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법 상냥하다

여유로은 사람

by 박진권

우리는 제법

상냥하다


출퇴근 시에는 무조건 대중교통에 몸을 옮겨야만 한다. 그나마 변수가 적고,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간은 보통 08시~19시쯤에 묶여 있다. 심지어 약 1,000만 명의 인구가 회사가 모여있는 특정 지역으로 몰린다. 편리한 대중교통에서 지옥철로 바뀐 이유 중 하나다. 그렇게 사회인들은 대중교통 안에서 여유를 잃어간다. 그들은 출근하지 않는 삶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지옥철에서 월요일의 고통을 마주한다. 그것도 같은 고통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면서 말이다.


박진권




여유로운 사람

타고나길 여유로운 사람이 있다. 이들은 지옥철이니 뭐니 해도 아마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자차를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황 불문 평정심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노력해야만 한다. 아침에 요가하고, 카페인이 적거나 없는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자기를 다스려야 한다. 그렇게 안정된 마음과 산뜻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도 고통스러운 게 대중교통이다. 말 그대로 온갖 사람이 전부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인과 꽈배기처럼 얽힌 상태로 최대한 밀착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마음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여유를 찾아냈건만, 다시금 사라지는 기이한 하루를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현대인은 여유 없는 삶에 분노만 쌓여간다.


모두가 인상을 쓰고 있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을 밀치거나 힘주어 버틴다. 누군가 압사 되거나, 다치는 건 안중에도 없다. 오롯이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최대한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생각뿐, 배려는 없다. 이게 전부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여유는 아무리 생성해도, 평일 아침이면 말끔하게 사라진다. 달라지지 않는 현실과 사회에서 혼자만 바뀔 수 있는 초인은 많지 않다. 어떤 상황이 온다고 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은 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해서 포기하기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삶이 너무도 많이 남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 아마도 우리는 매번 여유를 찾지 못하고, 번번이 고배를 마실 것이다. 다시금 짜증 내고, 화내며 여유 없는 나를 마주할 수도 있다. 생각하면서 인식하는 것과 사유하지 않고 방치되는 것은 확연하게 다르다. 무지에서 오는 실수보다, 알고 있음에도 이어지는 과실이 더 고약하다. 거듭되는 실수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일에 쫓기거나 유흥에 빠져서 과거를 깊이 되새겨 보지 않고 오히려 계속 허둥지둥 살아가는 자는 명료한 사리 분별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 사람의 감정은 혼란스럽고, 생각이 뒤죽박죽되어 이야기에 두서가 없고 대화가 토막 난 것처럼 보인다. 외적인 불안이 커지고 외부에서 받는 인상의 양이 많아질수록, 정신의 내적 활동이 미미할수록 더욱 그렇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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