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하루
글 박진권
나는 영웅이 아니다. 특별하게 정의로운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참전하지 않는 것을 비난하지 않겠다. 하지만 참전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죽을 것이 뻔하지만, 나는 가족을 위해 K2든 K3든 들어 올려 침략자를 향해 5.56mm의 공포를 쏘아댈 것이다. 적국의 젊은 군인도 피해자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그들의 숨을 거두는 것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을 위해, 일부 몰지각한 국민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이 나라를 위해, 이 땅을 위해, 내 가족과 선량한 시민을 위해서다. 비겁한 사람이 똑똑한 게 아니듯, 바보라서 사지로 향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무섭다. 시체도 찾을 수 없게 죽는 것이 두렵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고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 어떻게 죽을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가늠되지 않는 공포에 잠도 설치곤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죽음에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그럼에도 나는 공포를 머금고 두려움을 삼켜내며 군복을 입을 것이다. 참전 용사에게 어떤 대우도 보호도 없는 이 나라의 현재를 살피면 목 끝에서부터 쓴맛이 올라오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럴수록 군화를 신고 끈을 꽉 동여맬 것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은 후 위수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길 테다. 이 한 걸음이, 무수히 많은 그 걸음이 아이들에게 내일을 선물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