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권 Jul 25. 2024

덤덤하고 떳떳한 인생을 목표로

허세와 허영을 멀리하는 삶

덤덤하고 떳떳한 

인생을 목표로


세 작품은 공통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인간은 소중하게 여기고 오랫동안 간직해야 할 것을 업신여긴다. 

세월이 지나 기억해야 할 위인을 잊기도 한다. 

더욱이 자연스러운 모든 걸 부정하고, 훼손한다.     


서평가 박진권 제호 화폐 저자 다자이 오사무 외 2인 출판 메이플라워북스




다자이 오사무의 화폐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말한다. 이 단편은 돈의 시각으로 내용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빳빳하고 가치가 높았던 100엔짜리 화폐가,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타고 점점 더러워지고 추레해진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오래 머물 수 없고, 의지와 다르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게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화폐는 결국 자신이 있고 싶은 곳에 안착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또한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재에 충분히 만족한다. 인간도 적절한 행복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니이미 난키치의 언덕의 동상은 어리석음과 망각이다. 마을에 역병이 돌아 주민들이 하나둘 죽어가고 있을 때 나타난 약초꾼이 사람들을 살린다. 마을 사람들은 그 약초꾼이 선인이라며 동상을 세워 오랫동안 기리기로 다짐한다. 이후 전란의 시대 마을에서 차출당한 젊은 장수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죽음을 맞이한다. 마을 사람들을 전에 있던 동상을 변형해 젊은 장수의 동상을 세운다. 이후에도 몇 번 동상의 이름은 바뀌었고 모습도 변했다. 그리고 선인들의 이름은 지워졌다. 물론 그들의 이름은 약초의 명칭이 되거나 용맹함을 뜻하는 단어가 되기도 했지만, 그뿐이다. 결국 그 명칭이 이름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이처럼 인간은 기억해야 할 것을 잊고, 잊을 것을 트집 잡는다. 그것이 망각의 축복인지 무지의 소산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야시 후미코의 철 늦은 국화는 시간의 흐름과 망상이다. 늙은 여인이 과거의 영광에 빠져 과거의 남자들을 회상한다. 과거에 요염했던 자신을 놓지 못한다. 그 과신은 현재의 쓸쓸함을 나타낸다. 주변에 자신을 위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있는 중에도 화장을 고치고 허벅지에 호르몬 주사를 놓는다. 50의 나이에도 30대 중반처럼 보이는 그녀의 속사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드카 한 잔을 마시고 눈을 촉촉하게 만든다. 반짝이는 안광을 위해서다. 피부의 탱탱함은 화장과 호르몬 주사로 위장한다. 그렇게 속마음도 숨긴 채 빛을 잃은 남자들을 전전한다. 미모는 한순간이고 그 능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분명 예쁘고 잘생긴 것은 엄청난 무기가 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50대의 늙은 여인처럼 쓸쓸하게 죽게 될 것이다.      


내 삶의 목표는 간단하다. 절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신념과, 평생 글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고, 똑같이 사랑으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렇게 나는 덤덤하게, 떳떳하게 살아간다.     



화폐다자이 오사무

의인화된 돈에, 사람의 관점을 완전히 배제했다. 감정을 느끼는 돈의 일대기를 그린다. 

    

언덕의 동상니이미 난키치

인간의 어리석음과 망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훌륭한 인간은 무언가를 남긴다.    

 

철 늦은 국화하야시 후미코

순리를 거스르는 50대의 여인. 늙고 싶지 않고, 아직 늙지 않았음을 남자와의 관계에서 정립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