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계산된 실수라는 웃음코드
파! 파파! 파파!
코너가 시작되면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외양을 하고 있는 두 남자가 어설픈 율동화 함께 박자를 맞춘다. 노래를 하는 건지, 춤을 추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들의 정체는 2인조 그룹 '싸-쓰'다. 이들의 개그는 언뜻봐선 특별할 게 없어보인다. 독특한 박자에 맞춰 재밌는 에피소드를 풀어놓는 형식의 개그는 <싸쓰> 이전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은 코빅에서 활약하는 이상준의 신인시절 코너 <이건 아니잖아>나, 개그콘서트의 <도찐개찐>, <비틀즈>같은 코너를 익숙하게 떠올려볼 수 있다.
<싸쓰>는 음악과 춤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정작 이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는 개그코드는 아쉽게도 '외모비하'다. 박자를 입힌 이들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결국 못생긴 외모로 벌어진 일들이며, 코너의 마무리에 진행되는 춤 역시 중요부위를 가격하거나 하는 등의 1차원적인 몸짓에 불과하다. 사실상 신선하지도 않고, 외모비하와 원초적인 슬랩스틱에 의존하는, 나쁘게 말하면 수준이 높지 않은 코미디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아쉬움이 큰 코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싸쓰>는 이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한 가지 빛나는 무기로 모두를 사로잡았다. 실수를 의도된 개그 코드로 활용한다는 기발한 생각이었다. 공개 코미디는 TV로는 편집된 방송을 본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무대에서 관객들을 상대로 하기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공개 코미디에서의 실수는 해당 공연을 뒤로 물려 다시 이어나가야 하고, 관객의 몰입과 극의 흐름을 깬다는 점에서 당연히 금기시된다. <싸쓰>는 바로 이 실수라는 금기를 극의 일부로,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모험을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싸쓰>는 자신들의 코너가 박자를 타는 음악코너라는 점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물 흐르듯이 이어져야 하는 코너에서 누군가가 박자를 놓친다. 공개 코미디에서 실수라는 금기를 저지른 이들의 당황하는 모습에 한 번, 어떻게든 수습해보려하지만 박자가 더욱 엉키고 공연은 더욱 엉망이 돼가는 모습에서 또 한 번, 끝내 모든걸 체념한 듯 엉망이 된 공연을 자기들 식으로 이어나가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웃긴다. 실수투성이의 엉터리 공연, 이를 수습하려는 애처로운 모습의 '바보들의 무대'는 큰 웃음을 만들어내며 '무대 위의 실수'라는 개그 코드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김대희의 모습이나, 현재 남은 유일한 공개 코미디 코미디빅리그의 베테랑 개그맨들이 주로 활용하는 애드립성 개그들은 돌발적인 상황이 큰 웃음을 전한다는 개그의 속성을 철저히 계산해낸 결과물들이다. 이는 하나의 완성된 극으로 전개되는 꽁트 위주의 공개코미디이 특성을 역이용한다는 점에서, 공개 코미디와는 뗄 수 없는 개그 코드이기도 하다. <싸쓰>는 이런 코드의 폭발력을 미리 인지하고,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알았던 의미있는 코너였다.