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술
사람은 밥과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특정 알레르기가 없다면 과일도 챙겨 먹는 게 좋다. 필요에 따라서 영양제도 먹을 수 있지만, 당연하게도 필요 영양소가 들어있는 음식을 직접 섭취하는 게 더 좋다. 매일 정크 푸드를 먹으면서 영양제를 추가로 먹는다고 해서 건강해지진 않는다. 심지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영양제만 섭식하면 어떻게 될까. 식물에 물을 주지 않고, 식물 영양제만 들이부으면 결국 말라 죽는다. 인간, 동물, 식물 전부 주된 식량이 있고, 곁가지로 먹으면 좋고, 안 먹어도 그만인 게 있다. 때문에,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글 박진권
유튜브 영상은 영양제 또는 담배와 같다. 적절한 영상을 보며 조금의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상만 보는 것은 백해무익한 담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상은 학습을 보조하거나 학습하는 행위를 도와주는 원동력이 될 수는 있어도 학습 자체가 될 순 없다. 책을 읽고, 나름의 이해와 함께 사유하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한다. 영상만 틀어 놓는다고 공부가 될 순 없다. 영상이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려면 결국 책과 병행되어야 한다. 말 그대로 보조 이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 관련 영상조차도 단일 시청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누군가 해설해 준 영상, 유튜버가 읽은 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상은 인간의 뇌에 그리 오래 남지 않는다. 지식의 잔해만 남을 뿐이다.
요즘은 많은 정보를 유튜브에서 찾는다. 여기서 요리와 청소 등 생활에 필요한 ‘직접 하는 것’을 도와주는 영상은 부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인간이 멀리해야 할 영상은 ‘직접 할 필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이나 토크, 용품 관련 영상은 욕구만 증폭시킬 뿐 어떤 득도 없다, 스트레스 해소에 적당한 시청을 조절할 수 있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의미 없는 영상의 무한 굴레에서 벗어 나지 못해 잠에 들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용변을 볼 때와 씻을 때, 설거지와 청소할 때까지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집중해서 보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영상의 가장 최악인 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바로 대인관계를 영상으로 배우는 것이다. 인간은 아무리 숫기가 없어도 인간과 대면해야 한다. 직접 사람을 마주하고, 그들과 소통하며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써 사람은 성장할 수 있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 된다.
‘이런 사람 피하세요.’
‘이런 연애는 하지 마세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특징’
대인관계를 적절하게 하는 사람이 위에 나열한 영상을 보는 것은 괜찮다. 영상을 시청하면서 분별력 있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저런 영상을 보는 것이다. 직접 할 용기도 없고, 생각도 없는 사람이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으며 인간에 대한 확증편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금 과하게 해석하자면, 세대 갈등과 성 갈등은 이처럼 동영상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하려면 결국 만나서 부딪혀 봐야 한다. 상처도 입고, 똑같은 실수를 한 번쯤은 반복하면 배울 수 있는 게 너무도 많다.
현대의 사람들은 아주 작은 생채기가 무서워 문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와 다름없다. 대인관계와 연애는 영상보다 직접 하는 게 훨씬 좋다.
영화는 술 같은 것이고, 책을 물 같은 것이다. 영화는 좋은 뜻에서 우리를 뜨겁게 만들고, 책은 좋은 뜻에서 우리를 차갑게 만든다. 이성은 기본적으로 차가운 것이다. 교양에 관해서는 영화가 책을 영원히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 이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