 오늘 안에 한 번은 보여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1시간 뒤 거짓말처럼 모든 안개가 다 사라지고 웅장한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산의 기운에 압도당하여 넋 놓고 감상했다. 비록 30분이라는 짧은 시간만 허락됐지만 에베레스트를 보며 나는 여행의 모든 순간들을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비록 나는 떠나기 위해 5년을 준비해야 했던 쫄보였지만 결국에는 꿈을 이룬 여행자가 됐다. 스물아홉 내게 일어난 꿈같은 순간들은 용기를 가지고 떠난 이를 위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선물 같은 순간들을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A.B.C 트레킹을 마지막으로 스물아홉살 배신행의 도전은 끝났지만 이 도전은 또 다른 도전을 낳을 것이라 생각하며 나의 세계여행 여정은 막을 내렸다. 





이전 27화 가진 건 도전정신과 체력뿐이라서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