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자연의 바람이 인센스(incense)의 연기를 흩뜨려 잔향을 퍼뜨리면서 집안 곳곳에 특유의 기분 좋은 향취를 남긴다. 하라 노다(Hara Noda)의 재즈가 잔잔한 시냇물처럼 공간에 산재하면 비로소 쉼을 느낀다. 애정이 담긴 소품과 가구, 싱그러운 식물과 바깥의 따스한 햇살이 서재(거실)를 감싸면 나는 한(恨)없는 부자가 된다. 거듭 반복되어 새롭지 않은 이 순간이 생을 이어가도록 돕는다. 무용한 아름다움과 안온함이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
책상과 독서대를 뒤로하고,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 든다. 목에서 뻐근함이 느껴져 의식적으로 고개를 올리면 책을 든 팔도 따라 올라온다. 의자 위에 양발을 올려 가부좌를 틀거나, 웅크리고 앉아 무릎을 독서대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형식에 얽매이면 몸이 편하고, 자유만을 갈망하면 몸이 고단해지는 역설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인생의 전반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려 노력하고, 가끔은 나만을 생각하며 자유를 갈망하는 이기적인 인간이 바로 나다. 가끔은 이렇게 의도한 불편함을 즐긴다. 언뜻 보면 의미 없고, 사소한 행위가 개인을 표현한다.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굳이, 구태여, 기어이, 기어코 등의 부사를 남용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타인이 선택한 행동을 존중하는 방법은 동조보다 침묵이 효과적이다. 뜻 없는 동조는 무관심에 가깝고, 애정 깊은 침묵은 조용한 응원처럼 힘이 된다. 타자의 부정과 조롱은 끝이 없다. 이것들은 개인의 삶이 끝나도 여전히 남아 고인을 모독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어떤 부정과 조롱이 빗발쳐도 굳이, 구태여, 기어이, 기어코 나의 길을 걷는다. 설령 그 길이 틀렸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