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를 벗 삼아 걷는다
나는 산책할 때 휴대전화를 들고나가지 않는다. 내가 산책을 하는 이유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걱정 때문이다. 그 걱정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걷거나 걱정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아서 걷는다. 그 행위에 있어서 휴대전화는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방해만 된다. 누군가와 항시 연결되어 있는 현대인들은 완전한 고독이 필요하다.
산책도 여러 가지 산책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걱정을 해결하기 위한 산책은 고뇌를 위한 걸음이다. 그때는 삼십 분 이상 걸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결론이 명확하게 지어지지 않더라도 자포자기하거나, 삼천포로 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집중한다. 반면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한 산책은 비움을 위한 걸음이다. 그때는 십 오분 정도의 거리를 선택한다. 그리고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도록 속으로 반복적인 말을 되뇐다. 걸음에 맞춰 왼발, 오른발을 속으로 읊으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최대한 같은 시간대에 산책을 하려 한다. 사람이 없을수록 좋고, 어두울수록 더욱 좋다. 누군가의 시선과 소리에 방해받지 않는 시간대에 매번 나가는 것은 분명 큰 도움이 된다. 인생의 난제를 가슴에 이고 침대에서 전전긍긍하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들고 밖으로 나가 해결하려 노력하는 게 심상에 이롭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산책이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덜 불행한 삶을 살고 싶다면 산책은 필수불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