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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Apr 07. 2024

불행에서 멀어지는 사람

행복에 집착할수록 오히려 불행이 다가온다



 

    인생은 원래 행복보다는 불행에 더 가깝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보다 불행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으로 삶을 영위하는 게 오히려 행복에 가까워진다. 상을 받고 싶으면서 노력은 하기 싫은 게 인간인데, 계속해서 상만을 쫓으면 당연하게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상을 받을 만큼 영민하지 않다는 가정하에 범인은 벌에서 멀어질 궁리를 해야 한다. 상과 벌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그것은 행복과 불행도 마찬가지다. 덜 불행하려는 노력은 결국 행복에서 멀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사람은 행복에서 멀어질수록 고통스러워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그렇듯 불행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결국 덜 아프게 되고, 덜 외롭게 되는 것이다. 행복만 찾는 것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아프지 않으려는 것과 다름없다. 사람은 누구나 아프고, 종말에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을 망각하거나 부정하는 행태 덕분에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불행을 기피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평생 먹어야 하는 밥을 먹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은 불행을 주식으로 삼아야 한다. 불행은 나쁜 것이 아닌 삶의 영양제와도 같다. 당장에는 큰 효과가 없고, 여전히 힘들지만 그것을 버티려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강해진다.


    행복은 변덕이 심하고, 불행은 무던하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기분이 마구잡이로 바뀌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사람과 함께하게 되면 같이 있는 시간 동안에 상당한 수명이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반대로 깐깐하지만 원리와 원칙을 중요시하고, 변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사람과의 협업은 초반에만 힘들 뿐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수월해진다. 큰 불행을 잘 겪은 사람은 차후에 나타나는 불행에는 더 빠른 대처를 할 수 있게 되어 성장이 쉬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불행 자체는 결코 좋은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올바른 방향으로의 성장은 어렵다. 불행이 나타났을 때 자포자기하고 체념한다면 그 사람의 불행은 해소되지 않는다. 아마도 평생 사라지지 않는 불행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최대한 덜 불행하려고 노력하고, 불행이 찾아왔을 때 있는 힘껏 맞서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할 자격이 있다.


    반면 태생에 굴복하는 인간은 살아 숨 쉴 가치가 없다. 그들의 자조는 남들에게 전염이 되고,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오염된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와 나태한 야망가만큼 위험한 인물은 없다. 이룬 것 하나 없고 얕은 지식의 비평가는 남의 목 조르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항상 자신의 옆에 불행을 앉혀두고, 타인에게 전파하려고 애쓴다. 꿈을 가진 이에게는 조롱을,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폭언을 하며 자신의 지위를 높이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글로만 보았을 땐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주변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생을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태생에 굴복하며 살아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그럼에도 많은 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미개함을 인지하고, 고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위에 나열한 게으르고 나태한 자칭 비평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남을 비난한다. 혹은 이유를 만들어내 타인을 핍박한다. 물론 스스로는 숭고함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생을 행복을 좇으며 살고, 행복한 척 꾸며낸 삶을 자랑한다. 그러나 실상은 평생을 불안 속에 살아가며 우울을 벗 삼는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에 그럼 거지가 좋냐는 터무니없는 비교를 한다. 결혼의 최우선 순위는 사랑이라는 말에 사랑이 밥 먹여주냐는 되지도 않는 비유를 한다. 항상 극단의 상황만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전파한다. 돈은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이라는 것을 모르는 지성인은 없다. 결혼에 조건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지성인은 당연하게도 없다. 그렇지만 돈에 매몰된 채 살아가는 게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또한 사랑이 빠진 상태로 조건만 보고 반려인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모르는 사람 또한 즐비하다. 그리고 돈과 조건을 과하게 따지는 대부분의 속물들에게 사랑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운명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우리의 인생에는 보편적인 운명이 나타나고 사랑을 하게 된다. 그렇게 호르몬의 작용이 끝나고 의리와 정 그리고 배려와 아가페적인 습관이 자리 잡는다. 이후에 합심하여 돈을 벌고, 조건을 맞춰간다. 그렇게 불행에서 멀어지는 게 안정된 삶이고,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다. 물질 만능주의의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전시보다도 낮은 0.6명의 세계 최하위이면서 청소년 자살률은  OECD국가 최고치인 역설적인 상황을 보고도 돈, 물질, 명성만을 되뇌는 멍청한 것들을 설득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자신만의 신념에 따라 작은 행복을 찾고, 꿈을 꾸는 사람을 보호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 글을 읽고 스스로의 행복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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