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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다섯의 평균이 당신이다

통찰의 시간

by 박진권

친구 다섯의 평균이

당신이다


스스로 선택한 고독을 고립이라고 보는 것은 어리석다. 고독한 사람이라고 해서 주변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다. 짐론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만난 다섯 사람의 평균이다.”(I am the average of the five people I met) 모든 만남을 완전히 배제하는 게 아니라 신중할 뿐이다. 누군가의 험담을 주야장천 뱉어내는 모임, 그저 술이나 마시며 흰소리만 하는 모임, 이성을 만나기 위해 혈안인 모임. 그런 곳만 어슬렁거리는 인간이 지혜롭기는 힘들다. 개똥 옆엔 똥파리가 꼬이고, 음식물 쓰레기 옆에는 초파리가 꼬인다.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박진권




통찰의 시간

매번 깨우치고 배움이 있는 관계는 없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간헐적인 배움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귀중한 시간을 내서 만났는데, 술만 마시고 담배만 태우는 것은 옳다고 보기 어렵다. 그곳에 소비되는 인간의 시간은 억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사회인의 하루는 출퇴근을 포함해서 일하는 시간 11시간과 수면시간 8시간을 제외하면 약 5시간의 개인 정비 시간이 남는다. 이렇게 한정적인 시간에 무분별한 만남을 갖는 사치는 재벌도 하지 않는다.


직업을 넘어서 사람에도 귀천이 없다. 누군가를 만나든 스스로 행복하면 그만이다. 하나, 그들과의 관계를 나로만 국한해선 안 된다. 본인의 행복만 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단편적인 생각이다. 사실 그런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행복은 뜬구름처럼 잡을 수 없을 것이 뻔하다. 내가 유지하는 관계는 내 소중한 사람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나쁜 관계를 지속할수록 그 여파가 가족, 연인, 친구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검사가 사기꾼 친구를 두지 않듯, 경찰도 깡패, 양아치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주변에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 한가득이라면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고 누가 있는지 상기해야 한다. 그리고 숙고해야 한다. 혹자는 스스로 돌아보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인지 과정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적확한 메타 인지가 쉬웠다면 모든 사람이 열반에 올랐을 것이다. 일단은 주변의 탁한 영혼들을 멀리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메타 인지는 그다음이다.


사적으로 가장 자주 만나는 다섯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들과 내 가족이, 내 연인이, 내 친구가, 내 아이가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마음이 편해야 한다. ‘그 사람은 좀…’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장 갈아엎어야 한다. 관계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단 한 명의 관계도 없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탁한 영혼은 인간의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그들을 끊어내야만 비로소 맑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그때 가서 괜찮은 관계를 만들어도 늦지 않는다.


조그만 물체라도 눈 가까이 두면 시야를 가려서 세상을 덮어 버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과 사물은 아무리 무가치하고 하찮은 것이라 해도 필요 이상으로, 게다가 즐겁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의 주의와 사고를 자극해 중요한 사고나 문제를 밀쳐 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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