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의 정의
어느 시대나 올바른 욕구는 없고, 모든 걸 누리고 싶어 하는 괴물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허세 가득한 의식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부에 대한, 미적 수준에 대한, 인문학에 대한 충동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가장 최악인 점은, 지적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다. 늘 새로운 세상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무조건 학습에 중독되어야 한다. 그중 독서는 가장 쉬운 학습법이다. 모르는 것을 얕게나마 알게 되고, 알았을 때 오는 지적 향유는 마약보다 달콤하다.
글 박진권
활기 없이 삭막한 사람의 특징은 인문학적 욕구와 예술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타자를 따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어떤 욕구도 없다. 타인의 의식주에 집착할 뿐이다. 본인이 명품이 되지 못할 성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입는 것은 명품만을 고집한다. 20~30대에 집이 없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에 자조한다.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 등 누리지 않아도 인생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들 때문에 우울해하기까지 한다. 정신적인 성장을 염두에 두지 않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문학적 교양을 쌓는 사람과 예술을 감사하고, 사유할 수 있는 사람은 타자의 의식주에는 크게 관심 두지 않는다.
사람은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것을 쫓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 이성만을 따라다니고, 술과 담배를 즐기며, 문란한 생활을 영위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술과 담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문란한 성정은 올곧은 사랑을 찾지도 못하고, 혹여 찾는다 해도 유지하지 못한다. 자기의 위치에서 조금씩 발전하는 게 아닌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의 인생은 늘 제자리만 걷게 된다. 오히려 시간의 흐름 때문에 점점 뒤처지게 될 것이다.
정적인 삶도 생각보다 재밌고, 새롭다. 매번 같은 책을 읽다가 가끔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서적까지 통독하게 되면 대단히 짜릿하다. 겨우 읽는 행위만으로도 지적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말하거나, 잡지식을 뽐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지, 얼마나 오류가 많은 사람인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문란하기 어렵다. 그들은 물질의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일확천금도 바라지 않는다. 이들에게 시간의 흐름은 독이 아니다. 오히려 완숙해짐을 뜻한다. 좁은 보폭이나마 계속해서 걷는 것을 희망하는 것이다.
속물 그 자체와 관련해, “진정한 욕구가 없으면 진정한 향유도 없다”라는 이미 언급한 원칙에 따라 그는 정신적 향락을 누리지 못한다. 인식과 통찰을 위한 아무런 충동이 없고, 인식과 통찰에 대한 충동과 매우 유사한 미적 향유에 대한 충동도 없으므로 그의 생활은 활기를 띠지 않는다. 그러한 종류의 향유가 가령 유행되고 권위를 지녀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강요받는 경우에도 일종의 강제 노역으로 여기고 되도록 빨리 끝내 버리려 할 것이다. 속물이 즐길 수 있는 현실적 향유란 감각적 향락뿐이다. 즉 그는 감각적 향유로 대신한다. 그러므로 굴과 샴페인을 즐기는 것이 그들 생활의 정점이며, 육체적 행복에 기여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는 게 인생의 목적이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