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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부추기는 사회

습관적 분노

by 박진권

혐오를 부추기는

사회


운전 관련한 영상을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댓글이 있다. 무개념 운전자보다 옆에서 말리는 사람이 더 싫다는 글이다. 운전할 땐 여러 돌발 상황이 튀어나온다. 거기서 똑같이 보복하거나, 창문을 내리고 욕하는 행위가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육두문자를 날리며 상대의 잘못을 지적한들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잘못한 사람은 사죄하지 않고, 욕하는 사람은 기분만 더 나빠진다. 여기에 승자가 어디에 있나. 무개념과 욕쟁이 말고는 남지 않는다. 결국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양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중재자가 절실하다.


박진권




습관적 분노

현대인들은 작은 스마트폰을 들고, 거북목을 한 채 누군가의 나락을 감시한다. 유명인들의 몰락을 기대한다. 혹여라도 어떤 잘못을 하면 직접 단죄를 하기 위해서다. 그들의 사악한 손가락은 무수히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죄책감이나 반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직접 바깥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저 작은 상자 안에서 세상을 배운다. 단일 성별만 가입할 수 있는 몇몇 웹사이트에서 서로 반목한다. 입증되지 않은 소문을 퍼트리고, 김치녀, 된장녀, 한남 유충, 특정 손가락 표현 등 질 낮은 수준의 표현으로 상대를 욕보인다. 성숙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보기 어려운 저열한 행태의 인간들이 ‘나라의 존망’을 걱정한다. 본인 방 청소도 못 하는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무한 이기주의는 도로에서도 볼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알 수 있다. 세금을 어디에 쓰는지 그렇게 걱정하면서,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도 하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면서 혼잡한 역사에서 우측통행 등 사소한 규칙도 지키지 않는다. 그런 역겨운 행동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며 고칠 생각이 없는 사람도 즐비하다. 실상은 본인의 이득만을 바라면서 ‘나라를 위해서’라는 거짓된 방패로 자신의 추함을 가린다. 또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은 완전하게 배제하고, 경멸하기까지 한다. 잘못했으면 사과하면 되고, 사과를 받았으면 이해하면 된다. 사소한 것에 죽자고 달려들 필요도, 끝까지 우길 필요도 없다. 설령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하더라도 똑같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쓰레기와 싸우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행동에 조심하고 아량을 베푸는 것이 필요하다. 조심하면 손해와 손실을 막을 수 있고, 아량을 베풀면 다툼과 싸움을 피할 수 있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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