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기록, 메모리 오브 유, Memory Of You

by 박진권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기록이 쌓여 역사가 된다. 개인의 기록은 그 자체로 자신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개개인이 남긴 흔적이 모여 방대한 역사가 되는 것이다. 독립운동가 양우조와 최선화는 임시정부에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다. 그들은 그 난세에서도 아이를 낳고 길렀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일까, 그들은 아이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언젠가 제시가 이 일기를 발견했을 때, 나는 제시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부모 된 이와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었는지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기쁨을 계속 전하는 사람이 되어 가길 바란다.” *제시는 1938년생이다.


박진권




기록, 메모리 오브 유, Memory Of You

1951년 아이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작품이 발견된다. 평온한 오후 높이 계양 된 태극기, 하늘을 마음껏 나는 새와 태극기를 연상케 하는 구름과 굳건한 소나무 두 그루. 그것을 관조하는 한 마리의 새. 아이는 어떤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 그림을 보고 있으면 괜히 상념이 깊어진다.


과거 양반을 제외한 사람들은 기록할 수 없었다. 애초에 글 자체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는 많은 사람이 읽고 쓰는 것을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 소수에 집중된 권력이 힘없는 다수에게 번진 것이다. 그들은 논리를 표출할 수 있게 됐고, 긍정과 부정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인간은 15초 이상 사유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미 없는 짧은 영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 빠져나오지 못한다. 눈으로 보고 넘긴 것은 뇌에서 쉽게 휘발된다. 심지어 말끔하게 지워지는 것이 아닌 쓰레기 같은 잔여물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렇게 뇌는 서서히 썩어간다. 사유 없인 기록도 없고, 기록 없이는 사유도 없다, 인간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며, 기록하고 또 기록해야 한다.


피란 학생, 젊은 독립운동가 양우조와 최선화 부부의 일상 등 사소한 기록들이 당시의 서민이 느꼈던 시대상을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돕는다. 우리의 사소한 일기가, 이처럼 별거 없는 일상이 후세에 꽤 괜찮은 영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럼에도 기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기록하고 있는가.




기록, Memory of You.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