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과거 미라클 모닝이 유행했을 때, 사람들은 망각했다. 개인마다 필요한 수면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0시에 잠에 들고 4시 30분에 일어나는 사람을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한다. 정말 4시간 30분만 자도 개운하고,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특별한 유전적 요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괴로움을 넘어 고통스럽다면 재고해 봐야 한다. 매사에 기력이 없고,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밀려온다면 미라클 모닝을 할 이유가 없다. 하루도 제대로 연소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조금 자는 것은 어떤 의미도 없다.
글 박진권
보통의 인간은 8시간을 자고 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절대로 이상한 게 아니다. 회사에 속해있는 사람은 이레 중 닷새를 일한다. 그런 고된 일정에 피로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4시간만 자면서 활동하라는 것은 소량의 유해 한 액체를 매일 마시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잠이 부족한 사람은 더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본래의 성질보다 더 예민해진다. 더욱이 몸에 이상 반응까지 생긴다. 소화가 어렵다거나, 두통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것을 노력으로,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인간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명백한 통증에 의한 고통을 약 없이 버티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니라 미련한 것이다.
주말에 몰아서 자는 것은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오히려 8시간을 초과하는 잠은 신체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월요병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출근하기 싫은 이유는 무수하지만, 가장 힘든 게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참 많겠지만 제일 기다려지는 것이 늦잠이다. 사실 늦잠은 평소보다 더 자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시간대에 잠에서 깨지만 그저 일어나지 않는 호사를 누리는 것뿐이다. 아니면 전날에 늦게 자는 사치를 부렸을 것이다. 오히려 평일보다 더 못 잘 가능성도 높다. 차라리 평소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주말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하면 월요일에 일어나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
향상심이 있는 인간은 바뀌려고 노력한다. 본인의 나태함이나 여러 단점을 보완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결국 수면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 얻어낸 성과는 달콤할지도 모른다. 그 달콤함이 망가진 몸을 회복하게 도와주진 않지만 말이다. 잠으로 훼손된 원기는 잠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평소에 잘 자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계속해서 자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회복은 어렵다. 미라클 모닝의 진정한 의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타인보다 빠르게 일어나 새벽을 맞이하는 것이 초점을 맞춰야 한다. ‘조금 자는 것’은 미라클 모닝이 아니다. 그것은 최대한 천천히 고통을 음미하며 자살하기에 가깝다.
특히 뇌는 성찰에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수면이란 시계의 태엽을 감아 주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뇌가 발달해 있고 활동적일수록 잠을 많이 자야 한다. 그렇지만 필요한 정도를 넘는 수면은 자는 시간만 늘릴 뿐 깊이 잔 것이 아니므로 시간 낭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