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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불행

내가 먼저

by 박진권

피할 수 없는

불행


불행은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다. 가질 수 없는 물질을,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욕망하는 것. 악의적인 행동을 직시하지 않고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 이것들을 계속해서 욕망하는 것은 결국 능동적인 불행을 불러온다. 통제되지 않는 수동적 불행도 즐비한데, 거기에 더해서 능동적 불행까지 자처하는 인간은 절대로 운명적인 불행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은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부패한 그대로 살아가고, 계속 그렇게 썩어갈 뿐이다.


박진권




내가 먼저

물질로 되지 않는 것을 물질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검은 백조는 없는 동물이다. 이름처럼 백조인데, 하얗지 않고 검다는 역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아, 가족, 사랑, 돈, 시간은 사실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을 때 덜 불행하다. 모든 게 결여된 상태의 물질만능주의자는 늘 불행을 몰고 다닌다. 이상향은 높은데, 능력은 부족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게으른 그들은 타인의 행보에 질투심을 느낀다. 그들의 눈에 백조는 항상 순백이기 때문이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아도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무엇을 원하냐에 따라서 돈의 액수가 결정될 뿐이다. 만족감이 일정하게 또는 비슷하게 유지되는 사람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게 돈이다. 그저 금전에 관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돈은 인간의 곁에 머물러 조금씩 증식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적당한 돈과 넘치는 사유다. 평생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적절한 불행과 적당한 행복이 뒤섞여 나타난다.


무엇보다 단단한 자아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사랑이다. 사실 자아도, 사랑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돈으로만 행복을 좇는다면 평생 불행할 것이다. 인간의 불행을 물리칠 만큼 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돈은 자아라는 빙수 위에 뿌려지는 연유와 같다. 뜨거운 밥이 사랑이라면 그 위에 얹어지는 매콤하고 짭짤한 김치가 돈이다. 빙수에 얼음이 없다면 연유는 쓸모가 없다. 밥도 없이 김치만 먹고 살 수도 없다. 빙수를 먹기 위해 얼음을 먼저 얼려야 하듯, 쌀을 씻고 밥을 짓는 게 선행되어야 식사를 할 수 있듯 인간은 단단하고 올곧은 나를 찾아야 한다.


이미 어떤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 더 이상 어찌할 수 없게 된 경우, ‘이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하면 그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다간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이 커져서 ‘자학하는 자’가 되고 만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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