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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Dec 04. 2024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고독을 환영한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지친 마음에는 짜증이 깃든다. 피로한 몸은 배려를 망각하게 만들고, 인간은 화에 잡아먹히게 된다. 더 소중하게 대해야 할 사람에게 실수를 거듭하고, 반복된 실수로 인해 후회를 남긴다. 내 실수로 만들어 낸 후회의 늪에 빠져 남을 원망하고, 미워한다. 그렇게 몸과 정신의 피로는 해소되지 않고 영원히 쌓여만 간다.


박진권




고독을 환영한다

진심은 행동이 아닌 체력에서 나온다. 내가 종종 혼자고 싶은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좀 더 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닥난 체력으로는 진심도, 애정도, 아끼고 싶은 마음도 내비치기 어렵다.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나오는 게 아니다. 최악의 상황이기에 최악의 선택을 할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풍족한 곳간에서 따스한 인심이 나온다. 피로를 관리하는 이유는 내면의 곳간을 든든하게 채워 타인에게 좀 더 관대하기 위해서다. 최선의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이 쉬워지듯이 말이다.


진정으로 고독할 수 있을 때 자기를 돌아볼 수 있다. 쓸데없는 모임을 기웃거리지 않고, 이유 없이 술과 담배를 위해 사람 만나는 것을 절제하면 긍정적인 길이 보이기도 한다. 인간이 서로 어울리며 돕고 살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관계는 혼돈을 가져올 뿐이다. 질서 없는 인간관계는 법 없는 세상과 다름없다. 진정 혼자일 수 있을 때, 인생에 질서가 생긴다. 모든 걸 외부로부터 찾으려는 사람은 외로움만 증폭될 뿐이다.


카카오톡을 열어 살펴보면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들을 지우고, 연락처에 교류하지 않는 사람의 번호를 삭제하는 것으로도 무거운 마음이 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혹여라도 나중에 연락이 오면 반갑게 맞이하면 될 일이다. 자연스럽게 멀어진다면 인연이 거기까지란 것을 인지하고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스쳐 지나가야 할 인연을 억지로 붙들고, 쌓아두면 언젠가는 탈이 난다. 진정 내가 필요한 사람에게 체력을 쏟아야 할 때를 기다리며 현재의 고독을 즐겨야 한다. 또, 현재의 고독을 만들어야 한다.


내적으로 풍부한 사람이 자신의 정신적 능력을 갈고닦아 내면의 부를 누리기 위해 외부로부터 필요한 것은 소극적인 선물, 즉 자유로운 여가밖에 없다. 그러므로 평생에 걸쳐 매일 매시간 그 자신 자체일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할 게 없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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