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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Jul 17. 2024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다

소모되는 정신




    젊었을 때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책은 청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도서다. 노쇠는 세월만 가지고 오는 게 아니다. 젊었을 때 했던 무리한 노동과 오랫동안 유지된 정신적 긴장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 무리한 야근과 술자리는 수면의 양과 질을 떨어뜨린다. 상사의 폭언과 사내 정치질은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악순환으로 운동은 하지 않고, 술과 담배를 더 찾게 된다. 그렇게 늙은 사람이 말한다. ‘나 젊을 땐, 더 힘들었어!’ 그래서 지금 아픈 것이다. 늙어서 아픈 게 아니라, 젊었을 때 무리하고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을 간과한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운동하고, 재활했으면 아마도 덜 아팠을 것이다. 기계의 부품과 같은 사람의 몸은 무리하면 무리할수록 더 빨리 고장 난다. 고장 난 몸은 남이 보상해주지 않는다. 위로도 걱정도 해주지 않는다. 오롯이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 또한, 보상 심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고생했다면, 후대는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적절하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체력과 정신을 보호해야 한다. 늙고 병든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나무가 없으면 숲도 없다. 나무가 없는 동산을 숲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들은 나무를 등한시한다. 아이들에게 숲을 이해하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현혹한다. 세 치 혀로 거짓을 내뱉고, 현혹하며 그 뒤는 책임지지 않는다. 이것은 술과 담배 그리고 마약과 다르지 않다.

    사람은 항상 좋은 시절을 잊는다. 당시의 힘듦과 고통을 망각한다. 뚜렷하지 않은 기억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나는 모든 풍파를 꿋꿋하게 버텨냈어, 전쟁터였다고! 요즘 것들은 너무 나약해.’ 이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왜 나약해졌는지 알 필요가 있다.

    필수과목을 위해 체육 시간이 사라진 현대인들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약하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아무것도 모르고 16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아이들이 자초한 것은 아니다. 요즘 사람들이 이기적인 것도 타고난 게 아니다. 친구도 ‘엄마’가 만들어 주고, 잘못해도 ‘부모’가 해결한다. 같은 아파트가 아니면 놀지 말라고도 한다. 또한, 엄마가 바쁜 일정에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면 자식에게 피해가 전이된다. 이런 실상에서 무한 이기주의로 자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가 저술한 것처럼 우리는 중용이 필요하다. 플라톤이 말했던 어디서 머무를지 인식하고 모든 가치의 질적인 비교를 하는 것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도를 초과하거나 미달하지 않고 중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이와 성별 그리고 빈부 관계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당장 서로를 향한 칼을 내려놓고, 혐오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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