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는 사람
21시에서 22시에는 잠에 들고, 5시에서 6시 사이에는 기상하려 한다. 불가피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취침 기상 방법을 타인에게 권유하기도 한다. 물론, 강요는 없다. 나 또한 ‘아침형 인간’은 아니기에 이른 기상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5시에 알람이 울릴 때 이불을 움켜쥐고, 크게 한숨을 쉰다. 나도 따라서 울고 싶은 심정이다. 알람을 끄고, 다시 돌아누워 이불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많다. 3초 같은 30분이 흘러 다시금 알람이 울리면 그제야 겨우겨우 상체를 세운다. 앉아서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침대를 나오면 시간은 어느새 또 10분이나 달아나 있다.
글 박진권
아침에 일어나기 쉬운 사람이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는 게 도저히 안 된다는 사람들은 보통 자정이 넘어야 잠에 든다. 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취침하는 사람이 5시에 일어나는 것은 고문과 다름없다. 7시도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만약 21시에 잠에 든다면, 아무리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고 해도 6시에는 분명 눈이 뜨일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적정 수면 시간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21시에 잠에 들고 7시에 일어나야만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루 10시간의 수면이 꼭 보장되어야만 하는 인간이 아니라면 보통 늦어도 6시에는 눈이 떠진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이유는 한가지 뿐이다. 늦게 잠에 들었기 때문이다. 야근, 회식 등 사회생활 때문에 애초에 늦은 귀가를 하는 노동자는 어쩔 수 없다. 주 5일 동안 야근과 회식이 끊이지 않는다면, 애도를 표한다. 그러나 그 시간에 친구와의 술자리 또는 의미 없는 쇼츠 영상 탐방과 더불어 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혹자는 ‘그 시간에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아주 좋은 지적이다. 퇴근길 각성 상태, 그 흉흉한 여파가 인간의 몸을 침실로 이끌지 않는다. 그럴 때 자려고 노력하는 것은 곤욕이다. 눈을 감아도 정신이 너무 또렷하다. 21시에 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인간이 적응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당장 시베리아에서 자급자족하며 삶을 영위하라고 해도 인간은 결국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일찍 자는 것은 그것만큼 힘든 일은 아니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면 책장을 살펴보면 된다. 그곳에서 가장 읽기 싫은 책 한 권을 뽑아 들어 침대 머리에 등을 대고 앉아 읽으면 좋다. 흥미진진한 소설이나, 읽기 쉬운 산문은 오히려 독이다. 전공 서적이나, 철학책을 추천한다. 온갖 한자어가 난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적 단어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하품이 밀려올 것이다. 저녁에는 과식하지 않고, 숙면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를 먹는 것도 이른 취침에 도움 된다.
자야 할 이유도 충분하고, 잠들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늦게 자고, 아침에 고통받는 것보단 일찍 일어나서 아침 해를 맞이하며 운동이든 자기 계발이든 하는 게 정신건강에 더 좋을 것이다. 오늘부터는 일찍 잠에 들길 강력하게 권유한다.
아침은 일반적으로 정신적인 일이나 육체적인 일을 막론하고 어떤 일을 하는 데도 예외 없이 적합하다. 아침은 하루 중의 청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명랑하고 싱싱하며 경쾌하다. 기운이 넘쳐 뭐든지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있다. 늦잠을 자서 아침을 단축하거나, 쓸데없는 일이나 잡담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아침을 인생의 정수(精髓)라 간주하고 어느 정도 신성시해야 한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인생의 정수(精髓) 인생의 중심이 되는 골자(骨子), 즉 가장 중요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