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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Dec 09. 2024

새벽과 아침 사이에 글을 씁니다

고독 속 사색의 즐거움


새벽과 아침 사이에

글을 씁니다


아침 6시~6시 30분에 기상한다. 시간은 매번 달라지지만, 늘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침대를 벗어나 욕실로 향한다.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눈은 부어있고, 표정은 죽상이다. 무표정으로 양치하고 머리를 감는다. 세안을 마지막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옷방으로 이동한다. 스킨과 로션 그리고 에센스까지 바른다. 옷방에 있는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말린다. 전신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여전히 죽상이다. 그래도 뇌를 속이기 위해 억지로 미소 짓는다. 속으로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박진권




고독 속 사색의 즐거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작문은 새벽과 아침 사이에 하는 걸 선호한다. 아직 고요한 적막이 남아있고, 생각이 맑아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밤에 쓰는 글은 감수성 때문에 낭만이 과도하게 첨가될 수 있다. 하지만, 새벽과 아침 사이는 조금 더 차분해지고 명료해진다. 하루 중 감성과 이성이 적당히 버무려질 수 있는 찰나의 시간이다. 겨울에는 보통 7시 30분까지도 어둡다. 6시쯤 일어나면 대략 1시간 이상의 고요한 새벽과 아침 사이를 만끽할 수 있다. 이 고요함은 그 어떤 외부의 자극보다 짜릿하다. 부작용이 없는 마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면 말이다.


새벽과 아침 사이에 글을 쓰다가 문득 잡생각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땐 잠시 중단하고 그 상념에 몰두한다. 평소 생각의 바다는 항상 성나있어, 채찍질하듯 매서운 포말을 이끌고 나타난다. 혹은 해일이 되어 뇌 속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일쑤다. 하지만 새벽과 아침 사이엔 그 난폭한 상념의 세계도 어쩐지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가 된다. 무엇을 빼고 더해야 할지, 어떤 것을 지나치고 멈춰서야 할지 더욱 명확해진다. 생각의 바다 깊숙이 던져놓았던,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일들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아침에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도파민은 미친 듯이 폭등한다. 선순환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게 기대된다. 오늘도 나는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쓴다.


정신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사람은 생각이 매우 풍부해, 언제나 활기차고 의미 있게 생활한다. 몸 바쳐 일할 가치 있고 재미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런 일에 종사하겠지만, 그는 자체적으로 가장 고상한 향유의 원천을 지니고 있다. 외부의 자극이라고는 자연의 활동과 인간의 행위를 지켜보는 것뿐이다. 그 외에도 그는 모든 시대와 모든 국가의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의 다양한 업적에서 자극받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신 외에 아무도 없으므로 결국 혼자서 그런 업적을 향유할 수 있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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