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는가
인생을 기록하기에 내 삶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경험을 기억하기엔 집안에만 박혀있던 시간이 너무도 길다. 무엇인가 알아가고, 배우는 것에 미쳤던 시기에도 사람은 없었다. 인간을 판단만 했을 뿐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여전히 내 위주로 생각하고, 나만이 올곧은 사람이라 착각한다. 한발 물러서서 보면 결국 같은 개미 무리인 것을 망각한다. 혹은 인정하지 못한다.
글 박진권
난해하고, 정리되지 않은 사상을 가진 나는 어디에 있는가. 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의 경험을 더 높은 가치로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강남 좌파가 싫다. 그들은 선민의식의 부정적인 면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서민의 마음은 서민이 더 잘 알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둔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쉽게 현혹된다. 여성이기에 좌파를 지지하는 것만큼, 기득권이 우파를 찬양하는 것도 백치와 다름없는 행동이다. 대다수 정치인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이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각자 사회적인 가면을 충실히 장착하고 있을 때도 말을 가볍게 내뱉는 것 또한 적절하지 못하다. 자리와 전혀 관계없는 내용의 의사전달은 듣고 있기 어렵다. 그들 대부분은 극심한 편향으로 치우쳐 있고, 반대 의견에는 조금의 존중도 표하지 않는다. 깊이 생각해도 옳음이 조금도 없는 의견은 없다. 그럼에도 자기와 다른 생각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이들과 다르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난해함을 풀어내 쉽게 가려고 노력한다. 정리되지 않을 사상을 끊임없이 갈무리하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매번 상기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생각을 더듬으며 그나마 밝은 사상을 기억한다.
불편하고, 상생이 부족한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인도와 건널목에서 흡연하는 것과 신호를 지키지 않고 무단횡단하는 걸 싫어한다. 전철에서 가스를 배출하고 트림하는 것도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무례한 사람들과 이태원 참사는 잊었는지 무리하게 밀며 전동열차에 오르는 괴인들을 보며 인류애를 상실한다. 도로교통법을 무시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들과 좌, 우회전 신호 깜빡이를 작동하지 않고, 차선을 물고 다니는 택시 운전자들의 면허를 유지하게 하는 이 나라를 증오한다. 그들과도 상생하며 살아야 한다는 현인들의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무인도에 박혀서 살기에 나는 너무도 유약하다. 어쩌란 말인가.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야 하고, 부족한 인류애는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그게 되지 않는다면 나보다 현명한 사람 곁에서, 또 다른 현명한 사람 옆으로 향하는 수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완전히 사려 깊은 생활을 하고, 자신의 경험으로 그것에 포함된 모든 교훈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가끔 돌이켜 생각해 보고, 지금까지 체험하고 행동하고 경험하면서 느낀 것을 다시 한 번 개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당시의 판단을 현재의 판단과 비교하고, 자신의 계획과 노력을 성과와 그 성과로 인한 만족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경험이 모두에게 들려주는 특별 강의를 되풀이하는 격이다. 또한 자신의 경험은 텍스트로, 사고와 지식은 그 텍스트에 대한 주석으로 볼 수 있다. 경험은 별로 없으면서 사고와 지식이 많은 것은 책의 페이지마다 두 줄의 텍스트에 40행의 주석을 달아 놓은 것과 같다. 이와 달리 경험을 많이 하면서도 사고와 지식이 얼마 없는 것은 주석이 없어서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은 비폰티움52 판과 같다. (52 비폰티움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저작물을 출판한 마을 이름이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